팔레스타인·이스라엘/06년·09년 팔레스타인

02_팔레스타인에는 어떻게 가냐구요?

순돌이 아빠^.^ 2010. 1. 19. 21:25

(2009년 팔레스타인 갔던 이야기를 늦게나마 쓰기도 하고 고치고도 있는 글)

 

살람 알레이쿰 팔레스타인 - 팔레스타인에서 띄우는 00통의 편지

'하비비(내 사랑) 팔레스타인이 더 나으려나? ^^'



02_팔레스타인에는 어떻게 가냐구요?

 

팔레스타인에 간다고 하면 많은 분들이 물어보시는 것이 거기 위험하지 않냐는 것과 어떻게 가냐는 겁니다. 만약 프랑스에 간다, 독일에 간다고 하면 이런 질문을 안 받겠지요. 팔레스타인이나 중동하면 총 쏘고 폭탄 터지는 이미지가 강한데다, 비행기를 타고 가는지 잠수함을 타고 가는지 조차 알 수 없으니 이런 질문이 나올 법 합니다.

 

위험 보다는 열 받는 것이 더 문제

 

팔레스타인에 가면 위험하지 않냐고 누군가 물으신다면 저의 대답은 ‘거기 가서 총 맞을 확률보다는 한국에서 차에 치일 확률이 더 높아요’입니다. 그냥 안심시키기 위해서 하는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하는 말입니다. 예를 들어 텔레비전에 한국에서 매일 같이 교통사고로 죽어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와 그들이 어떻게, 얼마나 끔찍하게 죽어갔는지를 보여준다고 하면 어떨까요? 아마 사람들은 한국은 정말 사람 살 곳이 못되는 위험한 곳이라고 생각할 겁니다.

 

외국 언론에 한국이 나왔다고 하면 남북한의 전투와 핵무기 개발 등에 관한 것이 많은데 그걸 자주 본 사람은 ‘아~ 한국은 정말 위험한 곳이구나’라고 생각하기 쉽겠지요. 여러분은 어떠세요? 정말 곧 전쟁이 나서 한반도가 쑥대밭이 될 것 같은가요? 팔레스타인도 마찬가지입니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하면 총과 폭탄을 먼저 떠올리셨던 분들은 정작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을 방문 했을 때 생각과 달리 느껴지는 평온한 때문에 당황하실 수도 있을 거예요. 특히 뭔가 짜릿한 내용을 가지고 기사나 책을 쓰려고 하셨던 분들에게는 ‘이게 뭐야!’라는 실망감마저 줄 수도 있을 겁니다.

팔레스타인을 방문하시는 분들에게 짜릿함을 기대하지 마시라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어요. 구경하는 사람에게는 그저 짜릿한 볼 거리일지는 몰라도 그 일을 직접 당하고 겪어야 되는 사람들에게는 고통이고 힘겨운 시간일 수 있으니까요.


또 안전에 대해서 묻는 분들에게 말씀 드리는 것은 ‘안 가면 돼’입니다. 총 싸움을 하거나 돌팔매질을 하는 곳이 있으면 안 가면 됩니다. 특히 외국인은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낮지요. 몇 년 사이에 외국인이 팔레스타인에서 죽은 사례가 있기는 있습니다. 한 건은 2003년에 있었던 레이첼 코리라는 미국인의 사례입니다. 이날 이스라엘은 불도저를 몰아 팔레스타인인의 집을 부수려고 했고, 레이첼 코리는 집을 부수지 말라고 맨 몸으로 불도저 앞에 섰지요. 하지만 이스라엘의 불도저는 그대로 앞으로 나아갔고 레이첼 코리는 불도저에 깔려 죽었습니다. 2005년에는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을 향해 이스라엘군이 총을 쏘자 아이들을 구하려고 뛰어든 토마스 헌달이라는 영국인이 총에 맞아 죽었습니다.



최루탄을 쏘는 이스라엘 군인 뒤로 기자들이 보이죠?

쏘는 쪽에 설 건지 맞는 쪽에 설 건지 멀찌 감치 있을 것인지는 본인이 선택하시면 된답니다


2006년에 제가 팔레스타인인들이 장벽 건설 중단을 요구하는 집회에 참석한 적이 있었어요. 팔레스타인인들이 돌을 던지면 이스라엘 군인들은 총과 최루탄을 쏘고 그랬지요. 대학 다닐 때 많이 마셨던 최루 가스를 오랜만에 맡으니깐 어릴 때 먹던 불량식품을 오랜만에 먹는 기분이더라구요.

 

아무튼 그 때는 정말 최루탄이 머리 옆으로 슉슉 지나다니더라구요. 또 하필 그 넓은 곳에서 함께 있던 한국인 친구가 최루탄에 맞아서 다리가 퉁퉁 붓고 며칠 동안 꼼짝 못하기도 했지요. 아무튼 여러분이 여행객이든, 활동가이든, 기자이든 이런 위험에 노출되고 싶지 않으면 그런 곳에 가지 않으시면 됩니다. 집회하는 모습을 보시고 싶으면 그냥 멀찍이서 보시면 아무 문제없습니다. 그러니 위험 때문에 팔레스타인에 가지 못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으셔도 될 거에요.

저의 경우에는 그런 위험보다 몸과 마음에 더 해로웠던 것은 잠깐이나마 팔레스타인인들과 함께 겪은 이스라엘의 괴롭힘이었어요. 더운 날 길을 막고 검문한답시고 1시간씩 사람들을 기다리게 해 보세요, 미쳐요 미쳐. 이건 뭐 감옥도 아니고 동네 주변에 콘크리트 장벽이 둘러싸고 있는 것을 보면 정말 속이 터진답니다. 가족이나 이웃을 잃은 사연을 얘기하면서 눈물을 흘리는 사람을 만나 보세요, 화가 부글부글 끓어오를 거에요. 성격 급하시고 화를 참지 못하시는 분은 우황청심환을 준비하셔도 좋겠지요. 담배를 태우시는 분은 담뱃값을 넉넉히 준비하시는 것도 좋을 거구요.

 

그냥 비행기 타고 차타고 가시면 된 답니다

 

팔레스타인에는 어떻게 가는지를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말 그대로 비행기 타고 차타고 가시면 됩니다. 여러분들이 먼저 생각하셔야 할 것은 교통편이 아니라 어디를 가실 거냐입니요. 팔레스타인은 현재 크게 세 동강 난 상태입니다. 흔히 이스라엘 지역이라고 불리는 1948년 점령지, 그리고 1967년 점령지인 서안지구와 가자지구가 있지요.

 

이 세 지역 모두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있는 벤 구리온 공항으로 가셔서 이동하시면 됩니다. 서안지구로 가실 분이 선택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요르단 암만으로 가셔서 이스라엘이 통제하고 있는 국경을 넘어 가시면 되구요. 가자지구로 가실 분이 선택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이집트 카이로로 가셔서 라파라는 곳으로 가서 가자지구로 들어가는 겁니다.


비자는 어떻게 되냐구요?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에 가서 비자 발급을 받을 것 없이 그냥 여권만 가지고 가시면 됩니다. 공항이나 국경에서 찍어주는 도장만 가지고 있으면 90일 동안 다닐 수 있지요. 정말 간단하다구요?

여권과 비자는 뭐가 다르냐구요? 쉽게 생각해서 여권은 한국정부가 발행해서 국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주민등록증 같은 거라고 생각하시면 되는데 가까운 구청에서 발급 받으시면 돼요. 비자는 우리가 방문하는 나라에서 발급하는 체류 허가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나라에 따라 한국에 있는 대사관에서 비자를 미리 발급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고, 그냥 비행기 타고 가서 공항에서 간단하게 돈만 내면 받을 수 있는 경우도 있지요.

하하, 그렇게 간단하기만 하면 이스라엘이 아니게요. 가장 심각한 경우가 가자지구인데요, 논리상으로는 벤 구리온 공항에 내려서 아쉬켈론이라는 도시로 가서, 차를 타고 에레즈 검문소로 가서 거기서 가자지구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논리상으로요. 현실에서는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완전히 봉쇄하고 있고, 특히 2007년 이후 봉쇄가 심해져서 2009년 현재 외교관 신분이거나 하지 않으면 어지간한 사람은 들어갈 수 없습니다.


여행사에 가서 팔레스타인 가는 비행기 표 달라고 하면 되냐구요? 물론 아닙니다. 저의 첫 번째 편지를 보셔서 아시겠지만 현재 팔레스타인이라는 국가는 없어요. 이스라엘이 있을 뿐이지요. 그래서 비행기 표는 이스라엘 가는 것으로 준비하셔야지요. 한국인들이 성지 순례를 많이 가서 그런지 2008년에는 한국-이스라엘 직항 노선이 생겼습니다. 물론 직항은 엄청 비싸답니다. 비행기 표 값이 대략 어느 정도 하냐구요? 유류할증료니, 성수기니 뭐니 해서 그 때 그 때 다른데 갈아타고 가는 것과 바로 가는 것이 왕복 140~200만원 정도한다고 생각하시면 될 겁니다. 물론 열심히 노력하면 더 싼 것도 당연히 구할 수 있구요.

 

독일에서 이스라엘을 느끼다


이번에 저는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먼저 갔어요. 독일이 좋아서 간 게 아니라 비행기를 갈아타려구요. 비행기를 갈아타려고 이동하는데 한국인들이 엄청 많이 보였어요. 그것도 기독교인이요. 기독교인인지 어떻게 알았냐구요? 단체로 옷을 맞춰 입고 다니시더라구요. 기독교인들인 게 뭐 신기하냐구요? 그게 아니라 기독교인들이 성지 순례를 많이 가니깐 이스라엘 갈 때 그 무리에 묻어가면 공항 통과하기가 수월할 것 같았거든요.

 

아무래도 저는 이번이 처음 가는 것도 아니고 한국에서의 행적(?)이 있으니깐 속으로 켕기는 게 있어서요. 몇 년 동안 광화문에 있는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1백번도 넘게 각종 집회와 행사를 했으니 께름칙할 밖에요. 저 분들에게 묻어가면 되겠다 싶어서 따라가고 있는데 아이구, 그 분들은 다른 비행기를 타시더라구요. 어쩔 수 있나요. 그냥 터덜터덜 걸어가서 대기실에 있는 의자에 앉아 시간을 죽이고 있었죠.


알 아크사 사원의 서쪽에 있는 벽 앞에서 기도하기 위해 모인 유대인들.

이스라엘은 이곳을 통곡의 벽이라고 부른다.


독일에 있는 공항에서부터 ‘아, 정말 이스라엘로 가는 구나’라고 느낄 수 있었던 게 3가지가 있었어요. 하나는 대기실에 ‘유대인들이구나’ 하고 알 수 있도록 머리에 작은 모자를 쓴 사람, 검은색 모자와 검은색 옷을 입은 사람, 머리를 꼬불꼬불하게 만든 사람이 많이 있었어요. 물론 한국인들이라고 해서 다 한복을 입고 다니는 것이 아니듯 유대인이라고 다 그렇게 해서 다니는 것은 아니에요. 아무튼 사람들의 옷차림을 통해 비행기를 기다리는 사람 가운데 유대인이 많다는 것을 확실하게 알 수 있었어요.

 

두 번째는 공항 한 쪽에 모여서 몸을 앞뒤로 흔들며 기도하는 유대인들이 많았어요. 공항에 모여서 기도를 한다는 게 신기하게 들리죠? 세 번째는 비행기에 탈 때 까다로워지기 시작한 짐 검색이에요. 물론 이스라엘 공항에서 겪었던 일에 비하면 이스라엘 행 비행기를 탈 때의 검색은 누워서 코로 숨쉬기 수준이라고 할 수 있지요.


선물 2 - 짐을 쌀 때는 이렇게


해외여행을 간다고 하면 걱정 되는 것 가운데 하나가 도대체 무엇을, 얼마나 가지고 가야 할지입니다. 옷은 얼마나 필요할지, 먹을 것도 가져가야 할지, 약은 또 어떻게 되는지, 거기는 전기가 들어오긴 오는 건지 등등이 걱정이죠. 제 경험으로 짐을 쌀 때 도움 될 만한 몇 가지를 말씀 드릴게요.


1) 괜히 낑낑대지 마세요 : 팔레스타인하면 허허벌판에 무너진 집만 있는 건 아니에요. 여기에도 가게가 있고 시장이 있고,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필요한 웬만한 생필품을 모두 살 수 있으니 ‘이것도 필요하겠지’ ‘저것도 필요하겠지’ 싶어 가방 가득 낑낑거리면서 들고 다니실 필요 없어요. 한국에서 쓰던 220V 전자 제품은 그대로 가져오셔서 쓰면 된답니다.


2) 사랑해요 신라면, 고마워요 고추장 : 한 일주일 다녀가실 분들이야 상관없겠지만 저처럼 몇 달씩 지내는 경우는 한국 음식이 정말 먹고 싶을 때가 있어요. 저는 라면과 고추장이 제일 땡기더라구요. 이번에는 가방에 신라면 10개와 여행용으로 나온 고추장 튜브를 몇 개 가져 왔답니다. 입맛도 입맛이지만 가끔 맛난 것을 먹으면 삶의 활력이 되잖아요.


3) 선물을 많이 준비 하세요 : 여기저기서 만나는 사람에게 선물을 하고 싶을 때도 있고, 도움을 받은 사람에게 돈으로 대가를 치르기 보다는 간단한 선물을 주는 것도 좋을 거에요. 외국에서 왔으니 외국인이 주고 갔다는 느낌이 드는 색다른 것이면 좋겠죠? 그래서 전 이번에 한국 전통 문양이 들어간 책갈피와 인삼차, 녹차를 가방 한 가득 잔뜩 싸들고 왔답니다. 혹시 알아요? 돌아갈 때는 제 선물이 들어 있던 자리에 팔레스타인인들이 준 선물이 가득하게 될지.


4) 아프면 어떻게 하냐구요? : 여기도 약국과 병원이 있어요. 오히려 문제라고 하면 약국과 병원이 없는 게 아니고 아파서 찾아 갔는데 말이 잘 안 통하는 거겠죠. 그래서 해외여행을 하기 전에 꼭 준비해야 할 것 가운데 하나가 건강이지요. 제가 이번에 가져온 것은 정로환 정도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