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문득,
[여자, 정혜]가 생각나서 비디오방으로 갔습니다.
"저기... 여자 정혜 있나요?"
"여자 정혜? 저기 어디 있을 건데 찾아 보세요"라며 주인 아주머니가 비디오들이 꽂혀 있는 곳을 가리킵니다.
"최신은 아니고... 그리 오래된 것도 아니니깐 어디 찾아 보면 있을 거에요"라고 하십니다.
저보다는 어디 있는지 잘 아실테니 찾아 주셨으면 하는 마음도 없지는 않았지만
비디오 찾는 일이 뭐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고 해서 수많은 비디오 속으로 시선을 옮겼습니다.
그렇게 2~3초가 흘렀을까요?
내가 [여자, 정혜]를 찾은 것이 아니고 [여자, 정혜]가 나를 찾은 듯 우린 쉽게 만날 수 있었습니다.
비디오를 들고 돈 계산을 하러 가니깐 아주머니가
"아이고, 빨리도 찾으셨네'하십니다.
그러게요...
2.
영화는,
느리기 때문에 사람들의 표정이나 행동에 더 집중하게 됩니다.
대사가 많이 없으니깐 짧은 몇 마디에도 귀를 더 기울이게 되구요.
마지막 장면이 지나고 자막이 올라갑니다.
비디오를 돌려서 마지막 장면을 한 번 더 봤습니다.
3.
영화를 보고 나서 괜히 수세미와 행주를 빨아 가스렌지와 씽크대를 부지런히 닦았습니다.
평소에는 잘 하지도 않더니 오늘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는 내내 머리속에서는 [여자, 정혜]의 마지막 장면이 맴돕니다.
4.
어느 햇살이 좋은 날
도서관에서 놀고 있는데
문득,
내 눈으로 들어와 읽었던 [아주 작은 차이]가 생각 났습니다.
[여자, 정혜]마냥 느린 것 같아도 사람의 마음을 콩닥거리게 하고
정혜마냥 별 말 없는듯 해도 그 가슴엔 큰 이야기가 담겨 있는 경우가 있겠지요.
이소라 - 바람이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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