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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크라이 마미

순돌이 아빠^.^ 2010. 1. 14. 20:30



음 무거운 일이 있어 기분 전환이 필요하겠다 싶어 영화를 보자고 마음 먹었습니다.

처음엔 아바타를 보러 갈까 하다가 영화관까지 가기 귀찮아 동네 비됴방으로 갔습니다.

한번씩 기분이 안 좋을 때 비됴방에서 화끈한(?) 영화를 빌려 본 적이 있었는데 결과는 늘 허전한 기분만 남는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기분 전환에는 뭔가 몰입할 수 있는 것이 좋겠다 싶어 범죄 수사하는 영화를 손에 들고 돌아서는데 

문득 겉통에 먼지가 뽀얗게 쌓인 채로 [돈 크라이 마마]라는 처음 듣는 영화 제목이 눈에 들어 왔습니다.

그리고 화끈한 거 기대하다가 되려 허전해 지기 보다 잘 모르는 영화지만 그래도 삶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가 오히려 기분을 전환하는데 도움이 되겠다 싶어 이 영화를 봤습니다.



엄마인 애니는 한 남자와 사랑을 하고 그 사이에 아이(본)가 생겼는데 남자가 떠나 버립니다.

혼자 아이를 낳아 기죽지 말고 살자며 살고 있는데 또 다른 남자를 사랑하게 되고, 둘째를 가집니다.

하지만 두 번째 남자는 성실했으나 교통 사고로 죽어 버립니다.

세번째 남자(글렌)와 사랑을 해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갖는데 아이를 낳던 과정에서 아이가 죽습니다.


그런데 이 세번째 남자는 본에게 성적, 물리적 폭력을 가합니다.

하지만 본은 자신이 당한 폭력에 대해 누군한테도 말하지 못하고 오히려 자기가 죄송하다고, 자기 때문에 아빠가 화가 났다고 말합니다.

의사가 본의 몸에 생긴 상처를 보고 무슨 일이 있었냐며, 경찰에 고발할 거라고 하지만 오히려 엄마는 이 일을 덮어 버립니다.


이모 집에 피신해 혼자 놀고 있는데 글렌이 찾아 왔을 때 느끼는 애니의 두려움,

그리고 본이 이젠 당신과는 함께 살지 않겠다고 선언하지만 또 다시 글렌의 폭력은 이어지고

이 장면을 본 애니는 분노하며 아이를 데려가려 하지만 글렌이 사랑한다며 매달리자 또 글렌을 따라가게 됩니다.


엄마의 이런 모습은 영화 초반에 애니와 본이 나눈 대화에서 엿 볼 수 있는데

잘 기억나진 않지만 애니가 '나도 의지할 사람이 필요해'식으로 말하자

본이 '엄마 내가 있잖아'라고 말을 합니다.


아빠 없이 낳은 아이라는 기록을 지우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며 '법원을 찾아 다니는 것보다 결혼하는 게 낫겠어'라고 하던 애니.

그런 엄마가 사랑하는 글렌의 폭력으로부터 끊임없이 시달리는 본.

그러면서 점점 '싫어요' '아니요'라고 말할 용기를 갖게 되는 본.


병든 이모를 간호하던 와중에 이모가 본의 하체를 가리키며 글렌이 여기를 아프게 한 적은 없었냐고 물어도 말하지 못하던 본이...


성가 가수가 꿈이라는 본이 죽어가는 이모 곁에서 노래를 부르며 눈물을 흘릴 때는

세월의 길고 짧음과 관계 없이 본의 삶 속에 온갖 고통과 슬픔이 담겨 있고,

본이 자신에게 닥친 고통을 이겨내기 위해 이를 악무는 것 같았습니다.

글렌을 보면서 내내 분노와 욕이 치미러 오르고

애니를 보면서는 딸을 사랑한다고 하면서 도대체 왜 저러나 싶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끝나면서 애니에 대한 답답한 마음은 안타까움으로 변했습니다.

본을 사랑하지만 자신도 누군가의 사랑이 필요하고,

본을 사랑하지만 그 사랑의 방법을 잘못 찾은 건 아닌지 싶었습니다.

엄마로써, 자신의 경험 속에서 본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과

정말 본에게 필요했던 것이 달랐음에도 애니가 그것을 알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싶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속으로 '본, 도망쳐' '본, 소리쳐'라고 계속 말을 했습니다.

그리고 순간 순간 지나가는 많은 장면과 대사들이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남자와 여자, 힘 있는 자와 힘 없는 자, 부모와 자식, 때리는 자와 맞는 자, 지배하는 자와 지배 당하는 자

이들 사이에 쓰는 말이나 행동, 감정의 차이까지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영화 [귀향]의 한 장면


알라딘에 뒤져 보니 DVD가 있어서 보관함에 담아 두었습니다.

조만간에 [귀향]과 함께 사서 두 편을 다시 한 번 봐야겠습니다.


많은 분들에게 한 번 보시라고 권하고 싶은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