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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꼴라이 쳬르니셰프끼 - 무엇을 할 것인가

순돌이 아빠^.^ 2009. 12. 5. 20:45

 

무엇을 할 것인가 / 니꼴라이 쳬르니셰프스끼 / 열린책들
 
그것은 러시아의 질곡으로 불리우던 짜르체제와 농노제의 현실 속에서 문제의 틀이 아버지 세대의 <비난받아야 할 사람은 누구인가>에서 아들 세대의 <무엇을 할 것인가>로 근본적인 전환을 한 것을 의미했다.
 
레닌이 이 책을 읽고 감동을 받아서 같은 제목으로 글을 쓰기도 했었죠. 앞의 글은 책 앞부분에 나오는 역자의 말 가운데 한 부분입니다. 제겐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책을 다 읽고 나니깐 역자가 왜 이런 말을 했는지가 정말 이해됨은 물론 머리 속에서 계속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말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세상을 바꿔보겠다고 하면서도 늘 무엇인 문제인지를 지적하는 것은 잘 했지만 정작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지, 어떤 세상을 만들 것인지, 어떤 삶을 살 것인지에 대해서는 깊은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을 반성하기도 했습니다.
 
이 소설의 주된 내용은 어떻게 사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냐는 질문에 대한 답니다. 특히 여성의 삶, 여성의 사랑과 결혼에 관한 이야기가 많은 부분을 차지합니다. 주인공인 베라 빠블로브나는 억압적인 가정에서 벗어나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합니다.
 
또 남편의 친구와 다시 사랑에 빠지자 남편은 두 사람을 위해 베라 빠블로브나의 곁을 떠납니다. 그리고 이 과정이 이 소설에서는 ‘바람 피웠구나’가 아니라 ‘서로 사랑했구나’로 그려집니다. 그리고 두 사람과의 결혼 생활에서 베라 빠블로브나와 남편들은 어떤 것이 제대로 사랑하고, 제대로 인간의 관계를 만드는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실천하려고 합니다.
 
우리는 흔히 사랑하면 결혼이 목표이고, 뜨겁게 사랑하니깐 둘이 같이 있어 좋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와 테레비에 나오는 것이 늘 그런 것이고, 사랑에 대해서 깊이 있게 생각해 보거나 하지도 않으니깐요. 하지만 정말 결혼만 하면, 둘이 있을 때 좋으면 그것이 사랑의 완성일까요?
 
만 일 당신이 내가 말하는 게 무엇인지 한마디로 대답하라고 한다면 서슴없이 <평등한 권리>라고 말하겠어요. 그것 없인 육체의 쾌락도 미의 기쁨도 다 지루하고 일시적인 찰나에 지나지 않아요. 정신의 순결도 없구요. 오히려 육체의 순결을 이야기한답시고 마음만 더럽히고 말 뿐이에요. 오직 대등함과 평등한 권리 속에서만 나의 자유가 생기는 것이지요. 자유가 없으면 나는 존재할 수 없어요.
 
사랑하기 때문에 결혼한다고 하죠. 그런데 여성을 옥죄고 억압하는 결혼 제도 속으로 자신의 애인을 밀어 넣는 것이 과연 사랑일까요? 사랑하기 때문에 결혼 했는데, 그 결혼이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힘겹게 만든다면 과연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상대방이 행복해지지 않을 수도 있는 길을 선택하는 것이 사랑일까요? 결혼을 하자 말자가 아니라 결혼을 하려면 제대로 된 결혼을 하자 싶은 거죠.
 
‘에이 사랑하면 좋고, 좋으니깐 같이 있으면 되지 더 뭐가 필요해?’라고 할지 모르지만, 정말 상대를 긴 시간 두고 제대로 사랑하고 싶다면 우리도 사랑에 대해서 공부를 하고 깊게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요? 사랑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때론 힘들지만 꾸준히 실천한다면 인간과 인간이 만나서 얻을 수 있는 삶의 기쁨과 행복이 점점 커지지 않을까요? 자신이 새로운 인간이 됨으로써 사랑하는 사람에게 더 큰 기쁨을 안겨 줄 수 있지 않을까요?
 
이 책을 읽으면서 사랑과 결혼이라는 거, 인간과 인간의 관계라는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연인이든, 부부든, 친구든, 동지든 인간의 관계에도 ‘목표’가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는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이며, 어떤 인간으로 만날 것인지 목표를 두고 그것을 향해 함께 나아가는 과정에서 더 큰 사랑을 만날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랑은 마주 보는 것이 아니라 한 곳을 함께 바라보는 것이다’라는 말도 있잖아요. ^^
 
사랑과 결혼, 여성의 해방 등에 관한 내용과 함께 이 책에는 사회주의적인 이상사회에 관한 이야기도 합니다. 간단한 예로 베라 빠블로브나가 봉제 공장을 만들어 여성 노동자들과 함께 자주관리를 실천하며 아주 즐겁고 행복하게 노동하며 사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연애나 결혼생활 하시는 분, 새로운 세계를 꿈꾸시는 분들께 이 책을 권합니다. 왜냐하면 정말 문제는 ‘무엇을 할 것인가’이더라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