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이스라엘/06년·09년 팔레스타인

08_더워서 어떻게 지내냐구요?

순돌이 아빠^.^ 2010. 2. 5. 03:13

(2009년 팔레스타인 갔던 이야기를 늦게나마 쓰기도 하고 고치고도 있는 글)

 

살람 알레이쿰 팔레스타인 - 팔레스타인에서 띄우는 00통의 편지

('팔레스타인, 사람의 가슴에 물든'이 나으려나?)



08_더워서 어떻게 지내냐구요?

 

팔레스타인 친구들이 저를 가깝게 느껴간다는 표시 가운데 하나는 제 앞에서 성적 농담을 하는 것은 물론 저와 한국의 성생활에 대해 물어 보는 경우가 늘어난다는 거에요. 독실한 무슬림인 한 친구는 팔레스타인 젊은이들이 야한(?) 비디오를 많이 보고 자위를 많이 해서 건강을 해칠까 걱정이라네요. 여기서도 젊은 남성들을 중심으로 비디오나 사진이 많이 돌거든요. 그러면 남성들만 그러냐구요? 잘 모르거나 남성들 앞에서는 잘 안 그러지만 친한 사람들이나 여성들끼리 있을 때의 성적 표현은 웃다가 까무라칠 정도지요. 중동과 무슬림 여성하면 히잡 쓰고 아무 말 없이 있을 것 같은 상상을 하셨던 분이 이런 일을 겪으신다면 놀라실 수도 있을 거에요.



더운 한 낮, 창 가 그늘에서 늘어지게 자고 있는 팔레스타인 고양이.

이스라엘 고양이가 널 괴롭히거든 그 앞 발로 콱 혼내 주렴 ^^


중동하면 또 생각나는 것이 덥다는 거지요. 지금은 정말 더워요. 여기는 중동에다 여름이거든요. 그러게, 중동의 여름에 어떻게 지내냐구요? 사실 저야 낮에 밖에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괜찮은 편이에요. 이런 날에도 밭이나 공사장에서 일해야 하는 사람들은 정말 죽죠. 은행 같은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에어콘이 있으니깐 괜찮구요. 재미난(?) 광경은 한국도 그렇지만 여름날 밭에서 일하는 사람이나 은행에서 에어콘 바람 쐬며 일하는 사람이나 모두 긴 팔 옷을 입는다는 거에요. 한쪽은 햇볕이 뜨거우니깐 그렇고 다른 한쪽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은행으로써의 자세(?)를 지키려고 양복에 넥타이 메고 있는 거 아닐까 싶어요. 한국의 여름과 달리 비가 오거나 그러지 않기 때문에 그늘에만 있으면 더위도 견딜 만 해요. 습하지 않으니깐 바람만 살짝 불어도 엄청 시원하거든요.

 

물 물 물

 

중동과 여름하면 또 떠오르는 것이 물이지요. 하루는 와엘이 샤워를 하러 들어갔어요. 그런데 조금 있다 와엘이 마흐무드(와엘의 조카)를 부르고 니달이 달려 왔어요. 니달이 갑자기 마루에 있는 소파를 밀어내더니 바닥에 있는 뚜껑을 열고 전선을 연결하니깐 갑자기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나기 시작해요. 니달한테 무슨 일이냐고 물어 봤어요.

 

“무슨 일이에요?”

“와엘 삼촌이 샤워하고 있는데 물이 끊겼어요”

“그럼 저거는...”

“아, 지하수 펌프에요”

 

사정은 이래요. 이 동네 물은 지방 정부, 그러니깐 한국으로 치면 면사무소에서 지하수를 끌어 올려서 집집마다 공급을 해요. 그런데 지하수 끌어올리는 기계가 고장 난 거에요. 그리고 이런 상황을 대비해서 집에 따로 펌프를 설치해 두고 있는 거지요. 중동의 물 문제라고 하면 당장 물이 부족해서 마실 물도 없는 것 아니냐라고 생각하실지 모르는데 팔레스타인 지역의 대부분은 그런 것은 아니에요.

 

물의 절대량이 부족한 것보다는 물을 어떻게 관리하고 쓰느냐가 더 문제지요. 이 동네의 경우는 팔레스타인인들이 물을 퍼올리기는 하는데 그 양을 이스라엘이 결정해요. 한 해 동안 얼마만큼의 물을 퍼올리라고 정해주고 그 이상은 못 쓰게 하는 거지요. 농민들이 우물 하나를 파려고 해도 이스라엘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이스라엘은 물론 허가를 내 주지 않지요.


이스라엘 회사가 아예 물을 공급하기도 하는데, 큰 도시의 경우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고 작은 마을의 경우는 요일을 정해 놓고 물을 공급하기도 해요. 여름처럼 물 사용이 많은 계절에는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보내는 물의 양을 줄여서 이스라엘 마을로 더 보내기도 하지요. 서안지구 옆에는 요르단 강이 흐르는데 이스라엘은 요르단 강의 물을 끌어 당겨서 이스라엘인들에게 우선 공급한다네요.

 

팔레스타인의 다른 문제도 그렇듯이 물 문제도 지하수든 지표수든 물 자체가 없다기 보다는 그 물을 어떻게 쓸지에 대한 권한이 팔레스타인인들에게는 없다는 거에요. 있을 것은 다 있는데 뭐 제대로 되는 것이 없다고 해야 할까요? 내일이 어찌될지 모르니 팔레스타인인들은 나름의 생존 방법으로 집에 펌프를 설치해 두고 ‘만약’을 대비하는 거구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스라엘이 목줄을 쥐고 흔드는 거에요. 물을 차지하는 것은 물론이요 까불면 가만 안 두겠다는 거지요.


물의 공급도 문제지만 쓴 물을 어떻게 처리하는지도 문제에요.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물이 이리저리 흘러다니니 그 물이 지하로 흘러들어가고, 지하로 흘러 들어간 물은 지하수를 오염시키고, 팔레스타인인들은 오염된 지하수를 쓰게 되지요. 가뜩이나 물에 석회질이 많아서 오래 쓰면서 잘 씻지 않은 주전자 바닥에는 허연 석회가루가 쌓이는 판국에 말입니다. 가자지구 상황은 더 심각한데, 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물이 바다로 그대로 흘러가서 바다까지 썩고 있어요. 이스라엘은 물의 공급권을 쥔 채 깨끗한 물을 가져가고 그걸 팔레스타인인들에게 팔아 돈을 챙기면서도 하수 처리는 나 몰라라 하고 있는 거지요.

 

이스라엘인들이 쓰다 버린 오염된 물을 팔레스타인인들이 사는 쪽으로 흘려보내서 팔레스타인인들의 땅과 물을 오염시키고 악취가 진동하게 만들고 있으니 사람이 어째 저러나 싶어요. 이러니 팔레스타인에서 물의 권리를 지키자는 운동이 벌어지는 것은 당연한 거겠지요.

 

밤 일 하는 사람들

 

날이 더우니깐 밤에 무언가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집을 지을 때도 한창 더울 때는 일을 하기 어려우니깐 밤에 불을 켜 놓고 하는 경우가 많지요. 밤에 일을 하고 새벽에 잠자리로 가서 느지막이 일어나서 밥 먹고 오후 늦게부터 하루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지는 거에요. 한국에 있을 때 저는 밤에 일찍 자는 편이었어요.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건 잘 하는데 밤늦게까지 뭐 하라고 하면 졸려서 잘 못해요. 하지만 여기서 어울리는 친구들이 밤 일(?)을 많이 하니 저도 애써 따라 갈 밖에요.


농장 풍경. 왼쪽 1층에서 칠면조를 잡고 냉장고에 보관하기도 합니다. 2층에서는 쉬기도 하고 밥도 먹구요.

오른쪽에 슬레이트 지붕으로 된 곳이 칠면조 집.


해지고 저녁 먹고 나서 밤 8시나 9시쯤 농장으로 가요. 그 때부터 일을 시작하는 거지요. 칠면조를 사러 오는 사람들도 밤에 많이 와요. 밤 10시에도 오고 새벽 1시에도 오고 새벽 3시에도 오지요. 농장이 마을과 약간 떨어져 있는데 밤에 마실 삼아 나오는 사람들도 있구요. 처음 온 사람들은 저 때문에 깜짝 놀라기도 하고 신기해하기도 해요. 그러면 대체로 비슷한 일이 벌어져요. 일단 알든 모르든 악수를 먼저 해요. 그러고 나면 주로 와엘과 마흐무드(와엘 조카 마흐무드 말고 슈룩 동생 마흐무드)가 다음 일을 해요.

 

“저 사람 누구야?”

“미니. 한국에서 왔어”

“한국? 팔레스타인에는 왜 왔어?”

“한국에서 팔레스타인과 관련해서 운동을 하는 사람이야”

“몇 살이야?”

“38”

“결혼 했어?”

“아니”

 

이런 기본적인 대화가 끝나고 나면 저하고 얘기가 시작되지요. 팔레스타인은 어떻냐, 지내는데 어려움은 없냐, 언제 한국으로 갈 거냐, 우리 집에도 한 번 놀러와라 뭐 그런 것들이에요. 그러면 저의 대답은 늘 비슷해요. 팔레스타인이 참 예쁘고 사람들도 참 좋다, 친구들이 많이 도와줘서 지내는 데 어려움은 없다, 다음에 한 번 놀러 가겠다 뭐 그런 거지요. 처음엔 정성껏 했지만, 솔직히 한 번, 두 번, 다섯 번, 열 번 되니깐 건성으로 대답을 할 때도 생기더라구요.



제가 농장 1층에 들어서자 칠면조를 잡고 있던 무함마드가 얼른 의자를 꺼내오고 그 위에 자기 옷을 깔았습니다


외국인이 농장에서 뒹굴고 있는 것도 놀랄 일인데 더 놀랄 일이 또 벌어져요. 한, 두 마리 사가는 경우는 상관없는데 소매업자가 차를 가져와서 왕창 사 가는 경우는 큰 냉장고에 잔뜩 쌓여 있는 칠면조를 실어 날라야 돼요. 살아 있는 칠면조를 손으로 잡을 때도 그랬지만 잡아놓은 칠면조를 처음 손으로 잡을 때는 여엉 찝찝하고 손에 힘이 안 들어가더라구요. 그런데 그것도 곧 익숙해지니깐 이리저리 누워있는 칠면조들을 냅다 양손에 들고 차로 들고 가서 안으로 던져요. 처음엔 친구들이 하지 말라고 그랬어요. 덥고 힘들다는 거지요. 그냥 차나 마시고 앉아 있으래요. 하지만 남들은 일하고 있는데 저는 뭐 얼굴 두껍다고 앉아서 차만 마시고 있을 수 있나요.


미끈거리고 무언가 흘러내리는 칠면조를 나르고 있으면 처음 본 사람들은 깜짝 놀라요. 팔레스타인에서도 작은 지역인 툴카렘의 데이르 알 고쏜에서도, 마을에서 떨어진 농장에서 새벽에 외국인이 잡은 칠면조를 나르고 있으니 말이에요. 처음 본 사람들이 놀라워하면 친구들은 되레 흐뭇해하기도 하고 미니는 가만히 구경만 하는 게 아니라 같이 일도 한다고 자랑도 하고 그래요. 굳이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동네 친구도 제가 하고 있으니 어쩔 수 없이 거들고 그래요. 처음에는 칠면조를 옮기다 옷에 뭐가 묻고 그러면 신경 쓰였는데 나중에는 그냥 당연한 듯 여겨지더라구요. 그렇게 팔레스타인의 밤은 땀과 차와 오가는 수다 속에서 하루하루 지나가요.

 

선물 08_남자들끼리 뽀뽀를 한다구요?

 

영화 같은 데서 보면 아랍 남자들끼리 볼을 맞대며 뽀뽀 하는 걸 보신 분들이 있는지 모르겠어요. 물론 남자들끼리 뽀뽀를 해서 안 될 이유는 없겠지요. 다만, 여기는 인사 방법 가운데 하나가 오른쪽, 왼쪽을 번갈아 서로의 볼을 4번 맞대며 입으로 ‘쪽’ ‘쪽’하는 소리를 내는 거에요. 예를 들어 사람들이 집안에 모여 앉아 있는데 새로 사람이 들어 와요. 그러면 그 사람은 둘러 앉아 있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가서 악수를 해요. 남성과 여성의 경우는 악수보다는 눈인사 정도로 하는 경우가 많구요. 이 가운데 오랜만에 만났거나 반갑거나 하면 앉아 있던 사람이 일어나서 서로의 어깨를 잡고 볼을 마주 대면서 인사를 하는 거지요. 처음엔 저도 볼을 대는 것이 어색했는데 나중에는 크게 인사하는 것 같아 좋더라구요.


어떤 때는 건너 쪽에 앉아 있던 친구가 입으로 ‘쪽’하면서 저한테 뽀뽀를 날리는 경우도 있어요. 한국 같으면 서로 연인이 아니고서야 그러지 않겠지요. 처음에는 ‘이거 뭐지?’ 싶었지만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당연히 나쁜 뜻은 없다고 생각해서 그냥 웃었어요. 또 아니면 마흐무드(슈룩 동생)가 저에게 자주 ‘하비비(내 사랑)’라고 해요. 이 또한 한국 같으면 연인이 아니고서야 잘 하지 않는 표현이겠지요. 이렇게 팔레스타인에서는 동성이냐 이성이냐, 연인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서로의 감정을 표현하는 행동이나 말이 한국보다 훨씬 다양한 것 같아요.

 마르셀 칼리페Marcel Khalifa - 리따Rita

(마르셀 칼리페는 레바논 출신 음악가로 팔레스타인 관련 노래와 연주곡을 많이 만들었습니다.

미국과 유럽 중심에서 벗어나 아랍권의 좋은 음악도 한국에 많이 소개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래는 이 노랫말의 영어 번역)

Between Rita and my eyes there is a gun
And the one who knows Rita
Bows and prays
To a god in the amber eyes



And I kissed Rite when she was small
And I recall how she clung to me
And the pretty little one immersed my forearm
And I recall Rita like when
The sparrow recalls its puddle
Ah Rita
Between us are a million sparrows and a picture
And many dates
The gun fired at her

Rita's name was a celebration in my mouth
Rita's body was a wedding in my blood
And I was lost for two years with Rita
And she slept upon my forearm for two years
And we promised to each other on the most beautiful cup
And we burned and we burned and we burned and we burned
In the wine of two lips
And we were born again

Ah rita ah rita
What turned my eyes away from yours
Except two secrets and amber eyes
Before this gun

Once upon a time oh silence of the evening
My moon fled faroff into the morning
The amber eyes
And the city swept away all the singers and Rita

Between Rita and my eyes is a gun, a gun aaahhh a g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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