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이스라엘/06년·09년 팔레스타인

24.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뭐 해 먹고 사냐구요? - 첫 번째 이야기

순돌이 아빠^.^ 2010. 3. 29. 19:38

(2009년 팔레스타인 갔던 이야기를 늦게나마 쓰기도 하고 고치고도 있는 글)

 

살람 알레이쿰 팔레스타인 - 팔레스타인에서 띄우는 00통의 편지

(팔레스타인, 내 가슴에 물든)

 

24.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뭐 해 먹고 사냐구요? - 첫 번째 이야기

 

한국으로 치면 나이 50이 그리 많지 않은 나이지만 여기는 수명이 짧아서 그런지 사람들이 40대 후반만 되어도 환갑은 되어 보입니다. 아부 마흐무드는 새벽 5시쯤 집을 나서서 6시에 옷 만드는 공장에서 일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3~4시쯤 되면 집으로 돌아옵니다. 물론 이것은 일이 있을 때의 경우입니다. 일이 없으면 어쩔 수 없지요. 집에 있을 때 저녁이면 짬짬이 빗자루를 만들어 내다 팔기도 합니다. 

 

아부 마흐무드는 예전에는 건축 일을 했는데 일하다 떨어져서 허리를 다치는 바람에 4개월 동안 병원 신세를 졌고, 일자리를 옮겼다고 합니다. 지금도 앉았다 일어서는 모습이 힘들어 보이고 어떤 때는 벽을 집고 겨우 일어섭니다. 몇 차례를 수술을 더 받아야 하지만 돈이 없으니 어쩔 수 없는 상황이네요.

버스에 올라타 검문을 하고 있는 이스라엘 군인

한참 이런 얘기를 하다가도 팔레스타인 남자들이 밖에서 할 일이 없으니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그러다 보니 아이를 많이 낳게 되었다며 웃는 아부 마흐무드입니다.  

 

지난 휴일에는 마흐무드 가족들과 집 앞에 소풍을 나갔습니다. 소풍이라고 해야 별 것이 있는 건 아니고 집 앞에 있는 산에 가서 차 한 잔 끓여 먹고 오는 겁니다. 그야 말로 바람 쐬고 오는 거지요.

 

그 때도 아부 마흐무드는 잠깐도 쉬지 않고 주변에 있는 포도와 사베르(선인장 열매)를 따서 모읍니다. 그야 말로 일, 일, 일입니다. 아부 마흐무드의 손이 그가 살아온 세월을 말해 주고 있습니다.

 

옴 마흐무드 이야기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뭔 일을 해서 어떻게 먹고 사냐 싶어 옴 마흐무드가 일하는 옷 공장에 가보기로 했습니다. 먼저 옴 마흐무드한테 얘기하니깐 자기는 좋다고 했습니다. 사장한테도 말 한 번 해 달라고 하니깐 사장도 흔쾌히 언제든지 오라고 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해도 뜨지 않은 시각에 옴 마흐무드를 따라 갔습니다.

 

해도 뜨지 않은 새벽. 재봉틀은 돌아간다 

 

아부 마흐무드가 일을 하러 차를 타고 먼 길을 가야 하는 것에 비해 옴 마흐무드가 일하는 옷 공장은 집에서 한 100여m 떨어져 있습니다. 공장에 도착하니 공장 문이 열려 있고 불이 환히 켜져 있었습니다. 두 어 분이 먼저 오셔서 일 준비를 하고 계셨고, 조금 있으니 사장도 오고 다른 분도 오셔서 10여분이 함께 일하는 공장이었습니다. 공장의 모습은 한국이나 팔레스타인이나 크게 다름없이 재봉틀이 2줄로 세워져 있고 사장이 노동자들한테 이거 저거 작업 지시를 했습니다.

 

이 공장에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경제의 한 면을 그대로 볼 수 있습니다. 이 공장은 이스라엘 원청 회사에서 물건을 받아다 작업을 해서 히브리어로 된 상표를 붙여서 다시 이스라엘 공장으로 보내는 일을 합니다. 쉽게 말해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스라엘 기업의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는 셈이죠.

 

실업률이 높은 팔레스타인인들로써는 무슨 일이라도 해야 되고, 이스라엘 회사는 노조니 복지니 이런 거 신경 안 써도 되지요.

 

10여명의 사람들과 함께 옷 만드는 일을 하고 있는 옴 마흐무드

 

물건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오가면서 여기 저기 세금을 내야 합니다. 그나마 세금이라도 내고 일이 계속되면 다행인데 이스라엘이 검문소를 닫아 걸면 실컷 일해 놓고 납품을 못해 대금을 받지 못하지요. 아니면 물건을 이동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려 운송비가 올라 가구요.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인들에게서 물과 땅, 값싼 노동력을 뽑아 가면서 이스라엘산 물건을 팔레스타인인들에게 팝니다. 예를 들어 나블루스라는 큰 도시 옆에는 칼킬리야라는 곳이 있습니다. 농민들은 이곳에서 생산한 과일과 야채를 나블루스에다 팔았지요. 그런데 어느 날 이스라엘이 농산물 실은 차량의 이동을 가로막았습니다.

 

칼킬리야의 경제는 그야 말로 곤두박질 쳤지요. 그대신 이스라엘은 나블루스에다 이스라엘 농산물을 파는 거지요. 농산물을 판매할 길이 없게 된 농민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싼 값에 이스라엘 회사에다 농산물을 넘기기도 하구요. 

 

이스라엘 기업과 경쟁을 할 만한 기업은 아예 허가를 내 주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팔레스타인인들 사이에는 이스라엘 상품 불매운동이 있습니다. 이스라엘 물건을 사면 돈이 이스라엘로 가고, 그 돈은 다시 무기가 되어 우리를 죽인다는 거지요. 그리고 이스라엘에 종속된 경제에서 좀 벗어나 보자는 겁니다.

 

아랍 코카콜라를 마실 것이냐 이스라엘 쥬스를 마실 것이냐

 

하루는 가게에서 오사마(오사마 빈 라덴은 아니구요 ^^)와 함께 음료수를 사 먹게 되었습니다. 제가 탄산음료를 별로 안 좋아해서 이스라엘 쥬스를 손에 잡으려고 하니깐 오사마가 ‘그건 이스라엘 산이야’합니다. ‘그래?’하면서 다른 것을 잡으려고 하니깐 그것도 이스라엘 산이라고 합니다. 쥬스는 이스라엘 것 밖에 없었고 결국 탄산음료를 마셨습니다.

 

어차피 점령을 했으니 팔레스타인인들을 자국 시민으로 삼아 함께 살든지, 아니면 많은 팔레스타인인들이 원하듯 일부 땅을 내어 주고 알아서 살라고 하든지 하며 될텐데 이스라엘이 이도 저도 아닌 점령 상태를 계속 유지하는 데는 점령이 곧 돈벌이가 되기 때문입니다.

 

전쟁을 많이 하면 무기를 많이 쓰게 되니 무기나 군수 회사들은 돈을 많이 벌게 되겠지요. 힘으로 밀어 붙이면 되니깐 땅이고 물이고 빼앗아 오면 되구요. 팔레스타인인들을 둘러싸는 고립장벽 공사는 건설 회사들한테는 대박인 셈이지요. 값싼 노동력과 상품 판매처로써도 팔레스타인인들은 훌륭한 역할을 하지요.

 

이스라엘 기업이나 이스라엘 점령촌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단 싸고 복지 같은 건 신경 안 써도 되고 필요 없으면 언제든지 짤라도 되지요. 이스라엘 시민권을 지닌 노동자들에게는 그리 할 수 없으니 팔레스타인 노동자를 쓰면 아주 수월하게 일을 부려 먹을 수 있는 겁니다. 이스라엘 법에는 미성년자 노동을 금지 했는데 이스라엘인들이 팔레스타인 청소년을 쓰다가 걸리면 모든 책임을 이 노동자들을 관리하는 팔레스타인 회사에 떠넘깁니다. 나는 몰랐다고 하는 거지요. 
 
미안한 밥숟갈

 

옴 마흐무드도 낮에 일을 마칩니다. 더우니깐 일찍 일을 시작해서 일찍 일을 마치는 거지요. 집에 오면 일단 낮잠도 자고 한 숨 돌립니다. 저녁 때쯤 일어나면 집안 일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옴 마흐무드 입장에서 다행인 것은 딸들은 물론 아부 마흐무드까지 집 안 일을 함께 하니 그나마 좀 수월해지는 거지요.

 

같이 놀다가도 옴 마흐무드는 일찍 잠자리에 듭니다. 피곤하니깐요. 특히 라마단 기간에는 보통 일이 아닙니다. 라마단때는 새벽부터 저녁까지 밥을 안 먹습니다. 그러니깐 저녁때부터 꼭두새벽까지 무언가를 먹어야 하는 거지요.

 

아이들이 있는 사람 입장에서는 자기 피곤하다고 계속 자고 있을 수가 없습니다. 일찍 일어나서 애들도 먹여야 하니깐요. 라마단이라고 밥도 제대로 안 먹고 피곤하고 그러니깐 공장 같은데서도 일하는 시간을 줄입니다. 시간을 줄이면 임금도 줄구요.

 

이스라엘 유대인들이 쓰는 히브리어로 된 옷 상표를 붙이고 있는 팔레스타인 노동자들

 

엄마 아빠가 옷 공장에서 일을 하면 슈룩은 동네 아이들을 모아 놓고 과외를 합니다. 팔레스타인에도 과외가 있냐구요? 어디 과외나 사교육이 한국만큼이야 하겠습니까만 좋은 대학 보내려고 부모들이 아이들 과외를 시키기도 합니다. 마흐무드와 아셈은 일이 있으면 어디 농장이나 공사장 같은데 가서 일을 하기도 하구요.

 

마흐무드 집은 식구는 많고 살림 형편은 어렵습니다. 7남매가 좁은 집안에서 천날만날 치고 박고 싸우고 울고 불고 하지만 가족 관계는 아주 좋다고 하네요. 아부 마흐무드도 그걸 자랑스러워 하구요. 와엘도 마흐무드 네가 형편은 어려운데 사람들 참 좋다고 합니다.

 

담배를 좋아하는 옴 마흐무드는 통에 든 담배를 사서 피우지 않고 담뱃잎과 종이를 사서 그걸 말아 피웁니다. 훨씬 싸게 먹히거든요.

 

마흐무드 집에서 밥을 먹을 때가 많은데 어떤 때는 솔직히 밥숟갈 보태기 미안할 때도 있습니다. 그 많은 식구가 먹고 살자니 그야 말로 먹는 것만 해도 얼마나 많은 돈이 들겠습니까. 냉장고를 채워 놔도 순식간에 비어 버리지요. 마음 좋은 사람들의 살림이 조금 나아졌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참, 제가 이런 얘기했다고 마흐무드 가족들한테 말하지 마세요. 마음 아파하고 속상해 할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