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이스라엘/06년·09년 팔레스타인

25.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뭐 해 먹고 사냐구요? - 두 번째 이야기

순돌이 아빠^.^ 2010. 3. 29. 19:57

 

(2009년 팔레스타인 갔던 이야기를 늦게나마 쓰기도 하고 고치고도 있는 글)

 

살람 알레이쿰 팔레스타인 - 팔레스타인에서 띄우는 00통의 편지

(팔레스타인, 내 가슴에 물든)

 

25.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뭐 해 먹고 사냐구요? - 두 번째 이야기

 

와엘과 와엘 동생 살람은 칠면조 농장에서 일하고, 와엘의 다른 형제나 친척들도 식료품 가게나 수퍼 같은 것을 합니다. 와엘의 조카들인 니달과 그 형제들은 동네에서 컴퓨터 수리․판매하는 일을 합니다. 제가 스카이프로 한국과 통화하기 위해 산 헤드셋도 니날 가게에서 샀구요.

 

팔레스타인 이발소

 

전통 색과 문양을 넣어 만든 찻잔 

 

참, 와엘은 농장에서 일하기 전에는 한 10년 쎄르비스 운전을 했다고 하더라구요. 이런 시골을 오가는 외국인이 잘 없어서 쎄르비스를 타면 기사들이 어느 집에서 지내느냐고 묻습니다. 와엘 얘기를 하면 열에 아홉은 ‘아하’ 그러냐고 하더라구요.

 

방학 때 이합은 농장에서 일을 했고, 이합 아버지는 집 짓는 공사장에서 일을 합니다. 옛날에는 쿠웨이트에서 일을 하고 그래서 이합 아버지는 영어도 잘 합니다. 또 다른 니달은 통신회사에서 일하고, 또 다른 무함마드는 닭 키우고 오이 키우는 일을 합니다. 마제드는 자기는 공부에는 관심 없으니 고등학교 졸업하면 경찰이 될 거라고 합니다.

 

그물을 손질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어민

 

중동하면 더위와 사막을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을 건데 팔레스타인에는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는 사람들도 있어요. 정당이나 사회단체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많구요.

 

사는 게 어려울 때는 서로 돕고 사는 거지요. 예를 들어 많은 가족들이 1층에는 장남 네, 2층에는 부모님 네, 3층에는 차남 네 이런 식으로 모여 삽니다. 가족과 친척 관계를 중요시하는 문화이기 때문에 한 집이 어려우면 서로 돕고 사는 거지요. 누가 이스라엘 군인한테 죽거나 끌려가서 아이들이 남게 되면 나머지 가족과 친척들이 거두는 거구요.

 

부모들이 자식들 좋은 대학 보내려는 이유는 상황이 어려운 만큼 공부를 해서 좋은 직업을 갖길 바라기 때문이지요. 컴퓨터, 은행 관련 일을 할 수 있으면 좋은 기회를 가진 셈이지요. 공무원이나 교사만 해도 안정적인 일자리가 될 거구요. 많은 사람들이 석유 나는 아랍 국가로 가서 일을 하고도 싶어 하구요. 거기서 일을 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것은 물론 여기서 사는 것보다는 자유로우니깐요.

 

이스라엘의 점령과 팔레스타인인과 관련된 속 터지는 이야기가 하나 있습니다. 고립장벽 건설은 팔레스타인인들의 땅과 이동의 자유를 빼앗고, 이들을 감옥 속에 가두는 일입니다. 그런데 이 공사장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이 일을 하는 거지요. 뭐라도 해야 하니 이런 일도 하는 겁니다.

 

비닐 하우스에서 오이 키우기

 

한번은 금융 회사에 다닌다는 사람을 길에서 우연히 만나 잠깐 얘기를 나누게 됐습니다. 자기는 투쟁도 인티파다도 싫대요. 왜냐하면 팔레스타인인들이 큰 투쟁을 벌이면 이스라엘이 도로고 상품 이동이고 모든 것을 차단해 버리니 팔레스타인 경제가 돌아갈 수 없다는 겁니다. 자기도 팔레스타인인이니깐 싸워야 된다는 건 알지만 큰 싸움이 벌어지면 먹고 사는 길이 당장에 어려워진다는 거지요.

 

2006년 총선에서 하마스가 집권하자 미국과 이스라엘, EU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로 들어가는 모든 자금줄을 끊어버렸습니다. 공무원들한테는 월급을 줄 수 없게 되었죠. 하마스를 두들겨 부수고 나서 다시 돈을 공급했고, 공무원들은 월급을 받을 수 있었지요.

 

자유를 위해 투쟁을 하면 이스라엘은 그동안 쥐고 있던 팔레스타인인들의 목줄을 꽉 틀어막아 버립니다. 자유니 민주주의니 떠들지 말고 조용히 시키는 대로 하면 굶지는 않겠다는 거지요.

 

팔레스타인 경제 이야기

 

요즘 세계 경제가 위기다 불확실성이 높다 해도 한국은 팔레스타인 보다 상황이 훨씬 나은 편입니다. 예를 들어 이스라엘 검문소를 닫아걸면 팔레스타인 노동자들은 까닭도 모른 채 검문소에서 기다리다 발길을 돌려야 하고, 그 검문소가 내일 열릴지 다음 달 열릴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 벌어지니깐요.

 

다시 말씀 드리지만 이 상황이라는 것은 조사할 때마다 많은 차이를 보일 수 있습니다. 요즘만 해도 서안지구에는 돈이 좀 돌도록 하고 있습니다.

 

탱크를 끌고와 이스라엘이 때려 부순 건물

 

서안지구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은 새로 들어선 이스라엘 정부가 내세운 ‘경제적 평화’ 정책과 관련이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아랍권에서 돈도 좀 더 들어오고 검문소도 조금 더 열어서 먹고 사는 게 좀 나아지게 해 줄 테니 해방이니 예루살렘이니 난민이니 하는 정치 이야기는 잊어버리라는 겁니다.

 

가자지구도 이왕 저렇게 된 거 잊어버리라는 겁니다. 최근 몇 년 동안 하마스가 집권한 가자지구를 두들기면서 파타가 장악한 서안지구에 대한 봉쇄와 통제를 약간 풀어주는 거지요.

 

그래서 라말라에서는 큰 건물 공사가 계속 되고 있고, 인근 지역에는 국제공항 건설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그나마 뭔가 좋아지고 있다는 기대감과 함께 이럴 때일수록 조심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당장 눈앞의 이익도 중요하지만 민족의 해방을 생각해야 한다는 거지요.

 

빼앗긴 땅과 자유를 되찾기 위해 이스라엘이 만든 검문소에서 집회를 열고 있는 팔레스타인인들

 

가자나 서안 지구에서 일하는 것보다는 이스라엘에서 일하는 것이 수입이 낫기 때문에 많은 노동자들이 기회만 되면 이스라엘 기업에서 일하려고 합니다. 이를 두고 어떤 이는 팔레스타인인들이 땀 흘려 이스라엘의 배를 불린다며 좋지 않는 시선을 보내기도 하지요. 이스라엘이 돈을 벌면 벌수록 우리 인생이 힘들어진다는 거지요.

 

잘은 몰라도 일제 식민지 시설에 조선인들도 비슷한 고민을 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당장의 생계유지와 멀지만 가야 하는 해방 사이에서 여러분들은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이러나저러나 상황이 어렵다고 모두 손가락만 빨고 있는 것은 아니니 큰 틀에서 팔레스타인 경제 상황에 관한 자료 몇 가지를 보여 드리겠습니다.

 

팔레스타인 주요 경제 지표(예루살렘 제외)

 

1995

1999

2002

2003

2004

2005

2006

2007

1인당 국민 총소득(미국 달러)

1,615

1,920

1,122

1,255

1,337

1,334

1,303

1,405

빈곤율(인구대비 %)

 

 

서안지구

13

41

37

38

22

19.1

가자지구

 

32

68

64

65

 

47.9

51.8

 

실업률(%)

1997~1999 평균

2000

2005 평균

2008(4~6월)

 

 

 

서안지구

가자지구

합계

15.5

14.1

23.5

16.3

45.5

2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