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팔레스타인 갔던 이야기를 늦게나마 쓰기도 하고 고치고도 있는 글)
살람 알레이쿰 팔레스타인 - 팔레스타인에서 띄우는 00통의 편지
(팔레스타인, 내 가슴에 물든)
28_저 소리 들려요?
새벽 3시쯤, 와엘하고 뒹굴 거리며 이 얘기 저 얘기를 하고 있는데 마젠이 전화를 했습니다. 이스라엘 군인이 짚차 5대를 끌고 마을에 들어왔다는 것입니다. 와엘과 함께 옥상으로 올라갔습니다. 와엘이 먼저 한 일은 옥상에 켜져 있던 불을 끄는 것.
제가 사진을 찍을 거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고, 사진 찍는 것을 이스라엘 군인이 보면 문제가 생길 거라는 것도 알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 군인들이 마을 떠도는 동안 와엘 집 옥상에서 본 텅빈 거리
마을이 꽤 큰 편이어서 옥상에 올라간다고 해서 마을 전체가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군인들의 이동을 알 수 있는 것은 곳곳에 있는 사람들이 지금은 어디서 어디로 움직이고 있다고 서로 전화를 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군인들이 갑자기 들어와서 사람을 잡아가기도 하고, 지나는 남성들을 검문하기도 합니다.
옥상에서 마을을 내려 보는데 정말 조용합니다. 새벽 시간이어서 그렇기도 하지만 깨어 있는 사람도 군인들이 들어왔기 때문에 모두 숨죽이고 있는 겁니다. 내려가서 군인들을 찾아 사진이라도 찍고 싶지만 저는 괜찮은데 혹시나 와엘에게 좋지 않은 일이 생길까봐 그냥 참았습니다. 물론 와엘은 자기는 괜찮으니깐 내려가라고 합니다. 그 정도 일은 일도 아니라는 표정입니다.
혹시 군인들이 지나갈까 싶어 기다리며 이런 저런 얘기를 했습니다. 2000년에 알 아크사 인티파다(2차 인티파다)가 시작되고 서너 해 동안은 정말 힘들었다고 합니다. 남자들이 길을 다니면 군인들이 총을 쏴 대서 모두 집에 있어야 했고, 가까운 도시인 툴카렘까지도 가지 못했다고 합니다.
인티파다 때 이스라엘 군인에게 총 맞아 죽은 와엘 삼촌 사진
학생들도 한 동안 학교를 가지 못했습니다. 와엘의 삼촌도 인티파다 때 군인을 향해 돌을 던지다가 총에 맞아 죽었다며 사진을 보여 줬습니다.
다행(?)히도 이 날은 이스라엘 군인이 아무 일을 일으키지 않고 그냥 물러갔습니다. 아무 일이 없기는 했지만 뭐라 쉽게 표현하기 어려운 긴장어린 침묵의 느낌은 아직도 제 마음에 남아 있습니다.
끌려가는 사람들
며칠 뒤에 농장에서 사람들과 어울려 있는데 삐리릭 전화가 울립니다. 마을에 또 군인들이 들어왔습니다. 뭔 짓을 하는지 보려고 친구들한테 가서 봐도 되겠냐고 하니깐 저것들은 머리에 든 것 없어서 아무 생각 없이 총을 쏘는 놈들이니깐 절대 안 된다고 합니다.
이스라엘과 싸우다 죽은 사람들의 사진으로 만든 포스터
여러분은 총하면 어떤 생각이나 느낌이 드시나요? 요즘은 영화나 드라마, 게임을 통해서 많은 분들이 쉽게 총을 접합니다. 멋지게 총을 들고 있거나 쏘는 사람이 나와서 사람들을 흥분시키기도 하지요. 그런데 총이란 것이 정말 그렇게 멋지고 가볍게 쏴도 되는 걸까요?
우리에게 다가오는 총이라는 말과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다가오는 총이라는 말은 다를 거라 생각합니다. 이들에게 총은 직접 맞을 수도 있는, 또는 가족이나 이웃의 누군가가 총에 맞아 죽은 의미에서의 총이겠지요.
총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거기에는 기억과 아픈 상처가 담겨 있는 물건이기도 하지요. 반대로 해방을 위해 죽음을 무릎 쓰고 들어야 하는 것이기도 하구요.
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는 팔레스타인인. "점령을 중단하라"
이래 살아도 한 평생이고, 저래 살아도 한 평생인데다 저의 노동에 생계를 의지하고 있는 사람도 없는 판국이어서 까짓 거 총이야 상관없지만 제가 간다고 하면 친구들 가운데 누군가는 따라 붙을 가능성이 높아서 그냥 참았습니다.
이날은 군인들이 팔레스타인인 1명을 붙잡아 갔습니다. 누구는 체포라고 하고 누구는 납치라고 부르는 일이지요. 팔레스타인인이 집안에 총을 숨겨 놓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이스라엘은 다시 한 번 신비한 능력을 발휘 했습니다. 개까지 끌고 와 숨겨 놓은 총을 찾았다고 하는데 도대체 그 사람이 총을 숨겨 놨는지 어떻게 알았냐는 겁니다. 스파이라는 말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거지요.
인기 드라마 ‘밥알하라’에 프랑스 군인이 아랍인의 옷을 벗겨 놓고 채찍으로 때리는 장면이 나오기에 왜 저러냐고 물었더니 마을 사람을 고문해서 정보를 얻어내기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
저 소리 들려요?
어제는 농장에서 텔레비전을 보며 놀고 있는데 마흐무드가 갑자기 ‘저 소리 들려요?’라고 했습니다. 뭔가 들리는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아서 모르겠다고 하니깐 자세히 들어보면 비행기 소리가 들린다고 했습니다. 고개를 창밖으로 내밀고 들어보니 정말 희미하게 비행기 날아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언덕 위에 서 있는 이스라엘 군인들을 향해 돌을 던지는 팔레스타인인
이스라엘이 늘 띄워놓고 팔레스타인인들을 감시하고 사진도 찍는 무인정찰기라고 합니다. 팔레스타인에서는 활동가 암살이 많은데 무인정찰기가 표적의 움직임을 잡아서 정확하게 죽일 수 있게 한답니다.
한번은 와엘 집에서 친구들이 갑자기 텔레비전 소리를 낮추더니 하늘로 손가락을 가리키며 소리를 들어보라고 한다. 처음에는 아무 소리도 안 들렸습니다. 다시 들어보라고 합니다. 헬리콥터 소리랍니다. 그러고 보니 '두두두두' 헬리콥터 소리가 들립니다. 아파치 헬기라는 말은 영화나 뉴스에서 보던 것이었는데 지금은 실제로 제 머리 위를 떠다니고 있는 거지요.
길에서 붙잡은 팔레스타인인을 끌고 가는 이스라엘 군인
아흐마드 야신이라는 하마스의 대표가 있었습니다. 하마스를 지지하던 아니던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는 인물이었죠. 예전에 다쳐서 몸을 거의 움직이지 못하고 늘 휠체어를 타고 다녔습니다.
2004년 3월22일, 야신은 새벽에 이슬람 사원에서 기도를 했습니다. 그가 사원에서 나오자 이스라엘은 곧바로 헬리콥터에서 미사일을 날렸고 야신을 포함해 10여명이 그 자리에서 숨졌습니다.
주변에는 스파이들이 우글거리고, 검문소에서는 수배자들을 잡기 위해 눈이 뻘개져 있고, 수시로 활동가들에 대한 암살과 체포가 벌어지는 곳에서 저항의 몸짓이 끊이지 않는 걸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한국에서 어떤 분은 그러면 팔레스타인 저항 조직들은 어떻게 무기와 자금을 모으냐고 묻는 분이 계십니다. 제가 알 정도면 이스라엘도 안다는 것이고 그러면 모든 것이 드러나 박살이 나겠지요.
선물. 인티파다가 뭐냐구요?
한국의 역사를 알기 위해 일제 식민지 시절이나 6.25 등을 알아야 하듯 팔레스타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티파다를 꼭 알아야 합니다. 인티파다는 아랍어로 각성이나 항쟁을 뜻하는 말입니다. 그러던 것이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스라엘의 점령에 저항하는 대규모 항쟁을 벌이면서 지금은 인티파다 하면 팔레스타인들의 투쟁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됩니다.
지금까지 크게 2차례의 인티파다가 있었습니다. 인티파다 또는 1차 인티파다는 1987년 말에 시작되었습니다.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들을 살해하자 곧바로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고 이것이 서안지구로 확산되었지요. 노동자들은 파업을 하고, 상가는 문을 닫고, 사람들은 세금 납부를 거부했습니다.
거리에서는 연일 돌과 총알이 날아 다녔고, 팔레스타인인들에게는 해방을 향한 꿈, 이스라엘에게는 점령의 한계를 보여준 사건이었습니다. 어린이가 탱크를 향해 돌을 던지는 사진이 전 세계로 퍼지면서 다시 한 번 팔레스타인이 국제 사회에 중요한 지역으로 떠올랐지요.
알 아크사 인티파다 또는 2차 인티파다는 2000년 9월에 시작됩니다. 1차 인티파다의 영향으로 흔히 평화협정으로 불리는 오슬로 협정이 체결되었지만 기대와는 달리 점령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지요. 그래서 2000년에 팔레스타인인들이 다시 대규모 투쟁에 나선 겁니다.
알 아크사는 이슬람의 주요 성지인데 이곳을 이스라엘 총리가 군대를 끌고 방문하면서 팔레스타인인들의 분노를 일으켰지요. 팔레스타인 관련 자료를 관심 있게 보신 분들은 많은 통계가 2000년 9월 이후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겁니다. 알 아크사 인티파다를 시작으로 통계를 잡았다는 거지요.
가자지구와 서안지구에 사는 팔레스타인인이 400만 명 정도(부산시와 비슷) 되는데 2000년 9월 이후 2009년까지 9년여 동안 약 6천여 명이 이스라엘에게 살해 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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