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이스라엘/06년·09년 팔레스타인

36_대학교수 사타르 카셈 씨와의 대화 - 첫 번째 이야기

순돌이 아빠^.^ 2010. 4. 4. 12:19

 

(2009년 팔레스타인 갔던 이야기를 늦게나마 쓰기도 하고 고치고도 있는 글)

 

팔레스타인, 내 가슴에 물든

 

36_대학교수 사타르 카셈 씨와의 대화 - 첫 번째 이야기

 

오늘은 알 나자 대학에서 정치학을 가르치고 있는 사타르 카셈 씨를 만났습니다. 사타르 카셈 씨는 지금은 나블루스에서 지내지만 데이르 알 고쏜 출신이어서 이 마을에도 아직 집이 있습니다. 저희 보고 필요하면 자기 집에서 지내도 된다고 하더라구요.

 

와엘 집과 담을 맞대고 있는 이슬람 사원의 이맘(이슬람 성직자)은 사타르 카셈 씨의 형제입니다. 이슬람 지하드 활동 관련해서 지금은 이스라엘 깜빵에 가 있구요. 사타르 카셈 씨는 그동안 여러 차례 [한겨레]신문에 기고를 해서 한국과도 오랜 인연을 맺고 있습니다. 예전에 만난 적도 있고, 인터뷰 전에 이메일로 얘기를 나눠서 곧바로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사타르 카셈 씨

 

미니 : 미국과 세계화에 관련된 이야기부터 해 볼까요? 문화적 세계화가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어떻다고 생각하십니까?

 

사타르 : 모든 곳에서 벌어지는 문제입니다. 지금 세계화는 더 정확히 말하면 미국화를 말합니다. 전 세계 사람들이 미국 문화를 복제하고 있고 미국으로부터 배우고 있습니다. 미국은 자신들의 문화와 생각을 세계에 퍼뜨리기 위해 많은 돈을 쓰고 있습니다. 미국의 생각은 만약 군사적인 방법으로 정복할 수 없다면 교육이나 문화를 통해 정복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의 경우 미국과 다른 문화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그동안 독자성을 많이 잃어 왔습니다. 팔레스타인, 요르단, 레바논, 이집트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예를 들어 햄버거와 켄터키 후라이드 치킨과 같은 미국식 음식, 미국 깃발이 그려진 옷을 입은 사람 등을 쉽게 볼 수 있을 겁니다. 이게 문제입니다. 왜냐구요?

 

다른 문화에서 만들어진 것을 가져다 쓰는 민족은 결코 발전할 수 없습니다. 다른 문화로부터 이익을 얻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문화라는 것은 역사적 과정의 산물이기 때문에 다른 문화를 복제할 수는 없습니다. 오랜 역사의 산물인 문화를 10년, 15년, 50년 만에 복제할 수 있을까요? 남의 문화를 복제한 민족은 결코 발전할 수 없고, 패배자로 남을 것입니다.

 

팔레스타인인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잃고 있습니다. 적어도 우리가 독립을 하거나 해방을 이룰 때까지는 우리의 정체성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민족의 미래와 희망을 실현하기도 전에  우리 자신의 정체성을 해체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원하는 것이 바로 이것입니다. 미국은 우리가 아랍 또는 팔레스타인인으로써의 정체성을 잃기를 원합니다. 문화적인 방법을 쓰면 미국은 우리를 통제하기 쉬워지고, 우리를 미국이 원하는 대로 끌고 갈 수 있습니다.

 

미니 : 팔레스타인인의 정체성에 대해서 얘기 했는데 정체성이라고 하면 문화적 정체성, 정치적 정체성, 이슬람 정체성 등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어떤 정체성을 의미하나요?

 

사타르 : 정체성을 규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는 아랍과 이슬람이라는 문화와 떨어질 수 없습니다. 우리는 아랍인입니다. 우리가 팔레스타인에서 어떤 습관을 가지고 있다면 레바논에 가도 마찬가지입니다. 시리아에 간다고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랍인들 사이에는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두 번째로 우리는 무슬림입니다. 아랍인이나 팔레스타인인을 이슬람 전통과 분리할 수는 없습니다. 종교적이 아닌 사람일 수는 있지만 전통과 문화는 이슬람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기도를 하고 단식을 합니다. 또 그들만의 의식이나 생활을 갖고 있습니다. 이런 것들이 종교적이지 않은 사람에게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제닌이 한  난민촌에 있던 벽화 


기독교인도 마찬가지입니다. 팔레스타인 기독교인들은 이슬람 문화의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종교적으로는 기독교인이지만 문화적으로 보자면 그들은 무슬림입니다. 그래서 우리 자신을 무슬림, 아랍인, 팔레스타인인으로 규정하는 겁니다.

 

그러면 우리가 왜 팔레스타인인으로써의 정체성을 요구 하냐구요? 우리 땅을 빼앗겼기 때문입니다. 우리 땅에서 쫓겨났기 때문입니다. 그게 우리가 팔레스타인인이라고 주장하는 이유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해방을 원하기 때문입니다.

 

미니 : 팔레스타인에서 지내면서 아랍 또는 이슬람 사회의 부정적인 측면도 봤습니다. 예를 들어 여성에 대한 차별이나 부자와 가난한 자 사이의 경제적 차이 같은 것들인데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사타르 : 정확히 맞는 말입니다. 우리는 여러 가지 단점을 가지고 있고, 사회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습니다. 먼저 여성과 관련해서, 미니가 본 것은 이슬람 문화가 아니라 아랍 문화입니다. 일반적으로 아랍 문화는 여성들을 크게 존중하지도 않고 여성들에게 높은 지위를 보장하지도 않습니다.

 

이슬람 문화는 약간 다릅니다. 이슬람에서는 많은 부분에서 여성들에게 높은 지위를 보장하고 여성과 남성은 동등하다고 합니다. 역사적으로 아랍 문화는 여성을 출산과 부엌일을 하는 존재로 취급 하였습니다. 따라서 우리에게는 이슬람 가치와 아랍 가치 사이에 충돌이 있습니다. 지금은 아랍 문화가 우세한 상황입니다.

 

여성들이 머리에 무언가를 쓰는 것에 대해 생각해 봅시다. 머리에 쓰는 것은 아랍 문화 또는 아랍식 사고입니다. 이것은 이슬람 방식은 아닙니다. 이슬람 사상 전문가인 내 입장에서 보면 이슬람에서는 여성들이 반드시 머리에 무언가를 써야 한다는 규정을 볼 수 없습니다.
 
여성들의 사회 참여에 대해서도 봅시다. 아랍 문화는 여성들의 사회 참여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슬람에서는 여성들에게 반드시 사회 참여를 하라고 합니다. 하지만 아랍 문화는 이런 이슬람 방식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둘 사이에 모순이 생깁니다.

 

나는 우리가 진정한 무슬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열심히 일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슬람에서는 반드시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 합니다. 우리는 이스라엘이나 자치정부가 저지르는 부정의와 맞서지도 않고 정의를 위해 싸우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이슬람에서는 반드시 정의를 위해 싸워야 한다고 합니다.

 

우리는 서로를 험담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옆에 있는) 와엘이 자리를 뜬 뒤에 와엘에 대해서 좋지 않은 얘기를 한다고 칩시다. 이슬람에서는 그렇게 하면 안 됩니다.

 

우리의 월급도 다른 나라들이 지원하는 돈으로 받습니다. 그렇게 하면 안 됩니다. 만약 우리가 조국을 해방 시키고 싶다면, 우리가 존중받고 싶다면 우리는 스스로 살아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그것이 우리의 큰 단점이고 이슬람의 가르침과도 다른 것입니다.

 

WFP세계식량계획과 사우디아라비아가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보낸 식용유

 

미니 : 그동안 저는 이곳 데이르 알 고쏜에서도 USAID에서 지원한 물건들을 여러 차례 봤습니다. 앞서 세계화와 미국의 힘 등에 대해서 얘기 했는데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미국의 인도주의적 지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사타르 : 먼저 지원 국가들에 대해 말하고 싶습니다. 지원 국가들의 돈으로 우리는 월급을 받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 에미리트, 쿠웨이트 등 아랍 국가들이 지원금 가운데 53%를 보냅니다. 유럽이 30%, 미국이 7%, 나머지를 한국이나 일본과 같은 나라들이 보냅니다. 문제는 대부분의 돈을 아랍 국가들이 보낸다는 거고, 이 국가들은 이스라엘과 미국의 허락 없이는 돈을 보내지 않습니다.

 

누가 실제로 이 지원금을 통제하고 있는지를 봐야 합니다. 그들이 돈을 줄 때는 팔레스타인인들이 복종해야 하는 여러 조건을 내겁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더 이상 협상은 필요치 않다고 했다고 하죠. 그러면 이스라엘은 유럽에게 돈을 주지 말라고 할 겁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돈이 떨어질 것입니다. 이게 문제입니다. 그들은 돈을 통제하면서 우리의 정치적 의지까지 통제하는 것입니다.
 
나는 이스라엘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스라엘과 싸울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만약 자치정부가 나에게 이스라엘을 인정하라고 압력을 넣는다면 거기에 맞서 싸울 것입니다. 그들은 그들의 목적을 우리에게 강요하고 있는 것입니다. 내가 말하고 있는 것은 우리가 큰 실수를 했다는 것입니다.
 
나는 팔레스타인의 정치 지도자들에 대해 큰 의문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은 팔레스타인의 진정한 지도자가 아닙니다. 그들은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졌고, 누군가를 위해 일을 하고 있습니다. 누군가가 누구냐고요? 확실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나는 그들이 서방 정보기관과 연결되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팔레스타인 민족의 단결에 대해 말하는데 누가 민족의 단결을 이룰 것입니까? 감옥과 같은 환경에서는 민족의 단결을 이룰 수 없습니다. 1993년 체결된 오슬로 협정을 예로 들어 봅시다. 그때부터 우리는 재정 지원 국가에 더욱더 의지하기 시작했고, 그와 동시에 우리의 자신의 생산적인 경제 활동을 포기하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약 17만 명을 고용하고 있습니다. 팔레스타인은 작은 국가인데 그렇게 많은 사람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러는 사이 생산적 경제 인구가 약 25만 명 줄었습니다. 완전히 멍청한 짓입니다.

 

영국 작가 뱅크시의 작품

 

미니 : 그동안 팔레스타인의 여러 단체 활동가들을 만났습니다. 그들은 다른 나라 정부나 다른 나라의 단체로부터 돈을 받고 있습니다. 그들은 늘 지원 국가나 지원 단체와 일을 하고, 사회운동조차 외국 단체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사타르 : 그것 또한 우리의 딜레마입니다. 자치정부의 딜레마와 함께 NGO의 딜레마가 있습니다. 유럽이나 미국과 같은 많은 나라들이 팔레스타인에서 여러 NGO를 만들었습니다. 이 NGO들이 거의 모든 삶의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건물을 짓는다거나 농업을 하는 것 등은 좋습니다. 문제는 이 NGO들이 팔레스타인 문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팔레스타인 문화에 영향을 주고 싶어 합니다. 또 이들 NGO들은 지원 국가의 의지나 정책에 따라 팔레스타인인들을 가르치려고 합니다. 12개의 지원 국가가 있다고 하면 12개의 문화가 팔레스타인에 있는 셈이 됩니다.

 

프랑스가 어떤 방향으로 교육을 하는 동안 미국은 팔레스타인 아이들을 다른 방향으로 가르칩니다. 벨기에도 그렇고, 이탈리아도 그렇습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마치 칵테일처럼 되었습니다.

 

이 NGO들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들입니다. NGO를 이끌고 있는 많은 사람들은 대학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팔레스타인의 학문을 이끄는 사람들이 지원 국가나 NGO의 뜻에 따라 일하고 있는 겁니다.

이에 대한 결과로 팔레스타인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까.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해로운 일을 하고 있는 겁니다. 팔레스타인의 정치를 이끄는 사람들은 지원 국가의 보살핌 아래 있고, 학문과 문화를 이끄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다보니 우리는 우리의 진정한 정치적 의지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이것을 다른 말로 하면 우리는 우리의 의견을 말할 수 없고 그들의 의견을 듣기만 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들의 명령에 복종해야 합니다. 이것이 팔레스타인 문제가 바닥으로 추락하는 이유입니다.

 

오래 전에 우리는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한 노력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겨우 점령촌 확장 중단을 요구하는 정도입니다. 팔레스타인 문제는 가라앉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