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이스라엘/06년·09년 팔레스타인

35_ 여성 활동가 나디아 씨와의 대화

순돌이 아빠^.^ 2010. 4. 4. 11:57

(2009년 팔레스타인 갔던 이야기를 늦게나마 쓰기도 하고 고치고도 있는 글)

 

팔레스타인, 내 가슴에 물든

 

35_ 여성 활동가 나디아 씨와의 대화

 

여성 농민단체에서 활동하며 데이르 알 고쏜에서 사는 란다의 소개로 나디아 씨를 알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툴카렘에서 PWWSD에서 활동하는 나디아 씨와 대화를 나눴습니다.

 

PWWSD는 1981년 태어난 단체로 Palestinian Working Woman Society for Development, 발전을 위한 팔레스타인 여성 노동자 협회 정도 된다고 하면 될까요? 홈페이지 주소는 http://www.pwwsd.org 입니다.

 

나디아 씨

 

미니 : 팔레스타인의 여성 문제, 어떤 얘기부터 시작할까요?

 

나디아 : 먼저 남성과 여성은 같은 일을 해도 남성이 더 많은 돈을 받습니다. 여성들은 일할 수 있는 시간이 아주 제한되어 있고 집에 일찍 가야하고 부엌 일 하고 아이들 공부도 챙겨야 하고 집안일도 해야 하고 청소도 해야 하지요. 그러다 보니 여성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교사나 간호사와 같은 직업에 제한될 수밖에 없습니다.

 

여성이 어디 가는 것에 대해서도 모든 남성들이 허락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여성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좁은 거지요. 여성들이 원한다고 그 일을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운전기사가 된다거나 밤늦게까지 일해야 하는 직업은 가질 수 없습니다.

 

미니 : PWWSD는 미용사나 교사들과 함께 노조나 관련 조직을 만드는 일도 했다던데 그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은데요

 

나디아 : 어려움의 하나는 모든 여성이 조합 활동에 적극적이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모든 여성에게 우리의 권리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 지를 교육할 필요가 있습니다. 유치원의 경우 한 가지 어려움은 유치원 사장이 이런 활동에 반대할 때입니다. 운영비용이 올라갈 거라는 것을 그들도 아니깐요. 언제나 문제는 사장들을 설득하는 일입니다. 

 

일자리는 부족하고, 노동시장은 작고, 경제 상황은 어렵기 때문에 사장들은 여성들을 싼 값에 쓸 수 있게 되는 겁니다. 그래서 여성들의 권리에 대해 더 많은 교육과 설득, 인식이 필요합니다.

 

어떤 때는 여성들을 교육하고 조직하는데 1년씩 걸리기도 합니다. 조합비라고 해야 겨우 10셰켈 정도 되는 게 그게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그들은 처음에는 우리의 권리를 찾고, 법적 절차는 어떻게 되고, 직장에서 더 좋은 위치를 갖고, 일을 그만 둘 때 돈은 어떻게 받고 등과 같은 일들이 자신에게 이익이 될 거라 생각하지 못합니다.  

 

PWWSD의 활동 가운데 하나. 학생들이 그림을 통해 학생들이 가진 심리 문제를 찾아 본다. 사진_PWWSD

 

미니 : PWWSD는 학교에서 어린이들을 위해서도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나디아 : 엄마와 어린이들을 함께 교육도 하고 여러 가지 활동도 하는데, 이런 과정을 통해 누가 심리적 문제를 안고 있는지를 찾고 이들이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알다시피 우리는 점령 상황 아래 있고, 때로는 가정 폭력 때문에 아이들이 심리적 문제를 안고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린이가 아주 폭력적인 경우가 있는데 카드놀이나 이야기 읽기 등으로 폭력성을 줄이기 위해 노력합니다.

 

미니 : PWWSD는 수감자 가족들을 위한 활동도 하던데

 

나디아 : 남편이 수감자인 경우 여성이 가족들에 대한 책임을 안게 되고, 여성에게 주어진 압박감이 아이들에게 옮겨지기도 합니다. 여러 활동을 통해 엄마와 아이들이 안고 있는 문제에서 벗어나도록 지원합니다. 특별한 지원이 필요한 경우는 상담 전문가를 통해 지원을 하기도 합니다. 아빠는 감옥에 있고 엄마는 가족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압박 속에서 주어진 상황과 현실 사이의 삶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거죠.

 

PWWSD의 활동 가운데 하나. 수감자 가족 지원 활동. 사진_PWWSD

 

미니 : 나디아 씨도 직접 남녀 차별을 경험하실 텐데요

 

나디아 : 한국이나 팔레스타인 여성의 상황은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 여성의 위치라는 것은 같을 거라 생각한다. 물론 팔레스타인은 종교나 사회 때문에 한국에 비해 좀 더 보수적입니다. 상황을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오랜 시간이 필요한 일입니다.

 

현실을 바꾸는데 여성 자신이 하나에서 열까지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십대, 이십대, 삼십대 여성들과 함께 일하는 것은 아주 쉬운 편입니다. 하지만 40대, 50대 여성의 경우는 생각을 바꾸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페미니스트로써, 여성 운동 활동가로써 저 또한 여전히 큰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미니 : 팔레스타인 여성과 남성은 이스라엘의 점령 아래 있습니다. 여성의 권리를 요구할 때 민족 해방이 먼저고 여성의 권리는 다음이라고 얘기하는 경우도 있을 것 같은데

 

나디아 : 내 생각에는 점령이 중요한 문제입니다. 점령이 남성과 여성의 삶 모두에 영향을 미칩니다.

 

팔레스타인 사회의 경우 남성들은 가족들을 먹여 살려야 하고 필요한 돈을 벌어와야 합니다. 가족들에 대해 아주 많은 책임을 지고 있는 거지요. 그런데 경제 상황이 갑자기 나빠지면 남성은 자신을 가족도 부양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여깁니다. 가족 안에서 자신의 위엄도  잃었다고 생각하는 거지요. 이런 상황이 가족들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아내를 때릴 수도 있고 아이들을 괴롭힐 수도 있습니다. 점령과 남성의 사고, 사회적 상황이 서로 영향을 주고 있는 거죠.

 

미니 : 많은 외국인들은 팔레스타인 여성들이 정치나 사회운동에 참여하는 것을 상상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팔레스타인 여성에 대해서는 늘 히잡을 쓰고, 늘 울고 하는 식으로만 생각하는데... 

 

나디아 : 아주 낡은 생각입니다. 물론 여전히 우리는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하지만 상황은 완전히 변했습니다. 저와 제 동료들을 보세요. 우리는 21세기에 살고 있습니다.  팔레스타인 여성이 활동적이고 강한 사람들이라고 자랑스레 말할 수 있습니다.

 

워크숍에서 토론중인 여성들. 사진_PWWSD

 

미니 : 점령과 여성의 관계에 대해 얘기해 보지요. 이스라엘 군인들이 여성을 살해하기도 하고, 길에서 출산을 하기도 한다던데...

 

나디아 : 점령은 여성의 삶의 큰 장애물입니다. 인티파다가 시작되었을 때 많은 여성들이 임신을 두려워했습니다. 왜냐하면 출산을 하러 병원에 가야 하는데 모든 검문소가 닫혀서 검문소를 통과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미니 : 점령이 여성의 삶에 미치는 주요한 문제들은 어떤 것인가요?

 

나디아 :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경제 상황은 모든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폭력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검문소에 여성 학대가 벌어지기 때문이 이동에 대한 두려움도 있습니다.

 

미니 : 팔레스타인 사회를 보면 법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범죄자가 자유롭게 다니는 경우도 있을 것 같은데

나디아 : 명예살인이 하나의 사례입니다. 전통을 이유로 여성을 살해하기도 하는데 처벌의 수위를 높여야 한다.

미니 : 명예살인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지

 

나디아 : 불행하게도 자료나 통계에 나오는 것보다 더 많은 여성들이 명예살인을 당하고 있을 것입니다. 사실 명예살인에 대한 정확한 자료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건 아주 민감한 주제여서 경찰이나 인권단체가 모든 사례를 조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미니 : 왜 범죄자가 법적으로 처벌되지 않습니까?

 

나디아 : 법이 이런 상황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만약 어떤 여성이 가족의 명예를 이유로 살해되면 남성에 대한 처벌은 아주 약합니다. 여성의 경우는 반대입니다. 남성과 여성이 같은 문제를 일으켜도 법적으로 여성은 남성에 비해 더 강한 처벌을 받습니다. 법과 사회, 의식 모두가 문제입니다.

 

여성은 언제나 가족에게 명예의 상징입니다. 만약 여성이 가족의 명예를 더럽히면 그는 살해당하게 됩니다.

 

미니 : 그 명예라는 것이 뭔가요?

 

나디아 : 남편은 다른 여성과 결혼하고 싶어 했고 아내는 반대했습니다. 그리자 이 남성은 아내를 살해한 뒤에 명예를 위해서 죽였다고 했습니다. 이런 식입니다.

 

미니 : 이슬람이 명예살인을 감싸고 있다고 생각하나요?

 

나디아 : 이슬람과 꾸란에 따르면 누군가 한 여성이 나쁜 짓을 했다거나 명예롭지 못하고 부도덕한 행위를 했다고 말하려면 4명의 증인을 데려와야 합니다. 증인은 다른 사람에게서 얘기를 들은 것이 아니라 직접 그들의 눈으로 여성이 나쁜 짓을 한 것을 본 사람이어야 합니다. 그런 증인이 있어야만 여성을 처벌할 수 있는 겁니다. 이것이 이슬람이 여성을 보호하는 방법입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이런 보호는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제가 얘기했듯이 종교는 매우 사회적인 것이어서 남성들은 그들이 원하는 대로 종교에 대해서 말하고 있습니다. 이슬람은 여러 조건을 내걸면서 남성이 4명의 여성과 결혼하는 것이나 여성 살인을 지지하지 않습니다.

 

"장벽에 반대하는 여성들"

 

미니 : 팔레스타인 사회가 어떻게 남성들을 교육할 수 있을까요? 예를 들어 학교나 언론을 통한다든지

 

나디아 : 남성들이 여성의 상황, 생각, 권리 등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공개회의나 토론회 등을 개최해서 여성 문제에 대해 토론합니다. 텔레비전이나 라디오 프로그램에서도 여성 문제에 대해서 얘기하구요.

 

미니 : 아무래도 농촌 지역이 도시 지역에 비해 좀 더 보수적일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란다의 경우 동네 사람들이 욕을 하기도 할 것 같은데요. 란다가 여성들을 조직하려고 시도하고 남성 폭력에 맞서 싸우기도 하니깐요.

나디아 : 란다가 강한 여성의 한 사례입니다. 마을 사람들을 설득해야 합니다. 그들은 아랍식 사고에서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또 그렇기 때문에 많은 여성들이 란다와 함께 하고 있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란다를 비난할 거고 어떤 사람들은 비난하지 않을 겁니다.

 

미니 : 이란에서 여성을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민주주의를 요구할 때 일부 남성들은 여성들에 대해 ‘너희는 미국의 친구야’ ‘너희는 제국주의의 친구야’라고 비난했습니다. 

 

나디아 : 왜냐하면 그들이 남성들의 신념에 도전했기 때문입니다. 우파든 좌파든 자신만의  이익을 가지고 있는데 여성들이 그걸 위협한 거지요. 자료에 보니 이란 여성들이 감옥에서 고문당하고, 강간당하고, 성적 학대를 당했다고 합니다. 이것이 이란 여성들을 처벌하는 방법인 겁니다.

 

미니 : 이스라엘 여성 단체와도 관계를 맺고 있나요? 여성 유대인을 만났을 때 소통하는데 어려움을 겪기도 하는지

 

나디아 : 이스라엘 여성 단체가 우리를 지원하기도 하고 여성 유대인들과 만나기도 합니다. 소통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는 어려움을 느끼기도 합니다. 사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은데 역사에 대해서는 소통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거지요. 하지만 자유나 인권 등 특정한 분야에서는 함께 할 수 있습니다.

 

미니 :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나디아 : 우리는 가장 위험한 점령지에 살고 있는 팔레스타인 여성이자 아주 자유롭고 강한  여성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팔레스타인 여성들은 언제나 자유를 추구했고, 스스로를 발전시키려 했습니다. 많은 것을 이뤘다고 자랑스레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평화와 민주주의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여러분과 계속 인연 맺으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PWWSD를 비롯해 여성단체들이 장벽 건설 반대 집회를 열고 있는 모습. 사진_PWWS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