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5월과 10월 잠깐만 작품 전시회를 하는 신기한(?) 간송미술관에 갔습니다. 주변의 나무와 꽃을 가장 예쁘게 보여주려고 5월과 10월에만 대문을 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1910년대 조선 화가들의 작품이라고 하는데, 전시회 한다고 해서 간 거지 제가 뭐 아는 게 있어야지요. 그냥 느낀 대로 떠들어 보자면 전시장에는 크게 4종류의 사람과 작품이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냅다 흉내 내는 이들입니다. 알지도 못하고 본 적도 없는 중국의 옛 이야기를 냅다 상상해서 흉내 내는 거지요. 한국에서 예술가나 학자가 예전에는 중국의 것을 누가 누가 잘 베끼느냐를 통해 제 이름을 내려고 했다면 요즘은 유럽이나 미국의 사상이나 옛 이야기를 잘 알지도 모르면서 냅다 외워대는 것으로 자신을 높이려고 하는 경우가 많지요. 중국이나 유럽의 것을 가져와서는 안 된다는 것이 아니라 흉내 내기가 예술이나 학문의 목적은 아니라는 겁니다.
안중식, <한산충무>
두 번째는 ‘니나노 늴리리야~’입니다. 목동이나 소작 농민은 열라 일하고 양반들은 냅다 처먹고 놀기만 하는 겁니다. 놀다 심심하면 하지도 않는 공부를 하는 것처럼 책 읽는 흉내도 내고 하는 거지요. 부와 권력을 쫓다가도 괜히 매화나 대나무를 그리며 지조 있는 선비도 흉내내구요. 요즘 있는 것들이 기부다 뭐다 하면서 ‘난 졸부들과는 달라’라고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세 번째는 눈 감고 그림 그리는 이들입니다. 매화를 그리던 난과 대나무를 그리던 인간의 삶과 세상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면 매화가 겨울을 이긴 들, 댓잎이 늘 푸른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멍한 정신으로 바라보는 소나무는 그저 땔깜으로써의 소나무일 뿐입니다. 깨어 있는 정신이 있어야 푸른색이 정신을 나타낼 수 있겠지요.
네 번째는 [베짜기]라는 작품 속의 사람과 베짜기를 그린 사람입니다. 옛 그림 속에 자주 나타났던 것이 할 일 없이 도포자락 휘날리며 처먹고 놀기나 하는 양반들이었다면 [베짜기] 속에는 시골집에서 베를 짜는 여성이 등장합니다. 그림이 알지도 보지도 못한 중국의 적벽 앞에서 처먹고 노는 것이나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 눈앞에 보이는, 일하며 세월을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는 거지요.
이런 저런 작품들을 비교해 볼 수 있어서 좋은 전시회였습니다. 다만 아쉬움이 있다면 전시장은 좁고 사람은 많아 오랜 시간 그림 앞에 서 있기가 좀 거시기 하다는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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