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스쳐보면 정말 이게 영화인가 싶은 영화입니다. 영화 시작부터 주인공은 별 의미 없는 말을 계속 중얼거리다 끝날 때까지 그렇게 뭘 하는지 중얼거리다 죽지요. 우리가 흔히 영화하면 무슨 갈등이 있든지 치고 박든지 해야 하는데 이 영화는 ‘그래도 곧 뭔가 일이 벌어지겠지’하며 기다리다 끝나 버립니다.
그렇게 주인공도 영화도 중얼거리다 끝나서 일까요? 영화의 장면 장면이 무슨 그림을 보는 듯 해서 일까요? 이 영화가 두고 두고 마음에 남는 이유....
영화는 감독이 가수 커트 코베인의 마지막 순간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작품이라고 하네요. 영화 속 주인공 블레이크가 커트 코베인은 아니구요.
커트 코베인(왼쪽)과 그룹 너바나. 니르바나(Nirvana)는 불교의 열반을 뜻한다고 하지요
유명했고 성공했고 화려했지만 결국 젊은 나이에 죽은 커트 코베인. 커트 코베인의 목소리를 들은지 오래 됐지만 중학교 때인지 고등학교 때인지 한창 좋아했었어요. 제가 특히 좋아했던 음반은 ‘언 플러그드 인 뉴욕(UNPLUGED IN NEW YORK)’이라는 거였죠. 거친 듯 애절한 듯 그의 목소리가 참 좋았구요.
영화에 악기며 이것저것 널부러져 있는 방에서 블레이크가 혼자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장면이 있어요. 그 장면이 그의 삶을 말해주는 것 같더라구요.
혹시 우리가 아는 사람들 가운데도 그런 사람은 없을까요?
대중은 환호하고 기획사들은 돈을 벌지만 정작 자신은 어디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 채 널부러져 있는 거지요. 그나마 위안 되는 것이 음악이지만 이제 그 음악도... 그저 찾아오는 사람이라고는 전화번호부 책에 광고하라는 의미 없는 사람뿐...
너바나의 음반 [언플러그드 인 뉴욕]. 오랜만에 듣는 커트 코베인과 너바나의 음악... 마음이...
많은 사람들이 스타에 열광하고 스타가 되고 싶어 합니다. 스타의 삶이 어떤지 모르지만 그냥 제가 추측할 수 있는 건 스타의 화려함과 성공이 삶의 행복과 만족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닐 수도 있다는 거에요.
돈을 많이 긁어모은 사람은 혹시 누가 그 돈을 가져갈까봐 불안해하고, 대중의 환호 속에 살던 사람들은 그 환호가 사라질까 두려워하지요. 내가 필요해서 돈과 환호가 있는 것이 아니라 돈과 환호를 위해서 이제는 내가 무언가를 해야 하는 겁니다. 음악이 좋고 사람들과 함께 노래하는 것이 좋았지만 어느 순간 짜여진 일정과 수익 모델 속에 갇혀 사는 자신을 발견할 수도 있겠지요.
스타만 그럴까요? 많은 사람들이 대단한 부자나 스타가 되는 것은 아니고 하더라도 나름대로 자신도 뭔가 성공하고 싶어서, 사는데 꼭 필요한 것이 아닌 것들을 쫓고 있는 건 아닐까요? ‘나도 저렇게 되었으면...’하면서...
왜 그렇게 해야 되는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살다보니 마음은 점점 허전해지고... 한국 사회에 돈이 많아지는 만큼 자살도 많아지고... 각자 사는 집이 커지는 만큼 외로움도 커가고... 스마트폰이 넘쳐나는 만큼 연락할 사람은 줄어들고...
인간을 진짜 행복하게 하고 마음 기쁘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그리 길지 않은 인생 스스로 접지 않고 살아 있는 것에 가슴 벅차하며 살 수 있기 위해서 우리는, 사회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우리 가슴을 뛰게 하고
우리 가슴을 살아 있게 하는
그 소중한 것들...
목숨이 붙어서 살아 있는 것이 아니라
가슴이 뛰어서 살아 있는
그런 삶이 우리에게도...
Nirvana - The Man Who Sold The World
Nirvana - The Man Who Sold The World
커트 코베인의 유서
무기력하고 한심하게 남이 하는 푸념이나 듣고 있으면 딱 알맞았을 노련한 얼간이가 하는 말로 들어준다면, 이 글은 아주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당신들 사회에서 독립, 포용과 관련된 윤리랄까. 그런 것을 내가 처음 알게 된 뒤로 몇 년에 걸쳐 펑크록 101코스(펑크록의 기본 정신이라는 뜻. 북미에서 대학 1학년 강의 과목에는 모두 101이 붙는다)로부터 받은 경고는 모두 정곡을 찌르는 것이었다.
나는 내가 듣는 음악에서 감동을 느끼지 못했다. 심지어 곡을 만들 때도, 가사를 쓸 때도, 지금까지 오랜 세월 동안 그랬다. 이런 사실에 뭐라 말할 수 없는 죄책감을 느낀다. 예를 들어, 무대 위에 있을 때 조명이 꺼지고 관객들의 열광적인 함성이 들려와도 나는 아무런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프레디 머큐리(영국의 국민밴드 Queen의 리드보컬)라면 그러지 않았겠지. 그는 군중들의 환호 속에서 즐거워하고 기뻐한 것 같은데. 난 정말 그런 것이 우러러 보이고 부럽다. 사실, 나는 당신들을, 당신들 가운데 어느 누구도 속일 수 없다. 당신들에게든 나에게든 그건 공정하지 않다.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나쁜 죄악은 내가 100퍼센트 즐거운 것처럼 꾸미고 가장함으로써 사람들을 속이는 것이다.
가끔 나는 무대로 나가면서 마치 클록으로 출근 시간을 찍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나는 힘 닿는 데까지는 그것에 감사하려고 모든 노력을 다했다. 그리고 감사한다. 제발, 내가 감사한다는 것을 믿어달라.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나는 내가,-그리고 우리가-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고 즐거움을 주었다는 사실에 감사한다. 나는 혼자 있을 떄 세상에 감사하는 나르시시스트인 모양이다. 나는 지나치게 예민하다. 오, 나는 조금 무뎌질 필요가 있다. 그래야 어렸을 때 가졌던 열의를 되찾을 수 있겠지. 마지막 세 번의 투어를 통해 나는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과 음악팬들 모두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하지만 아직도 죄의식과 모든 사람을 향한 연민 속에서 헤매고 있다. 모든 사람에게는 선의가 있다. 나는 사람들을 너무 많이 좋아하는 것 같다.
너무 많이 사랑해서 너무 많이 슬프다. 너무 슬프고, 좀 예민하고 고마워할 줄 모르는 물고기자리의 한심한 인간. 왜 그냥 즐기지 못하나? 나도 모르겠다!
나에게는 야망과 공감이 넘쳐나는 여신 같은 아내와 끊임없이 내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사랑과 즐거움 넘치는 딸이 있다. 딸은 만나는 사람들에게 늘 입을 맞춘다. 그 아이가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좋고 그 아이에게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이 나를 두렵게 한다. 두려워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프랜시스가 나처럼 비참하고, 자기 파괴적이고, 죽음을 꿈꾸는 로커가 된다는 생각을 하면 견딜 수 없다.
나는 그것이 좋았다. 아주 좋았다. 그리고 고맙게 생각한다. 하지만 일곱 살이 넘어서부터 나는 모든 사람들을 미워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너무 쉽게 사귀고 공감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또 내가 사람들을 지나치게 많이 사랑하고 지나치게 많이 공감했기 때문이겠지. 찌르는 듯하고 진절머리나는 위통 속에서도 여러분 모두에게 감사한다. 여러분의 편지와 최근에 보내준 사랑에 감사한다. 나는 기분이 금세 바뀌고 금방 우울해지는 사람이라서 더는 열정이 없다.
그러니 기억해주기 바란다. 점차 희미하게 사라지기보다 한순간에 타버리는 것이 낫다는 것을
평화, 사랑, 공감 커트 코베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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