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이스라엘/팔레스타인 관련 자료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봉쇄에 대하여 4

순돌이 아빠^.^ 2010. 8. 11. 20:58

3. 봉쇄를 뚫기 위하여

팔레스타인인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봉쇄를 뚫기 위한 노력을 계속 했는데, 이스라엘과의  각종 협상에서 봉쇄 중단을 요구사항으로 먼저 내걸기도 했습니다. 2008년 1월에는 가자 주민들이 가자지구-이집트 국경에 있던 장벽을 폭파하고 수십만 명이 이집트 지역으로 넘어가 식량․연료 등을 구입해 돌아왔습니다. 가자지구 봉쇄에 동참하고 있던 이집트 정부는 11일 동안만 가자 주민들의 이동을 허용한 뒤 다시 국경을 봉쇄하였습니다.


이스라엘과 이집트에게 봉쇄를 중단하라고 요구하는 것과 함께 팔레스타인인들은 가자-이집트 사이에 땅굴을 파서 건축자재․가축․연료․식료품․오토바이․발전기 등을 수입하고 있습니다. 정확한 통계는 어려우나 수 백 개의 땅굴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수천 명의 사람들이 땅굴에서 물품 이동, 땅굴의 건설과 유지 등 다양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붕괴․감전 등으로 사망자도 계속 발생하고 있으며 이집트는 땅굴에 독가스를 주입하여 팔레스타인인들을 살해하였습니다.



땅굴을 폐쇄하기 위해 이스라엘은 가자-이집트 국경 지역에 대한 폭격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인들이 땅굴을 통해 무기를 수입하고 있으니 땅굴을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땅굴이 봉쇄의 효과를 떨어뜨리고, 앞으로도 가자지구 경제가 이스라엘에 덜 종속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기 때문입니다. 


땅굴이 봉쇄를 뚫기 위한 팔레스타인인들의 노력 가운데 하나라면, 국제 구호선단인 ‘자유 함대Freedom Flotilla’는 봉쇄를 뚫기 위한 국제적인 노력의 하나입니다. 2010년 5월30일 ‘자유 가자 운동 The Free Gaza Movement', '터키 구호 재단Turkish Relief Foundation' 등 국제단체들은 6척의 배로 ‘자유 함대’를 구성하여 가자지구로 출발하였습니다.



여기에는 40여개 나라에서 온 6백여 명이 타고 있었고, 배에는 가자지구 주민들을 지원하기 위한 1만 톤가량의 식량․휠체어․책․장난감․발전기․의약품․시멘트 등을 실었습니다. 5월31일, 이스라엘 군은 공해상에서 자유함대를 공격하여 9명을 살해하고 수십 명에게 부상을 입힌 뒤 나머지 사람들을 납치․감금 하였습니다.


6월5일에는 가자지구로 향하던 또 다른 구호선인 ‘레이첼 코리’호와 활동가들을 납치․감금하였습니다. 레이첼 코리 호는 자유 함대의 일원으로 5월30일에 가자지구로 떠나려고 했으나 선박 고장과 수리 때문에 자유 함대와 함께 떠나지 못했었습니다. 7월15일에는 리비아 구호선이 2,000톤 분량의 구호품을 싣고 가자지구로 가다 이스라엘 군의 위협으로 이집트로 향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스라엘의 국제 활동가 살해에 대해 어떤 분들은 ‘팔레스타인인들도 아니고 외국인까지 왜 그렇게 살해하는 걸까?’ 하고 의문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이스라엘의 국제 활동가들에 대한 태도를 보면 이번 사건이 특별하지만 특별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2003년 3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불도저로 팔레스타인인의 집을 부수려고 하자 미국인인 레이첼 코리가 주택 파괴를 막기 위해 불도저 앞에 맨몸으로 맞섰습니다. 하지만 불도저는 레이첼 코리를 그대로 밀고 지나갔고, 레이첼 코리는 그 자리에서 사망하였습니다.


같은 해 4월,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 군이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을 향해 사격을 가하자 영국인 토마스 헌달이 어린이를 구하기 위해 뛰어들었다 이스라엘 군이 쏜 총에 맞아 혼수상태에 빠졌습니다. 토마스 헌달은 2004년 1월 사망하였습니다. 이렇게 이스라엘은 국제 활동가들을 적대시하며 살해하는 것은 물론 체포와 추방도 계속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이 국제 활동가들까지 살해하는 것은 그들의 활동을 직접 막는 것은 물론이요, 살인을 통해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팔레스타인인들이 저항을 포기하지 않자 가자전쟁에서 1천4백여 명을 살해함으로써 다시 한 번 ‘까불면 죽는다’라는 말을 전했듯이 국제 활동가들에 대해서도 ‘살고 싶으면 적당히 해라’라는 말을 전하는 겁니다. 살인이 학습 교재인 셈이지요.


구호선 공격과 활동가 살해 이후 각국 주재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연일 집회와 시위가 계속되고 이스라엘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자 이스라엘은 자유 함대와 레이첼 코리 호에 탔다 감금된 사람들을 풀어 주었습니다. 이집트는 6월부터 곧바로 가자-이집트 국경 봉쇄를 완화했고, 6월20일에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의 수입 품목을 일부 늘이겠다고 했습니다. 이스라엘이 수입 품목을 늘이겠다고는 했지만 이것은 일부 수입 품목을 늘릴 뿐 여전히 봉쇄를 유지하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 수입 제한 완화에 대한 언급은 있어도 수출에 대한 언급은 없습니다. 사람 이동에 대해서도 제한된 경우를 빼면 봉쇄는 여전합니다. 결국 이스라엘의 발표는 봉쇄를 중단하기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기 보다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비난의 화살을 약간이라도 돌려 보려는 몸짓에 불과합니다.

4. 글을 마치며

이스라엘은 점령과 전쟁을 통해 쉽게 팔레스타인인들의 땅과 물을 빼앗을 수 있고, 이것을 바탕으로 공장과 농장도 만들 수 있습니다. 점령의 지속은 팔레스타인인들의 높은 실업률과 낮은 경제력을 낳아 팔레스타인인 노동자들을 싼 값에 쓰고 버릴 수 있는 도구로 만들었습니다. 서안지구와 가자지구는 이스라엘 상품의 주요 판매처이기도 하며, 장벽 건설과 같이 점령과 관련된 각종 사업은 이스라엘 자본에게 큰 이익을 안겨 줍니다. 가자전쟁은 이스라엘 군수 자본에게는 대박 터지는 사건이지요.


뿐만 아니라 팔레스타인인들과의 끊임없는 대결과 투쟁은 이스라엘 지배자들에게 정치권력을 강화하고 반대 세력을 억압할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남녀 모두를 군대로 끌고 가고, 사회복지에 쓸 돈을 군비에 쏟아 부을 수 있는 명분이 되기도 합니다. 미국으로부터 매년 수조 원씩의 원조를 끌어 올 수 있는 명분이 되기도 하구요. 이처럼 점령과 전쟁은 이스라엘 지배자들에게 큰 이익이 되는 장사이기 때문에 쉽게 포기 하지 않는 겁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을 무너뜨리기 위해 군사공격과 봉쇄를 펼치기도 하지만 한편에서는 팔레스타인인들의 투쟁을 필요로 합니다. 미국 정부가 권력 강화와 군비 증강을 위해 소련과 공산주의의 위협이 필요했던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점령지에 있는 대학들은 모두 민간 융자와 외국에서 들어온 기부금으로만 지어졌고, 이스라엘에서 들어온 돈은 땡전 한 푼도 없었다.” 단 이슬람 근본주의를 조장해 세속적인 PLO의 영향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시도의 일환으로 애초 이스라엘의 지원을 받아 세워진 헤브론의 이슬람 대학만큼은 예외였는데, 오늘날 그 대학은 하마스의 중추 시설이 되었다. - 노암 촘스키, [숙명의 트라이앵글], 이후, 2008, 1007쪽

가자지구 봉쇄가 2000년대 이스라엘의 하마스에 대한 입장을 보여주는 경우라면, 앞의 글은 1980~1990년대 이스라엘의 하마스에 대한 입장을 보여줍니다. PLO가 강할 때는 하마스를 밀어주고, 하마스가 강할 때는 파타를 밀어주는 방식으로 팔레스타인 해방운동을 약화시키는 겁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봉쇄하는 이유는 하마스를 비롯한 팔레스타인 해방운동과 팔레스타인인들을 복종시키기 위한 것입니다. 


그렇다고 팔레스타인인들이 무력화되는 것은 원하지 않습니다. 이스라엘이 원하는 것은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수준에서, 자신들이 원할 때 투쟁과 전쟁이 계속 되는 겁니다. 다만 2006년 총선과 하마스처럼 웃자란 싹은 군사공격과 봉쇄로 과감하게 잘라 버리려는 겁니다. 많은 책이나 언론에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이라고 하면서 마치 양측에 의견 차이가 있어서 문제가 발생한 것처럼 얘기하기도 하고, 내가 한 대 치면 너도 한 대 치는 식으로 서로 치고 박고 있다는 식으로 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실제 상황은 이스라엘이 힘의 우위를 앞세워 팔레스타인인들을 지배하고 있으며, 가자지구 봉쇄는 약간의 균열이 생겼던 지배-피지배 관계를 안정화하기 위한 또 하나의 방법일 뿐입니다. 이 글에서는 가자지구 봉쇄에 대해서 말했지만 서안지구 또한 봉쇄 되어 있으며, 봉쇄 중단은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한 하나의 걸음일 뿐입니다.

노동자 계급의 경제적 해방은 따라서 모든 정치 운동이 하나의 수단으로서 종속되어야 할 위대한 목적이다 ; 이 위대한 목적을 이루기 위한 모든 노력은 지금까지 각국의 다양한 노동 부문 사이의 연대의 부족으로, 그리고 서로 다른 나라들의 노동자 계급들 사이의 형제적 유대의 부재로 실패해 왔다 ; 노동의 해방은 국지적이거나 일국적인 것이 아니라 하나의 사회적인 문제로서, 그것은 현대 사회에 존재하는 모든 나라들을 포괄하는 것이며... - 칼 맑스, ‘국제 노동자 협회 임시 규약’, [칼 맑스 프리드리히 엥겔스 저작 선집 3], 박종철 출판사, 1993년, 14쪽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한 가장 큰 힘은 팔레스타인인들의 투쟁에서 나옵니다. 여기에 국제사회가 힘을 보태야겠지요. 팔레스타인 해방이 팔레스타인인들만의 문제가 아닌 것은 팔레스타인을 시작으로 이스라엘이 주변 지역을 끊임없이 침공하며 괴롭히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팔레스타인 해방은 이스라엘의 지배로부터 벗어나는 것뿐만 아니라 미국의 지배로부터도 벗어나는 것을 말합니다. 여기서 중동과 아랍, 한국을 포함한 세계 진보 운동이 팔레스타인을 그들의 일이 아니라 우리의 일로 받아들이고 연대 운동을 벌여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미국-이스라엘-팔레스타인이 세계와 이리 저리 얽혀 있기 때문이지요.


이런 저런 연관을 떠나 진보 운동이 성장․발전하기 위해서라도 개별 민족이나 지역의 틀에서 벗어나 세계 차원의 운동이 되어야 합니다. 진보 운동이 세계 차원의 운동으로 자리 잡고 힘을 키워야 평화롭게 제 발전의 길을 갈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쿠바나 베네수엘라를 통해 배웠습니다. 부산지역 노동자와 광주지역 노동자의 해방이 따로 없듯이 한국 여성의 해방과 팔레스타인 여성의 해방이 따로 없습니다. 인간과 인간이 착취와 지배에서 벗어나 해방 공동체로 살아가자는 꿈 앞에는 하나의 세계, 하나의 지구만이 있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