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이스라엘/팔레스타인 관련 자료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봉쇄에 대하여 1

순돌이 아빠^.^ 2010. 8. 11. 21:12

지난 2010년 5월31일, 이스라엘이 또 한 번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습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로 향하던 국제 구호선박을 공격하여 9명을 살해하고, 6백여 명을 납치․구금했기 때문입니다. 이 글은 구호선 공격의 배경인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봉쇄와 봉쇄를 뚫기 위한 노력들에 관한 것입니다.

 

1. 봉쇄란 것에 대하여

 

1) 봉쇄의 사례

 

정부가 미국 의회의 포괄적 이란 제재법 제정과 국제사회의 제재 움직임에 따라 독자적인 대(對) 이란 제재를 본격 추진하기로 방침을 정했다...정부 고위당국자는 5일 "이란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흐름에 동참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본격적인 독자제재 방안 검토에 들어갔다"며 "현재 기획재정부가 중심이 돼 관계부처 합동으로 독자제재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 연합뉴스, ‘정부, '對이란 독자제재' 본격 추진’, 2010년 8월5일,

http://www.yonhapnews.co.kr

 

이 글을 쓰고 있는 즈음, 한국 정부는 미국의 요청에 따라 이란에 대한 제재에 나서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주장은 이란이 핵무기 개발이라는 문제를 일으켰음으로 제재라는 처벌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1979년 이란 혁명이 일어난 이후 미국은 이란 자산에 대한 동결을 선언합니다. 1980년 이란-이라크 전쟁이 시작되자 이란에 대한 봉쇄를 강화하더니, 1995년 빌 클린턴 행정부는 이란과 관련된 상업․금융 거래를 금지 시킵니다. 이후에도 미국은 자국 기업뿐만 아니라 외국 기업에 대해서도 이란과 거래를 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넣고 있습니다. 이란 봉쇄의 목적은 핵개발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란을 고분고분하게 만들기 위한 것입니다. 만약 핵개발을 차단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200여기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스라엘부터 제재했어야 할 겁니다.


봉쇄의 다른 사례로 아프가니스탄의 경우가 있습니다. 1999년 10월15일, 미국이 주도해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 결의안 1267호를 통과 시키는데, 이 결의안은 아프가니스탄 국영 항공사인 아리아나(Ariana)의 외국 취항 금지와 탈리반 관련 자산 동결 등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2000년 12월19일에는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 결의안 1333호를 통해 봉쇄를 강화합니다. 미국은 탈리반을 몰아내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을 봉쇄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봉쇄의 결과는 20여년 계속된 전쟁으로 파괴된 아프가니스탄인들의 삶에 식량과 의약품 등 생필품 부족을 심화 시키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01년 10월7일,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을 전면 침공합니다.



미국과 유엔의 봉쇄로 큰 고통을 받았던 이라크인들


봉쇄가 낳은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이라크에서 일어났습니다. 1990년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하자 미국이 주도하고 유엔이 앞장서 대이라크 봉쇄를 시작합니다. 이라크의 수출입을 차단한 것입니다. 식량과 의약품은 물론이고 살충제와 비료, 의약품 이동에 필요한 냉장차량, 오염된 물 정화에 필요한 염소 등도 군사용으로 사용될 수 있다며 수입 금지 시켰습니다. 연필도 탄소를 추출해 군사용으로 쓸 수 있다고 수입 금지 시켰습니다.


교육․보건․상하수도 시설 등 각종 사회 제도 붕괴했고, 이라크인들은 영양실조와 빈곤에 빠졌습니다. 유아 사망률은 1960년 1천 명당 120명에서 1980년대에는 1천 명당 45명으로 낮아졌다가 1990년 봉쇄가 시작된 이후 1998년 1천 명당 100명 이상으로 상승하였습니다. 유니세프는 봉쇄의 영향으로 이라크 어린이 5천명이 매달 추가 사망했을 것이라고 발표하였습니다.


봉쇄가 이라크인들에게 미친 영향이 세계에 알려지고, 유엔과 미국에게 비난이 쏟아지자 유엔과 미국은 ‘석유-식량 교환 프로그램’을 시작했습니다. 석유를 팔아서 식량을 사오라는 것으로 석유 판매 대금은 유엔이 관리 하였습니다. 하지만 석유 판매 대금은 먼저 전쟁 배상금, 유엔 직원 월급 등을 지불한 뒤에 식량 구입에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이라크 봉쇄는 2003년 미국이 이라크를 점령한 뒤 중단 합니다.

 

2) 봉쇄에 대하여

 

A가 B와 지배-피지배 관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B의 저항을 약화 시키거나 B가 A에게 복종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복종을 위해 법과 제도, 이데올로기와 군사력 등을 사용하는데 봉쇄도 복종의 한 도구입니다. 제재, 금수조치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부르는 봉쇄는 지배하려는 자가 지배 대상이 외부와 교류하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것을 말합니다.


봉쇄를 이해하는데 먼저 중요한 것은 수출입 금지 물품 목록이 아니라 주체와 대상과의 관계입니다. 한국인들에게 가까운 사례는 미국 기지 확장을 위해 평택 대추리 주민들의 땅을 빼앗던 과정입니다. 한국 정부는 2006년 대추리를 봉쇄했지요. 겉으로 보면 경찰이 대추리의 땅을 봉쇄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대추리 주민들을 봉쇄한 겁니다. 땅이야 어차피 어디 도망갈 것도 아니고 누가 들고 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결국 사람을 봉쇄한 겁니다. 봉쇄에도 불구하고 저항이 계속되자 한국 정부는 군사력을 투입해 국가-주민의 관계를 지배-피지배 관계로 만듭니다.


다른 예로, 지난 2009년 5월 한국정부는 미국이 주도하는 PSI(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에 전면 참여하겠다고 선언하였습니다. 이름 그대로만 보면 PSI는 대량살상무기의 확산 방지를 목적으로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미국이 실제 의도하는 것은 북한이나 이란처럼 미국에게 고분고분하지 않는 국가나 조직을 봉쇄하기 위한 것입니다. 이렇게 봉쇄 주체와 대상과의 관계는 곧 힘의 관계입니다. 봉쇄를 가능케 하는 것도 주체의 힘이고, 봉쇄를 통해 주체가 얻으려고 하는 것도 대상에 대한 힘의 우위입니다.


봉쇄 주체는 하나의 국가일 경우도 있고 유엔이나 EU와 같은 국가간 동맹의 경우도 있습니다. 봉쇄 대상은 특정 국가나 지역일 수도 있고, 하마스나 헤즈볼라와 같은 조직일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봉쇄 주체가 선언한 봉쇄 대상과 실제 봉쇄 대상이 다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란․이라크․아프가니스탄․북한․쿠바 등의 사례에서 보듯이 미국이 아무리 깡패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한 봉쇄이지 민간인들은 관계없다고 말해도 실제로는 해당 지역 주민 전체가 집단 학대의 대상이 됩니다. 봉쇄의 수단은 사람과 돈, 무기는 물론이요 밀가루, 연필, 항생제, 석유, 자동차 등 봉쇄 주체가 지정한 품목의 교류 차단입니다. 특정 품목의 교류를 차단하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특정 품목의 교류만 허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힘센 놈 마음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