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하면 쉽게 떠올리거나 쉽게 그리는 모습은 덥다, 혼란, 무식, 과격, 이슬람, 전쟁 뭐 그런 것들입니다. 오래된 역사, 풍요로운 문화, 좋은 사람들과 같은 밝은 모습보다는 어딘가 모르게 불편하고 가까이 하기 쉽지 않은 모습인 경우가 많지요. 그리고 이런 모습들은 미국과 유럽 제국주의 국가들이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만들어낸 경우가 많습니다.
19세기말부터 20세기까지 중동 및 아랍권의 역사만 봐도 프랑스가 알제리?시리아?모로코를, 이탈리아가 리비아를, 영국이 이집트?이라크?이란?팔레스타인인 등을 집어삼키고 두들겨 부수고 그랬지요. 이런 과거를 모르면 그들이 만들어낸 거짓말에 속기 쉽습니다.
이 책은 그런 중동의 역사를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최근 상황까지를 설명합니다. 영국과 프랑스가 중동 지역을 나눠 먹으면서 직접 지배를 하기에는 부담스러우니깐 파이잘 등 아랍 출신 왕을 내세운 이야기, 민족이나 종교 집단 간의 대결을 부추겨 분할 지배 전술을 사용한 얘기 등도 담겨 있습니다.
제국주의 국가들이 흔히 하는 말 가운데 하나가 중동 지역의 민주화를 위해 ‘우리가’ 개입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심지어는 사회단체들까지 ‘국가재건’이니 ‘국가건설'이니 뭐니 하면서 그들은 할 수 없는 것을 우리가 대신해 줘야 한다는 생각을 갖습니다.
하지만 민주주의만 예를 들면 이라크 사례만 봐도 그들의 개입이 되레 민주주의를 후퇴시킨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1958년 압둘 카림 카셈, 이라크 공산당, 아랍 민족주의자들이 중심이 되어 혁명을 일으켰고 이라크 사회 개혁에 나섰지요. 하지만 미국은 바쓰 당과 사담 후세인을 지원하여 쿠데타를 일으키게 했고 공산당원들을 살육 했지요. 이 과정에서 CIA는 살육 대상 명단을 제공 했구요. 중동은 태생적으로 민주주의가 싹틀 수 없는 지역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민주주의가 싹트려고 하면 제국주의 국가들이 나서서 그 싹을 잘라 버립니다.
왜 그러냐구요? 지금의 중동만 봐도 그렇죠. 이집트에서 수 십 년째 무바라크 독재정권이 계속되고, 요르단 거리에 사시사철 국왕의 사진이 나부끼고,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왕족들이 여름휴가로 자가용 비행기를 수십 대씩 띄워야 지들 하고 싶은 대로 하기 편하니깐요. 민주주의가 발전하고 민중들이 정치에 직접 참여하기 시작하면 지들 마음대로 하기 어렵잖아요.
중동하면 얘기 많이 나오는 게 석유지요. 이라크도 그렇고 이란도 그렇고 처음 석유를 발견한 뒤 외국계 기업이 꿀꺽꿀꺽 하시다가 혁명이 일어나고 뭐 하면서 다시 국유화 되었다가, 전쟁을 치르고 나서 다시 외국계 기업이 꿀꺽 하시고 뭐 이런 과정을 반복하는 겁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우리가 중요하게 봐야할 일이 벌어집니다. 무지랭이들이 어떻게 나서느냐는 거지요. 2003년부터 시작한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보지요.
2003년 3월20일 침공을 시작하자마자 이라크 정부군은 아주 쉽게 무너집니다. 조지 부시는 5월1일 항공모함 위에서 승리를 선언하지요. 하지만 실제 전투는 그 이후부터 벌어집니다. 민중들이 총을 들고 나선 거지요. 결국 세계 최강 미국이, 영국?이탈리아 등의 도움을 받아도 결국 이라크를 제 마음대로 할 수 없었습니다.
인간의 의지라는 게 정말 대단하지 않아요? 영국 식민지 시절에는 그 온갖 고초를 겪으면서도 영국군에 맞서 싸워 결국 영국이 형식적이지만 독립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지요. 사담 후세인 정권 시절에는 많은 이들이 국내외에서 민주주의와 자유를 위해 싸우다 깜빵에 가고 고문을 받고 그랬지요. 이어 미국이 들어오자 또 온갖 살인?강간?폭행 등에 시달리면서도 포기하기보다 싸우기를 선택하니 말입니다.
영국도 프랑스도 미국도 그리 중동 지역을 가볍게 집어 삼키고 싶어도 쉽게 되지 않는 것은 민중들의 저항과 의지 때문입니다.
삶이란 때론 패배해서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포기하기 때문에 패배하는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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