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사람이라고는 열 명도 채 되지 않는 무도. 서울의 한 은행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해원은 옛 친구 복남의 요청으로 무도에서 휴가를 보내게 된다. 해원이 무도에 머물면서 복남의 삶이 드러난다.
남편 만종은 허구한 날 복남을 두들겨 패며 괴롭힌다. 뭍에서 돈을 주고 여성을 불러 방에서 성관계를 하고, 복남은 그 소리를 들으며 마루에서 밥을 먹는다. 만종은 복남의 딸 연희도 더듬는다.
미란(왼쪽)과 복남(오른쪽)
만종의 동생 철종은 만종이 집을 비우면 복남을 강간한다. 산에서 해원을 강간하려고 하지만 연희가 다가오는 바람에 실패한다. 해원에게 약을 먹이고 강간하려고 하지만 마침 복남이 나타나 철종을 제지한다.
복남에게 이어지는 폭력과 학대를 지켜보는 섬 마을 할머니들은 여자는 두들겨 패야 한다며 거든다. 그 대가로 만종은 할머니들이 하기 어려운 일을 해 준다.
복남은 여러 차례 해원에게 자신과 연희를 서울로 데려가 달라고 하지만 해원은 도움 주기를 거부한다. 복남에게 도움을 준 것은 어린 시절 함께 놀았던 해원이 아니라 남편과 성관계를 맺었던 뭍에서 온 미란.
미란은 득수의 배를 타고 와서 복남과 연희를 데려 가려 하지만 득수는 돈만 받아 챙긴 채 만종이 복남과 연희를 다시 잡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 사이 철종은 미란을 산으로 끌고 가 강간하고, 만종은 복남을 패다 연희를 죽인다.
만종이 연희를 죽이는 것을 동네 사람들이 모두 지켜봤지만 경찰 앞에서 동네 사람들은 모두 거짓말을 한다. 복남이 애타게 해원에게 진실을 말해 달라고 하지만 해원도 외면한다.
이어지는 것은 복남의 복수. 복남은 만종, 철종, 할머니들, 득수, 경찰 모두를 죽인다.
잔인한 것
영화를 보면 복남이 사람들을 죽이는 장면이 나옵니다. 살해 장면이 잔인하기도 하지만 더 잔인한 것은 복남이 처한 상황입니다.
어릴 때부터 동네 남성들의 강간의 대상이었던 복남. 연희가 누구 새끼인지도 모른다고 만종과 동네 사람들이 손가락질 하자 복남은 나를 안 건드린 놈이 없는데 어떻게 하냐고 항변합니다.
힘겹게 도움을 요청하지만 아무도 복남을 도와주지 않습니다. 미란이 도와주려고 하지만 미란이 가진 힘은 너무 작습니다. 복남이 독한 마음먹는 것은 복남이 원래 그럼 심성을 타고 나서 그런 게 아니라 복남이 처한 상황이 그렇게 만드는 거지요.
영화에 나오는 한 작은 섬의 얘기라고 하기에는 사회의 현실을 너무 잘 담고 있는 영화입니다.
만종과 철종으로 표현되는 지배하고 착취하는 남성, 그 남성들과 동맹을 맺고 저 챙길 것은 야무지게 챙기는 여성들, 그 모두로부터 피해를 입는 복남.
복남은 무도의 복남이기도 할 거고, 많은 여성들을 상징하는 한 여성일 수도 있겠지요. 무도는 무도이기도 할 거고, 한국이기도 할 거고, 세계이기도 할 거구요.
아빠의 사랑을 받을 거라며 자신을 꾸미는 연희는 누구의 상징일까요?
만종은 복남을 실컷 두들겨 패 놓고 된장 바르면 나을 거라고 합니다. 만종을 죽이고 나서 복남은 만종의 시신 위에 된장을 붓습니다. 이거 바르면 괜찮을 거라고 하지요. 된장은 아픈 데 아프지 않다고 말하는 언론과 종교의 상징일까요?
연희의 죽음 조사하러 왔다가 조사하는 척만 하고 돈만 받아가는 경찰은 한국의 국가와 경찰을 말하는 것이겠지요. 장자연 사건을 비롯해 여성에 대한 살인, 강간, 폭력을 대하는 대한민국 국가의 모습입니다. 정의와 법을 말하지만 결국 남성의 편을 들지요.
만종은 복남을 죽이려 하면서 넌 날 무시했고, 날 벌레 취급 했고, 그래서 너와는 성관계를 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복남이 만종의 손가락을 애무하는 척 하자 만종은 죽음 앞에서도 쾌감을 느낍니다. 만종은 복남을 괴롭히면서도 복남의 사랑을 기다리고 있었던 거지요.
해원은 복남이 도와달라는 것을 거절하지만, 그 해원 또한 문자 한 통으로 해고를 통보 받는 노동자이고 경찰서에 만난 남성들의 폭력 앞에 두려움을 느끼는 여성이기도 하지요.
분노와 증오, 복수만을 나열한 것이 아니라 한 인간의 삶, 그 삶을 둘러싼 사회를 보여준 좋은 영화였습니다.
분노하는 인간으로 태어난 것이 아니라 사회가 분노케 하는 것이겠지요. 왜 그런 짓을 하느냐고 묻기 전에 왜 분노하냐고 물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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