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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휘창 - <원숭이 꽃신>을 읽고

순돌이 아빠^.^ 2011. 8. 20. 17:08

원숭이한테는 먹을 것이 많습니다. 오소리는 원숭이가 가진 것을 뺏어올 방법을 찾습니다. 오소리가 생각해 낸 것이 원숭이에게 꽃신을 신기는 겁니다.

아시다시피 원숭이는 신발 없이 다닙니다. 그런데 오소리가 원숭이를 꼬드겨 공짜로 줄 테니 신발을 신어 보라고 합니다. 원숭이는 처음에는 그저 편한 정도였는데 나중에는 신발이 없이는 길을 갈 수 없게 됩니다.

답답한 원숭이는 직접 신발을 만들어 보려고 하지만 그게 어디 마음대로 되나요? 이제 원숭이는 가지고 있던 열매를 들고 가서 오소리에게 신발을 팔라고 합니다.





처음에는 열매를 주고 신발을 사 신었지만 나중에는 오소리가 신발값을 계속 올리는 바람에 살 수 없게 됩니다. 결국 원숭이는 신발을 얻기 위해 오소리가 시키는 대로 일을 하게 되지요.

원숭이 앞에 굽실거리며 원숭이를 띄워주던 오소리는 원숭이가 신발값을 지부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는 자신을 업고 물을 건너라고 합니다.

욕망과 관계

자본가는 돈을 주고 노동자를 사서 일을 시키고 상품을 만듭니다. 그리고 상품을 팔아서 상품 만드는 데 든 돈과 이윤을 챙기지요. 문제는 어떻게 상품을 팔 거냐는 겁니다. 방법 가운데 하나가 인간의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겁니다.

원숭이는 신발 없이도 잘 살았습니다. 하지만 신발을 몇 번 신어보고 나서는 신발 없이는 못 살게 되었지요. 처음에는 한 마을 이웃일 뿐이었던 원숭이와 오소리의 관계는 주인과 종의 관계가 됩니다.

우리 사는 현실도 그렇습니다. 스마트폰 없을 때도 우리는 잘 살았습니다. 그런데 자본가가  스마트폰을 만들어서 써 보라고 합니다. 써보니 이거 신기하고 편리합니다. 문제는 스마트폰을 공짜로 쓸 수 없다는 겁니다. 돈을 내야지요.

돈은 어디서 나나요? 스마트폰을 쓰기 위해서 인간들은 회사든 공장이든 가서 일을 합니다. 일을 하고 나서 받은 돈으로 스마트폰을 사는 거지요.

자본가는 인간의 욕망을 불러일으켜 상품을 판매합니다. 노동자들에게 임금으로 나눠줬던 돈을 다시 거둬들이는 거지요. 자본가의 손에는 처음에 썼던 것보다 더 많은 돈이 남습니다. 자신이 욕망했던 이윤을 챙기게 됩니다.

노동자는 가진 돈을 내고 상품을 갖게 됩니다. 자본가에게 노동력을 파는 대가로 받았던 돈으로 자신이 욕망했던 스마트폰을 얻게 되는 거지요. 노동자에게는 피곤으로 지친 몸과 마음, 그리고 물건이 남게 되는 거지요.

겉으로 보면 자본가와 노동자 양쪽 모두 서로의 욕망을 충족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오소리가 시키는 대로 일을 할 수 밖에 없게 된 원숭이에게 오소리가 던지는 말처럼 말입니다.

“내가 종이 되라는 것이군요.”
“천만에 종이라는 말이 어디 있습니까? 우리는 남의 권리를 존중합니다. 서로 맡은 일을 다 하는 것이지요.” - 21쪽

그저 맡을 일을 할 뿐이라는 오소리. 하지만 그 속을 보면 상황은 그리 단순하지 않습니다.

오소리의 칭찬과 아양에 원숭이도 우쭐해졌습니다. - 11쪽

오소리는 원숭이를 꼬시기 위해 마음에도 없는 말과 행동을 했습니다. ‘고객님 사랑합니다~~~앙’과 같은 거지요. 하지만 원숭이가 점점 오소리의 꾐에 빠져 들자 말과 행동을 바꿉니다.

“거 누구요? 지금은 낮잠 자는 시간이니 좀 기다려 주시오.” 원숭이를 밖에서 한 식경이나 기다리게 했습니다. - 17쪽

한 인간이 소비자일 때는 ‘고객님 사랑합니다’라고 하다가 똑같은 인간이 일자리를 구하러 가면 ‘어떻게 오셨나?’가 됩니다. 그러다 노동자가 되면 ‘어이, 야, 빨리 못해!’가 됩니다.

처음에는 ‘어디 뭐 괜찮은 물건 없나요?’하다가 ‘혹시 일자리 있을까 해서요...’ 하더니 ‘네 얼른 빨리 처리하겠습니다’로 바뀌는 거지요.




나와 물건의 관계만인줄 알았는데 스마트폰을 통해 나와 다른 인간과의 관계가 만들어지네요.



요즘 우리 사는 세상에는 인간들에게 억지로 일하러 오라고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서로 일하겠다고 하니까요.

서로 일하겠다고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말 그대로 먹고 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먹고 살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나 갖고 싶고 쓰고 싶은 물건들이 워낙 많아서 그것을 사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고, 돈을 구하기 위해서는 일을 해야 합니다.

뽀대나는 상품을 소비하기 위해 고통스런 노동의 과정을 참는 겁니다.

동화나 만화는 애들이 읽는 책이라고 여기는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좋은 동화는 웬만한 다른 책보다 더 훌륭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원숭이 꽃신>이 그렇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