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알제리에서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라고 합니다. 누군가 한 수도원에 있던 수도사들을 잡아가서 죽입니다. 영화에서는 이슬람 조직이 죽였다고 나오지만, 이슬람 조직이 죽였는지 알제리 정부가 죽였는지는 아직도 논란이라고 합니다. 알제리 정부가 죽였다는 증언과 증거도 나왔다고 하구요.
1962년까지 프랑스가 알제를 지배했었지요. 영화에 나오는 수도사들은 프랑스 출신 수도사들이구요.
신과 종교
한국말에는 없는 소문자, 대문자 구분이 영어에는 있습니다. 기독교나 이슬람에서 신을 표현할 때는 대문자를 써서 God이나 He라고 하지요.
힘 있고 돈 있는 놈들에게 더 많은 부와 권력을 안겨 주기 위해 종교는 존재하는 것이겠지요. 하느님이 유일한 신이라고 하는 이유는 권력을 가진 자가 자신만 권력을 차지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일 거구요. 천상에는 하느님이 주인이고, 지상에는 왕이 주인인 거지요. 신이 위대하다는 말은 왕이 위대하다는 말일 거구요.
그런데 종교의 역할과 다른 입장에서 종교를 대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영화 속 수도사들은 무슬림들이 살고 있는 마을에서 수도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밭에서 일을 하고 벌꿀을 팔아 자급자족하고 있지요. 마을 주민들을 위해 진료도 하고, 마을 잔치에 가서 이슬람식 기도도 함께 합니다. 전도자의 모습이 아니라 친구의 모습입니다. 오직 세계의 기독교화를 위해 활동하는 기독교인들과는 다른 모습입니다.
총을 든 사람들이 수도원에 들이 닥칩니다. 모두 놀라고 두려워하고 있는 그 순간, 수도사인 크리스찬이 총을 든 이들에게 말합니다.
뭘 원하는 거요?
여긴 평화의 집이요
이곳에서 무기는 지닐 수 없소
대화를 원하면 무기를 두고 오시오
국가와 폭력을 이용해 자신의 부와 권력을 챙기는 기독교인들에게는 황당한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한 폭력은 선(善)이요, 타인의 이익을 위한 폭력은 악(惡)일 뿐이니까요.
총을 들이대며 약품을 달라는 무슬림들에게 되레 이슬람 경전인 꾸란에 대해 아느냐고 묻습니다. 기독교의 신만이 신이 아니라 이슬람의 신도 신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면 그리 하기 어렵겠지요. 신이 인간을 만든 것이 아니라 인간이 종교를 만들었기 때문에 나의 신이 유일한 신이라고 할 이유는 없을 겁니다.
하느님을 믿는다고 죽음이 두렵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친구들을 위한 약을 지키기 위해 용기를 내는 거겠지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웃을 이용하는 종교인들과는 다른 모습입니다. 종교나 국적의 차이를 넘는 우정을 아는 사람인 거지요.
기쁨
이슬람 조직과 알제리 정부 양쪽으로부터 위협을 받고 있는 수도사들. 거리에서는 까닭 모를 주검들이 늘어나고...
알제리 정부는 이들에게 빨리 프랑스로 돌아가라고 합니다. 수도사들은 알제리에 계속 남을지 프랑스로 돌아갈지를 놓고 갈등하고 토론합니다. 흔들림 없을 것 같았던 크리스찬도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고민을 계속합니다.
각자 떠날지 남을지를 결정하는 마지막 순간, 이들은 신앙과 친구들을 버리지 않기로 합니다.
영화는 수도사들의 얼굴 하나하나를 찬찬히 비춥니다. 그들의 표정에는 두려움을 이겨낸 기쁨과 평화가 보입니다.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을 느끼지만 스스로의 의지로 이를 이겨내는 거지요. 아무 일 없어 그냥 평화로운 게 아니라 두려움 앞에서 마음의 평화를 찾는 겁니다.
두려움을 이겨냈다고 해서 죽음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갑자기 수도원에 들이닥친 이들은 수도사들을 끌고 가서 이들을 살해합니다.
신에게 나를 사랑하라고, 나에게 축복을 내리라고 기도하기는 쉬울 겁니다. 나의 친구와 이웃을 위해 내가 가진 욕심이나 두려움을 내려놓을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하기는 쉽지 않겠지요.
부와 권력을 쌓아 행복하기는 쉬워도 사람을 소중히 여겨 평화를 얻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그 평화는 깊고 오랜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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