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배움-여러가지

“공부하는 게 좋아졌으면 좋겠어요”

순돌이 아빠^.^ 2011. 8. 27. 22:28


“영민씨, 우리 애 좀 한동안 데리고 살면 안 될까?”
“영민씨, 우리 애도 영민씨하고 있으면서 좀 배웠으면 좋겠어”
“특별히 뭔가 해 달라고 하면 영민씨가 부담스러울 거니까 그냥 같이 놀면서 얘기라도 하면  안 될까?”

이런 말씀을 하시는 동네 분들이 계십니다. 저의 본색을 모르시고는... ㅋㅋㅋ


그러다 동네 중딩들하고 함께 책읽기도 하게 되었습니다. 중딩들이 이런 말을 하더라구요.

“저도 아저씨처럼 공부하는 게 좋아졌으면 좋겠어요”
“저도 책 읽는 게 습관이 되면 좋겠어요”

동네 중딩들의 말을 거꾸로 하면 지금은 공부하는 게 싫고, 책 읽는 게 습관이 안 되어 있다는 말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중딩들을 공부나 책 읽기에서 멀어지게 한 큰 원인은 소위 말하는 ‘교육’ 때문입니다. 시험 치기와 성적 올리기가 공부인 양하고, 시험 치고 성적 올리기 위해 책장을 넘겨야 하는 상황에서 몇 사람이 과연 공부와 책 읽기를 좋아하겠습니까.

나 스스로 모르는 게 있고 알고 싶은 게 있어서 자료를 찾고 책을 읽고 토론을 하고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생각에 질질 끌려다니는 것은 공부가 아니라 훈련입니다. 집에서 똥오줌 가리는 훈련을 받고 있는 개에게 ‘너 공부한다고 애 쓰는구나’라고 하지는 않지요.

공부가 좋은 점

공부인 양하는 훈련이 아닌 진짜 공부를 하면 우리에게 여러 가지가 좋을 것 같습니다.

첫째, 마음이 편안해 집니다. 세상을 살다보면 온갖 일들에 신경 쓰게 되고, 신경 쓰다 보면 인상 쓰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지나서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내가 신경 안 써도 되는 일에 괜히 신경을 쓰면서 마음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공부를 즐기게 되면 딴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을뿐더러 관심도 없어서 꼭 필요한 생각만 하게 됩니다. 꼭 필요한 생각만 하니 복잡했던 생활이 단순하게 느껴지고 마음도 편안해지는 효과를 얻게 됩니다.

둘째, 차근히 따져서 생각할 수 있게 됩니다. 유명한 사람이 써 놓은 책 몇 권 읽었다고 공부는 아닐 겁니다. 좋은 말 흉내내기, 어려운 말 외웠다 써 먹기 등은 공부와는 아무 관련 없는 뽐내기일 뿐입니다.

모르는 것을 알아가는 것이 공부라면 공부의 과정은 차근히 따져 생각하는 과정일 수밖에 없습니다. A에 대해서 공부하다 보면 차근히 따져 생각하는 것이 습관이 되게 되고, 이 습관은 B나 C를 생각할 때도 차근히 따져 하도록 도와줍니다.

셋째, 마음의 힘을 길러 줍니다. ‘정치학 개론’ 한 권 읽고 정치에 대해서 안다고 내세울 수는 있어도 진짜 안다고는 할 수는 없겠지요. 하나를 안다는 것은 오랜 시간과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하는 일입니다.





SBS 드라마 <무사 백동수>에 백동수가 스승에게 무예를 배우기 위해 양팔에 물동이를 들고 무릎에 물그릇을 올리고 수련을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공부의 과정은 때로는 자신에게 힘든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알고 싶은 마음, 진리를 찾고 싶은 마음은 힘든 과정을 이기도록 도와줍니다. 그 결과 마음의 힘도 덩달아 길러져 다른 일을 할 때도 쉽게 포기하거나 지치지 않고 일을 잘 해결 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넷째, 기쁨과 행복을 안겨 줍니다. 몰랐던 것을 알게 되고, 희미했던 것이 또렷해질 때 마음에서 일어나는 기쁨과 행복의 크기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겁니다. ‘그래 맞아!’하면서 손뼉을 치거나 무릎을 두드리는 마음이 얼마나 큰 것이겠습니까.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얻으려고 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마음에 안겨 오는 기쁨과 행복이라면, 공부는 그 기쁨과 행복을 얻는 하나이면서 큰 길일 겁니다.

“공부하는 게 좋아졌으면 좋겠어요”라던 말, 마음을 아리게 하는 말입니다. 우리에게 많은 것을 안겨 줄 수 있는 것인데, 해 보지도 않고 질리게 만들었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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