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겔 - [정신 현상학] : 이성 - Ⅴ 이성의 확신과 진리 - 2. 이성적인 자기의식의 자기실현, 3. 절대적인 실재성을 획득한 개인
헤겔, <정신현상학1>, 임석진 옮김, 한길사
2. 이성적인 자기의식의 자기실현
자기의식은 사물이 자기이고 자기가 사물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게 되었으니, 이는 자기가 본래 대상적인 현실이라는 것을 의식이 자각하게 되었음을 뜻한다. 의식은 더 이상 그 자신이 온갖 실재이다라는 직접적인 확신에 그치지 않고, 직접적인 존재는 지양되어야만 하고 이것이 대상으로 나타나 있는 것은 표면적인 것에 지나지 않으며 그 내면의 본질이 곧 자기 자신임을 확신하게 된 것이다. - 368쪽
보편정신이란 단일한 정신적 존재로서, 이것이 의식에 안겨 있는 것이 현실적인 실체로서의 공동체이다. 그런데 앞서간 의식의 형태는 자기의 토대를 이루는 이 보편정신으로 복귀하는 까닭에 그 갖가지 형태는 보편정신의 생성과정에서 생겨난 개별적인 요소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갖가지 형태는 토대에서 유리된 채 저마다 독자적인 형태를 띠고 나타나긴 하지만, 실은 그것이 토대에 의해서 뒷받침될 때라야만 비로소 현실성을 띤 존재가 되고 또한 그 속에 뿌리를 내리는 한에서만 진리를 간직하게 마련이다. - 370쪽
연구자로서의 우리에게는 이미 개념으로 나타나 있는 이 목표, 즉 타자의 자유로운 자기의식 속에서 자기를 확신하고 거기서 자기의 진리를 발견하는 그런 인정된 자기의식을 실재하는 것으로 받아들임으로써 아직껏 내면에 잠겨 있는 정신을 일상생활에 뿌리내린 실체로서 떠올리게 될 때 이성의 개념은 인륜의 왕국으로서 꽃을 피운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인륜의 왕국이란 개개인의 자립적인 현실생활 속에서 그의 본질이 절대적인 정신적 통일을 유지하며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 370쪽
이렇듯 절대적인 독자성을 띤 무수히 많은 점으로서의 개인은 각자마다가 단일하고 독자적인 실체 속으로 용해되는 가운데 동시에 자기를 보존해나가는 존재로서 살아가고 있다. 개개인은 스스로의 개별성을 희생하며 보편적 실체인 공동체 정신을 자기의 혼이며 본질로 삼는 가운데 개별자로서의 독자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것을 의식하고 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이 공동의 세계는 개개인의 행위를 통해서 성립되는 것이며 개개인에 의해서 이루어진 작업의 결과이다. - 371쪽
자기의 존재를 확신하는 것 못지않게 또한 타인의 존재도 확신한다. 그 어디를 둘러봐도 모든 인간이 나와 마찬가지로 스스로를 자각하며 자립적인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나는 모든 사람이 타자와 자유로운 통일을 이루고 있음을 직관하며, 더 나아가서는 이로써 만인이 나를 포함한 타인의 힘에 의해서 살아가고 있음을 알게 된다. 만인이 나이며, 내가 만인인 것이다. - 373쪽
1) 쾌락과 필연성
2) 마음의 법칙과 자만의 광기
의식은 보편적으로 타당한 법칙이 그대로 자기 안에 깃들어 있음을 인식하는바, 이 법칙은 의식이 바로 자기의 것으로 갖추고 있음을 자각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마음의 법칙’이라고 불린다. - 384쪽
한편에는 개인을 억압하는 법칙, 즉 마음의 법칙에 모순되는 포악한 기존 질서가 있고 다른 한편에는 그런 질서 밑에서 고통받는 인류, 즉 마음의 법칙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도대체 가늠할 수도 없는 필연성에 종속되어 있는 인간이 존재...마음의 법칙에 모순되는 필연적인 현실을 극복하고 또 이 현실로부터 닥쳐오는 고통을 제거하는 일이 마음의 법칙을 지닌 개인의 지향점이다. 따라서 이 개인은 더 이상 앞 절(節)에서의 개인과 마찬가지로 자기만의 쾌락을 추구하는 경박함을 탈피하고 진지한 자세로 고매한 목적을 향한 자기의 탁월한 뜻을 발휘함으로써 인류의 복지를 구현하는 것이 곧 쾌락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되면 개인이 실현하는 것 자체가 곧 법칙이고, 그의 쾌락은 동시에 만인의 가슴에 와닿는 공동의 쾌락이다...여기서 자기의 쾌락은 법칙에 합치되게 마련이고 전 인류의 법칙의 실현은 곧 개인의 쾌락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 된다. 개인의 내면에서는 개체성과 필연성이 직접 일체화되어 필연의 법칙이 곧 마음의 법칙이 되는 것이다. - 385, 386쪽
더 이상 예전의 생명 없는 필연의 세계가 아니라 모든 인간의 개성에 의해서 생명이 불어넣어진 필연의 세계 - 389쪽
현실성과 비현실성이라는 두 측면이 중첩되고 서로가 모순되는 가운데 이 모두가 자기의식의 본질을 이룸으로써 자기의식은 극심한 내면적 착란에 빠져드는 것이다. -391쪽
개별자가 아닌 보편존재로서의 법칙을 안고 살아가면서 개인에게 안겨져 있는 착란상태를 자각하며 개별성으로서의 의식을 방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의식의 형태가 덕성이라고 불리는 것이다. -395쪽
3) 덕성과 세계행로
덕성의 의식에서는 법칙만이 본질적인 것이고 개체성은 지양되어야 하는 것이므로 의식에서나 세계의 행로에서도 그래야만 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 395쪽
운동은 형태의 기원(起源)으로서 형태에 선행하여 행해져왔던 것이다. - 396쪽
세계행로란 한편으로는 거기에 관여하는 개개인마다가 자기의 쾌락과 향유를 추구하는 나머지 스스로가 파멸에 이르면서 마침내 보편정신을 자각해나가는 일련의 과정이다. - 396쪽
개체성이야말로 보편적인 선을 실현하는 힘인 이상 개체성을 무력화함으로써 선을 구현한다는 그런 수단은 폐기된다...개인의 움직임이야말로 보편적인 것을 실재화하는 것이 된다. - 405쪽
3. 절대적인 실재성을 획득한 개인
본질과 목적이 완벽하게 눈앞의 현실과 일체화되어 있다는 확신 아래 즉자존재와 대자존재, 보편성과 개체성이 상호침투해 있는 것이다. 결국 행위가 그 자체로서 진리이고 현실이며 개인의 표현이나 발언이 어김없는 행위의 목적이 되는 것이다. - 408쪽
1) 정신적인 동물의 왕국과 기만, 또는 사태 그 자체
개인에게는 운동으로 표출되는 부정의 힘이 갖추어져 있어서 이것이 단순히 그 자체로 있는 개인에게 일정한 성질을 안겨준다. - 410쪽
행동은 본래 그 자체로 있는 것을 자각된 상태로 현재화(顯在化)하기 위하여 취해지는 것이므로 결국 행동이란 바로 정신이 의식이 되어 나타나는 것이다. 즉자적으로 있는 것은 현실화되었을 때 정체가 드러난다. 따라서 개인은 행위를 통하여 스스로를 실현하기 이전에는 자기가 누구이며 무엇인지를 알 수가 없다. - 413쪽
존재와 행위의 상호침투된 개체성 - 414쪽
결과물은 그 속에 표현되는 근원적인 본성과 마찬가지로 또한 일정한 성질을 지니게 마련이다. 왜냐하면 행위로부터 방면(放免)되어 저 나름대로 존재하게 된 현실의 결과물은 독자적인 성질로서의 부정성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 415쪽
여기서 개인이 의식하는 것은 가능성의 밤에 휩싸여 있던 자기 자신이 대낮 같은 현재 속을 고스란히 옮겨져 추상적이며 본원적인 존재에서 현실적인 존재로 탈바꿈했다는 것이다. - 417쪽
‘사태 자체’란 정신의 본질태를 나타내는 것으로서, 여기서 거론되어온 모든 요소가 독자성을 상실하고 전체의 흐름 속에 용해되면서 의식의 자기확신이 대상적인 본체인 하나의 사태로 나타나는 것이다. 그것은 자기의식의 고유한 자기 모습이 각인되어 나타나는 대상이면서도 대상에 특유한 자유로운 모습을 잃지 않고 있다...‘사태 자체’에는 개인과 대상 세계의 상호침투해 있는 모습이 대상화 되어 있으니 자기의식은 여기에 그 자신의 참다운 개념이 새겨져 있음을 보면서 자기의 실체를 의식하기에 이른다. - 423, 424쪽
‘사태 자체’라는 관념에 다다르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 형식적인 보편성에서야말로 사태 자체의 진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의식은 ‘성실한’ 의식이라고 불린다. 이 의식은 언제나 보편적 가치의 문제에만 골몰하여 그 어떤 행동이나 상황에 부딪치더라도 여기에 심혈을 기울인다. - 425쪽
그야말로 무언가를 실현한다는 것은 자기 개인의 것을 공동의 장에 내놓음으로써 자기의 것을 만인의 것이 되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 431쪽
오히려 그것은 개개인의 행위기도 하고 만인의 행위이기도 한 사회적 존재임으로 해서 그의 행위 역시 타인을 위한 것도 되는 사회적 행위이며 만인 각자의 행위도 되는 사태라는 것이 깨우쳐진다. 그야말로 온갖 것이 다 함께 어우러져 있는 그런 존재가 바로 정신적 존재인 것이다. - 432쪽
순수한 사태 자체란 앞에서 범주로 규정했던, 즉 자아는 존재와, 존재는 자아와 일체화되었던 바로 그것이다. - 432쪽
2) 이성에 의한 법칙의 제정
정신적인 존재가 단일한 모습을 하고 나타난 것이 순수한 의식이며 개개의 자기의식이다. - 433쪽
이 절대적으로 가치 있는 것은 더 이상 확신과 진리, 보편자와 개별자, 목적과 현실이라는 대립에 시달리는 일 없이 현실과 자기의식의 행위가 일체화되어 있는 그런 존재이다. - 434쪽
3) 이성에 의한 법칙의 음미
인륜적 실체는 더 이상 사고를 결한 타성적인 유 개념이 아니라 특수한 내용과 관계하면서 이를 받쳐주는 권력 또는 진리로 간주되는 것이다. - 440쪽
여기서 특정한 법칙이 우연한 내용을 갖는다는 것은 법칙이 자의적인 내용을 지닌 개별적인 의식이라는 것이 된다. 그것을 있는 그대로 법칙으로 제정한다는 것은 자의(恣意)로 법칙을 제정하여 이에 복종하는 것이 인륜에 합당하다고 들먹이는 전제군주의 폭정과 다름없다. - 445쪽
특정한 개인의 의지에 근거해 있는 것이 아니라 본원적이며 절대적인 만인의 순수의지가 존재하는 그대로의 모습을 띠고 나타난 영원의 법칙이다. 이 순수의지는 “...해야만 한다”고 명령만 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는 그대로 타당한 것이다. 모든 자아가 안고 있는 범주가 그대로 현실이 되어 있는 것이 영원의 법칙이며, 이 바탕 위에 세워진 세계가 바로 이 현실이다. - 446쪽
정의가 나에게 절대적인 것으로 의식되는 가운데 비로소 나는 인륜적인 실체 속에 몸담게 되고, 이렇게 됐을 때 인륜적인 실체는 자기의식의 본질이 되어 있다. 역으로 말하면 이때 자기의식은 인륜적 실체의 살아 있는 현실이고 그의 핵심을 이루는 의지인 것이다. - 44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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