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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겔 - [정신 현상학] : 정신_ Ⅵ 정신 1 참다운 인륜성

순돌이 아빠^.^ 2011. 11. 3. 12:33

헤겔 - [정신 현상학] : 정신_ Ⅵ 정신 1 참다운 인륜성

 

 

헤겔, <정신현상학2>, 임석진 옮김, 한길사

 

Ⅵ 정신

 

온갖 실재라는 이성의 확신이 진리로 고양되고 이성이 자기 자신을 세계로, 그리고 세계를  자기 자신으로 의식하기에 이르렀을 때, 이성은 곧 정신이다. - 2권18쪽

 

완전한 정신적 존재인 실체가 동시에 현실적인 의식으로 존재하면서 자기 자신을 표상하기에 이르를 때면 그것이 바로 정신이다. 정신은 정신적 존재로서는 지금껏 공동세계를 떠받치는 인륜적 실체로 불려왔지만, 그러나 정신은 인륜적인 현실 그대로이다. - 2권19쪽

 

보편적이고 자기동일적인 불변의 실체로서의 정신은 만인의 행위를 받쳐주는 확고부동한 토대이자 출발점이며 동시에 모든 자기의식의 사유 속에 본원적으로 깃들어 있는 목적이자 목표이다. 이러한 실체는 또한 만인의 행위에 의해서 산출된, 만인의 통일과 평등을 나타내는 공동의 작업 결과로서, 요컨대 의식을 반영하고 의식의 핵심을 이루는 행위의 결과물이다. - 2권19쪽

 

정신의 요소가 자기 자체 내로 복귀하여 그의 모습을 드러내는 마당에 이들 요소를 따로 짚어본다면 그것이 곧 ‘의식’ ‘자기의식’ ‘이성’이다. 정신은 우선 ‘감각적 확신’ ‘지각’ 그리고 ‘오성’을 포괄하는 ‘의식’일반으로 등장...정신이 자기와 맞서 있는 정신이라는 점이 강조될 경우에는 정신의 ‘자기의식’이 된다. 더 나아가 의식과 자기의식의 통일체로서 절대적 존재를 직접 대상으로 하는 의식이 등장하게 되면 이때 정신은 ‘이성’을 가진 의식이 된다. - 2권20쪽

 

정신이 직접적인 진리로 나타나 있는 한은 한 민족의 인륜적 생활로서, 즉 그것은 개체 속에 응집된 하나의 세계를 이룬다...지금의 이 형태가 이전의 형태와 구별되는 것은 그것이 참다운 현실에 뿌리내린 실재하는 정신으로서 한갓된 의식의 형태를 넘어선 세계의 형태라는 데 있다. - 21쪽

 

1. 참다운 정신, 인륜성

 

자기의식이 스스로의 핵심과 실체의 통일을 행동의 결과로서 창출해낼 때 이것이 곧 현실이 된다. - 23쪽

 

1) 인륜의 세계. 인간의 법칙과 신의 법칙, 남성과 여성

 

인륜적 실체가 자기의식에 힘입어 현실의 실체가 되면서 절대적인 정신이 현존하는 수많은 의식으로 구체화되어 나타나는 것이다. -24쪽

 

직접 존재하는 그대로 인륜성을 포함하는 것, 다시 말하면 자기의 본질과 핵심이 타자 속에 있음을 몸소 의식하는 ‘자연적인 인륜 공동체’가 바로 가족이다. 가족은 무의식적이며 아직 내면적인 공동체로서 국가라는 의식적인 현실에 대립하여 민족의 현실성을 육성하는 장으로서 민족 그 자체에 대립하고, 또한 자연발생적인 인륜적 존재로서 전체를 위한 노동에 의하여 형성되고 유지되는 인륜세계에 대립하면서 가정의 수호신(페나테스)으로서 국가의 신에 대립한다. -26쪽

 

개인은 시민이 되어서만 비로소 현실세계에 뿌리내린 것이 되므로 시민이 아닌 가족구성원으로서의 개인은 한낱 비현실적인 힘없는 그림자에 지나지 않는다. -28쪽

 

존재의 운동이란 존재가 지양됨으로써 자각적인 입장에서 스스로를 대상화하는 것 - 29쪽

 

지상계에 군림하는 공동세계의 공명정대한 법칙은 개체로서의 틀을 갖추고 존재하는 정부 아래서 현실적인 생명력을 지닌다. 정부란 자체 내로 복귀해 있는 현실의 정신이며 인륜적 실체를 전폭적으로 드러내주는 단일한 주체이다...국가는 한편으로는 인격적 독립과 사유재산 그리고 사법(私法)과 물권법상의 제도를 조직화하고, 나아가서는 영리와 소비라는 일단은 개별적인 목적을 위한 노동을 분야별로 편성하여 독립시키기도 한다. -31쪽

 

형제는 가족이라는 직접적이고 원초적이며 따라서 또 엄밀한 의미에서 인륜성을 부정한다고 할 그러한 보금자리를 떠나 의식적이고 현실적인 인륜성을 획득하고 발휘하는 존재인 것이다...자매의 경우는 가정을 주재(主宰)하고 신의 법칙의 수호자가 되어 아내가 되고 나서는 그러한 상태를 이어간다. 이런 방식으로 남성과 여성은 각기 자연의 성별을 극복하여 인륜적 실체를 구성하는 두 개의 부분을 분담함으로써 마침내 인륜적 존재로서의 남성 또는 여성이 된다. - 36쪽

 

전체의 모든 부분이 안정된 균형을 이루면서 각 부분은 고유한 자기 만의 정신을 간직한 채 전체와의 균형을 유지하고 있으니, 이제는 자기의 피안에서 만족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안에서 만족을 누릴 수 있게 된다. - 38쪽

 

2) 인륜적 행동. 인간의 지와 신의 지, 책임과 운명

 

공동체는 어디까지나 개별적인 정신을 억압함으로써만 자기를 보존할 수 있지만 또한 이 개별적 정신은 공동세계를 이루는 본질적인 요소이기도 하므로 공동체가 이를 싹트게 한다고도 하겠다. 즉 개별정신을 적대적인 원리로 삼고 이를 억압해가면서 낳는다는 것이다. - 55쪽

 

전쟁이란 인륜적 실체의 본질적인 요소, 즉 인륜에 기초한 자기존재가 일신상의 모든 것을 내던지는 데서 누리는 절대의 자유가 현실 속에 확연한 모습을 드러내는 정신의 형태이다. 전쟁은 한편으로는 개인과 연관된 재산 제도나 인격적 독립 그리고 개개인의 개성을 부정하는 힘을 실감하게 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바로 이 부정의 힘이 전쟁 속에서 전체를 유지하는 작용을 한다. - 55쪽

 

3) 법의 지배

 

원자처럼 산산이 흩어진 무수히 많은 개인이 죽은 공동체 정신의 이름으로 성립해놓은 것이 만인이 저마다 인격으로 인정받는 평등한 관계이다. - 57쪽

 

내용을 지배하는 자유로운 권력이란 무수히 많은 원자로 분산되어 있는 인격을 그 상태대로 방치해둔 채, 그들 원자와는 이질적이면서도 또 마찬가지로 정신을 결한 하나의 점인 인격으로 집약하는 힘을 의미한다...이러한 ‘세계의 지배자’인 황제는 현존하는 일체의 것을 자기 슬하에 거느린 절대적 인격으로서 더 이상의 어떤 고차적인 정신도 그의 의식에는 존재하지 않는다...일체의 현실적 권력을 장악하고 있다는 자부하는 세계의 지배자는 자기야말로 현실의 신이라고 여기는 어처구니없는 자기의식에 젖어든다. - 61쪽

 

2. 소외된 정신. 교양

 

자기 자신을 파악하는 정신의 핵심이라고 할 통찰이야말로 교양의 완성된 형태이다. 통찰이 파악하는 것은 오직 정신의 핵심일 뿐이니, 일체의 것을 자기로 파악하여 개념화함으로써 일체의 대상성을 말소하는 가운데 본래의 자체 존재를 자각된 존재로 화하게 한다. 피안에 있는 낯설고 서먹서먹한 신을 받들려고 하는 신앙과 대결할 때 통찰은 ‘계몽사상’이 되어 나타난다. - 67쪽

 

- 소외된 정신의 세계

 

소외된 정신의 세계는 이중의 세계로 분열된다. 하나는 현실의 세계 또는 정신이 소외된 세계이고, 다른 하나는 정신이 첫 번째 세계를 넘어 서서 순수의식의 경지로 들어선 곳에 옹립되는 세계이다. - 67, 68쪽

 

절대신을 완전무결한 형태로 받아들이는 자기의식, 즉 종교가 아니라 그 자신이 완전무결한 형태를 띠지 못한 채 현실의 세계에서 도피하는 ‘신앙’의 모습이다. - 68쪽

 

(1) 교양과 현실의 교양세계

 

교양의 세계를 주재하는 정신은 자기의식이 삼투된 정신적 존재로서 자기가 바로 이 하나의 독자적 존재임을 직감하면서 또한 확고한 현실이 자기와 대치해 있음을 알고 있다...세계를 자기와는 소원한 것으로 간주하여 이를 제압하려는 그러한 운동을 뒷받침되어 있다...자기의식은 자기를 소외시키는 한에서 무언가 실재하는 것이 될 수 있는 것이다. - 68쪽

 

이때 개인으로 하여금 가치와 현실성을 지니게 하는 것이 바로 교양이다. 개인의 참다운 근원적 본성과 실체는 자연적인 존재양식을 소외시켜나가는 정신이다. 이 외화는 개인의 목적이면서 동시에 개인의 실재하는 모습이기도 하다. 동시에 그것은 사유된 실체가 현실성을 띠게 되는 수단 또는 이행과정이기도 하고, 또 반대로 특정한 개인이 주체적 존재로 발돋움하는 수단 또는 이행과정이기도 하다. 특정한 개인은 교양을 통하여 본래의 자기가 되고 또 교양을 통하여 비로소 본래의 자기로서 현실의 존재가 된다. 결국 교양을 얼마만큼 쌓았는가 하는 그 정도에 따라 개인으로서의 현실성과 힘도 증대하는 것이다. - 69쪽

 

여기서 개인의 힘이 공동세계를 제압하고 또 극복해나갈 듯이 보이는 모습이야말로 실은 공동세계를 실현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왜냐하면 개인의 위력이란 자기를 공동세계에 합치되도록 하는 것, 다시 말하면 자기의 본체를 외화하여 공동세계에 동참하는 대상으로 정립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결국 개인이 교양을 쌓음으로써 스스로 현실성을 획득한다는 것은 공동세계가 그 자체를 실현하는 것이다. - 71쪽

 

첫 번째 영역이 그 자체로 보편적이며 균일한 정신적인 세계이고, 두 번째 영역은 저마다 자립적으로 존재하며 자체 내에 불평등이 조성되어 있는, 자기희생과 헌신을 나타내는 세계이며, 세 번째는 자기의식의 주체성을 통하여 불길 같은 힘이 약동하는 세계이다...정신 그 자체는 전체로서의 완전무결한 모습을 한 존재로서, 이 완전무결한 전체란 항구적인 영속성을 띤 실체와 자기희생적인 실체로 양분되고 다시금 이를 통일 상태로 되돌려놓고 나서 마침내 이 공동의 장이 불길 속에서 소진되고 폭발하여 마침내 실체로서의 항구적인 모습을 유지하는 것이기도 하다. - 73쪽

 

국가권력이란 단일한 실체이면서 동시에 만인의 작업 결과이기도 하다. 이는 개개인을 향하여 그의 본질을 천명하면서 개별자로서의 삶이 단적으로 보편정신을 의식하는 것임을 분명히 밝혀주는 절대적인 ‘사태 자체’이다. 그것은 또한 일단 성립되고 나면 단순한 결과물로 화함으로써 그것이 개개인의 행위에서 비롯된 것이란 사실은 드러나 보이지 않는다. 또한 그것은 개개인의 모든 행위를 위한 절대적인 토대이며 존립기반이 되어 있다. -74쪽

 

부라는 것은 수동적이고 허망한 것이면서도 또한 보편적인 정신의 세계와 무관하지 않은, 만인의 노동과 행위로부터 부단히 생성되는 결과물로서, 그의 소비는 만인에게 향유를 안겨준다. 향유를 누리는 개인은 비록 자기만을 위주로 하는 개별자임에 틀림없지만 향유되는 것은 만인의 행위의 결과로서 그의 향유가 번갈아가며 만인의 노동과 만인의 향유를 창출해낸다. 여기서 현실적인 노동과 소비가 그대로 공동성과 관련되는 정신적 의의를 지니게 된다. - 75쪽

 

외견상만으로도 각자의 소비는 만인의 소비로 이어지고 각자의 노동은 자기를 위한 노동인 것 못지않게 또한 만인을 위한 노동이기도 하므로 결국 만인이 예외 없이 개인을 위해 일하는 것이 된다. 따라서 각자마다가 ‘자기를 위하여’라는 것은 공동성과 연계되어 있어서 이것이 사리사욕의 발로인 듯이 보이는 것도 단지 그렇게 짐작된다는 것일 뿐, 실은 사리사욕에만 매여 있을 수도 없거니와 또한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그런 일은 할 수도 없다. - 75쪽

 

결국 자기의식은 국가권력과 부라는 두 개의 정신적인 위력 속에 그 자신의 실체와 내용과 목적이 깃들어 있음을 인식한다. 이런 가운데 자기의식은 이중의 존재가 되어 있으니, 한편으로는 본래 있는 대로의 그 자신의 모습이, 다른 한편으로는 독자적인 의식을 갖춘 모습이 드러나 보인다. 그러나 또 동시에 정신으로서의 자기의식은 두 개의 위력이 양립하는 것을 부정하고 개체와 공동체, 현실과 자기의 분리를 부정하며 통일을 이루어내려고 한다. - 75쪽

 

부는 만인에게 향유를 누리도록 하기 위하여 스스로를 내밀어주면서 만인에게 자기의 존재를 의식하게 한다. 이때 부는 그 자체가 공동의 복지가 된다. 부가 특정한 그 누구에겐가는 자선을 베풀지 않고 모두의 욕구에 응해주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이는 우연의 소치일 뿐, 그것이 모든 개인에게 분배되고 온 누리에 시례를 베풀어준다는 부의 보편적이고 필연적인 본질임에는 이론(異論)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 78쪽

 

국가권력과 부를 자기와 동등시하며 이와 관계하는 의식은 ‘고귀한’ 의식이다...이와 반대로 두 개의 대상 세계와 부등한 관계를 고정시켜놓은 의식은 ‘비천한’ 의식이다. 이 의식은 지배권력을 자기의 독자성에 족쇄를 채우고 억압하는 것으로 보고 지배자를 증오하는 가운데 음흉한 속셈을 안고 복종하는 척하면서 언제라도 반란에 뛰어들 태세를 갖추고 있다. 그런가 하면 또 이 의식은 마음껏 여유 있는 삶을 누리도록 베풀어주는 부에 대해서도 자기의 본뜻과는 어울리지 않는 부등한 면만을 눈여겨보려고 한다. - 81쪽

 

자기의 독자성을 참으로 희생하는 행위는 죽음도 마다하지 않을 만큼 자기를 완전히 내던지듯이 방기하면서도 여전히 자기를 유지하는 것이어야만 한다. 이렇게 해서 비로소 의식은 본래의 자기를 드러내며 개별자로서의 자기와 이에 대치되는 보편자로서의 자기를 확고히 통일시킨다. - 84쪽

 

언어는 자아를 순수하게 있는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니, 실로 언어만이 자아 그 자체를 표현한다고 할 수 있다...이렇듯 언어를 통해 나타나는 자아는 그 자체가 곧 자아의 외화이면서 또한 동시에 이 자아의 소멸이기도 한데, 바로 이 소멸과 더불어 자아는 보편자의 경지에 놓이게 된다. - 85쪽

 

국가권력과 고귀한 의식...이 양극을 통일하는 힘...이 중심이란 양극과는 별개의 현실적인 대상, 즉 양극에 대치해 있는 그런 존재자로서의 군주이다. - 86쪽

 

국가권력은 그 본질상 언제나 부와 통하면서도 동시에 어디까지나 부와 대립하는 현실적인 존재이다. - 90쪽

 

이러한 점에서 부는 밖으로부터 생명이 불어넣어지지 않으면 안 된다. 생명이 불어넣어져서 부가 자체 내로 복귀하는 운동은 자기만의 고립된 세계를 이루고 있는 부가 만인에게 인정받는 절대적 존재가 되어 아무런 본질적 의미도 지니지 않는 듯이 여겨지던 것이 본질에 합당한 운동을 펴나가게 되면서 이제 부는 그 자신만의 특유한 정신을 획득하기에 이르는 것이다. - 92쪽

 

독자존재는 자기의 자립성을 대상으로 하지만 이때 대상은 단적으로 타자이면서 동시에 곧바로 자기 자신이기도 하다. 자기가 타자로 나타난다 하더라도 이 타자가 어떤 다른 내용을 갖는 것이 아니고 어디까지나 동일한 자기를 내용으로 하므로 양자는 형식면에서만 절대적인 대립과 완전히 소원한 관계를 이룰 뿐이다. 마침내 여기에 자기의 진리와 본질을 의식하며 현실의 교양세계를 이글어가는 정신이 현상하기에 이르는 것이다. - 97쪽

 

성실한 의식은 모든 요소가 변함없는 가치를 지니는 것으로 여기는 까닭에 실제로는 무교양과 무사상에 젖어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 된다...이에 반하여 분열된 의식의 경우는 사태가 전도되고 더욱이 이것이 돌이킬 수 없이 전도되어 있음을 의식하고 있다. 따라서 분열된 의식에서야말로 성실한 의식이 뿔뿔이 흩뜨러놓았던 사상을 통합하는 개념의 힘이 크게 작용한다고 하겠으니, 결국 일체를 통합하는 분열된 의식의 언어 속에야말로 풍요로운 정신이 담겨 있는 것이다. - 99쪽

 

(2) 신앙과 순수한 통찰

 

신의 운동을 그 외형만 놓고 간단히 살펴볼 경우 교양의 세계에서는 국가권력이나 정의가 으뜸가는 사안(事案)이었다고 한다면 신앙의 세계에서는 단일한 영원한 실체, 즉 조물주이며 절대신이라는 완전무결한 정신이 으뜸가는 존재이다. 그러나 이 단일하고 영원한 실체는 정신적 존재라는 자기본질을 실제로 명시해야만 하므로 결국 ‘타자에 대한 존재’로 변신하여 자기동일적인 천상의 세계를 벗어나 현세에 모습을 나타냄으로써 자기를 희생하는 절대자, 즉 예수 그리스도가 된다. 이렇게 해서 신은 자기가 되지만 이 자기는 소멸되어가는 덧없는 자기이다. 그리하여 셋째로 이 소외된 자기이며 모멸당한 신은 최초의 단일한 존재로 복귀하지 않을 수 없으니, 이때 비로소 신은 성령이며 정신으로 표상되기에 이른다. - 109쪽

 

신앙이 정신을 신으로 받아들이는 흔들림 없이 순수한 의식인 데 반하여 순수한 통찰은 정신을 자기로서 의식한다. 결국 순수한 통찰은 세계의 본질을 신으로서가 아니라 절대의 자기로 파악하는 것이다. 따라서 순수한 통찰은 자기의식과 별도의 자립적으로 존재하는 일체의 것을, 그것이 현실의 존재이건 이념적인 존재이건 그 모두를 파기하여 개념으로 화하게 한다. - 111쪽

 

교양세계에서 개인간의 궁극적인 차이는 극도로 지리멸렬한 의식 속에서 절대적인 질적 차이로 전환되는 가운데 해소되어버린다. 절대적인 질적 차이에서는 자아에 대립하는 타자가 바로 자아 그 자체인 것이다. 타자가 자아라는 이 무한판단에서는 근원적으로 타고난 자기 위주의 일면성이나 특수성은 모조리 말소되고 자기는 순수한 자기로서 오직 동일한 자기를 대상으로 하고 있음을 자각하고 있으니, 자기와 대상 사이의 절대적 동일성이 마련되는 바로 그러한 터전 위에 순수한 통찰은 성립되는 것이다. - 11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