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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 - [니코마코스 윤리학] 제9권, 제10권

순돌이 아빠^.^ 2012. 1. 28. 20:04

아리스토텔레스 / 손명현 옮김

 

 

제9권

 

국민 사이의 친애에 있어서 구두를 만드는 사람은 그가 만든 구두에 대하여 그 가치에 비례하는 대가를 얻으며, 천을 짜는 사람과 그 밖의 다른 모든 장인도 이와 같이 그 가치에 비례하는 대가를 얻는다. 그런데 여기에 공통적인 척도로서 화폐가 마련되었고, 따라서 모든 것은 화폐에 맞추어 거래되고 또 화폐로 계산된다. - 207쪽

 

가치 척도이자 교환 수단인 화폐. 화폐가 자본이 되기도 하고 치부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요. 치부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화폐와 욕망이 어떤 관계 맺고 있기 때문일 거구요.

 

화폐가 수단으로도 척도로도 현상하지 않고 자기 목적으로 현상하고, 따라서 일단 순환을 마치고, 거래 상품에서 식료품이 된 상품처럼 유통에서 벗어나는 G-W-W-G...화폐는 치부 욕망의 한 대상일 뿐만 아니라 그것의 유일한 대상이다. - 칼 맑스, [정치경제학 비판요강Ⅰ], 백의, 2000, 206~207쪽, 212쪽

 

 

 

에로스적 친애에 있어서 ‘사랑을 구하는 사람’은 가끔 이렇게 불평한다. 자신이 사랑하고 있는 만큼의 사랑을 상대는 자기에게 주지 않는다고...또 한편으로 그는 사랑하는 사람이 상대는 그 전에는 모든 것을 약속했는데 지금은 아무것도 이행하지 않는다고 불평하는 일이 자주 있다. 이것은 앞의 경우는 사랑하는 상대를 쾌락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며, 뒤의 경우는 사랑하는 사람을 유익함 때문에 사랑하는 것으로, 이러한 것들을 상대에게 얻어내지 못할 때 생긴다. 이런 보상들이 그 친애의 목적이었으므로, 그들의 사랑에 동기가 되었던 것들을 얻지 못할 때 그 친애도 해체되고 만다. 저마다 상대를 그 자체로 사랑한 것이 아니고 그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성질을 사랑했던 것으로 이런 것들은 영속적인 것이 못 되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그들의 친애도 일시적이다. 그러나 상대의 성품을 사랑하는 친애는, 이미 말한 바와 같이, 상대 자신에 대한 것이므로 오래도록 지속된다. - 207쪽

 

사랑이 눈물의 씨앗이 되는 이유는 내가 원하는 것을 상대에게서 채우려 하는데 안 채워지기 때문이겠지요.

 

한쪽은 이성과 지혜에 있어서 여전히 소년인 데 반하여 다른 한쪽이 완전히 성숙한 남자가 되었다고 하면, 그들은 같은 것들에 대해서 더 이상 공감하지 못하고 또 같은 것들에 대해서 기쁨을 맛보거나 고통을 느끼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친구가 될 수 있겠는가? - 213쪽

 

소년이라고 해서 늘 모자라고 성인이라고 해서 늘 채운 것은 아니겠지요.

 

친구가 되고 싶다구요? 친구가 될 만한 사람이 되면 됩니다.

 

덕 있고 선한 사람은 또 자기 자신의 생명이 살아 숨쉬며 유지되기를 원하며, 특히 자기영혼에 있어서 ‘사유와 추론 부분’이 살아 보전되기를 원한다...누구든 있는 대로의 자신이어야 한다. 각자를 자기답게 하고 다른 어느 부분보다도 더욱 자기답게 하는 것은 영혼 속에 있는 ‘지성적으로 인식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 214쪽

 

우리가 우리 자신인 것은 우리 각자가 자신의 영혼을 가지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요. 화려한 옷도 잘난 몸도 그대로의 우리 자신은 아니겠지요. 무인도에 혼자 떨어지면 화려한 옷이나 잘난 몸은 쓸모가 없어지지만, 무인도에 혼자 떨어지더라도 영혼은 그대로 살아서 우리가 누구이며 무엇을 해야 할지를 생각게 하겠지요.

 

차근히 따져 생각하고, 사물이나 세상의 참 모습이 무엇인지를 찾고,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우리 서로를 기쁘게 하는 일인지를 알아내는 힘이 우리 영혼 안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자제력 없는 사람들은 스스로 좋다고 생각하는 것들 대신에, 쾌락을 주되 유해한 것들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또 그들 가운데에는, 비겁하고 게을러서 자신에게 가장 좋은 것을 하지 못하고 마는 사람들도 있다...또 그들은 자신 안에 사랑할 만한 것이 하나도 없으므로 자신에 대해서 친애하는 느낌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러므로 이런 사람들은 자신과 더불어  함께 기뻐하며 슬퍼하지도 않는다. - 215쪽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봅니다. 영혼을 가진 한 인간으로서, 영혼이 후회나 고통 없이 기뻐할 만한 것을 생각하고 행동하며 살면 좋지 않을까요.

 

 

 

 

악한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 대해서 조차도 친애를 가지지 않게 되어 있다. 이는 그 사람 안에 사랑할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상태가 너무도 비참한 것이라면, 우리는 마땅히 온 힘을 다해 악함을 피하고 선한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만 자신에 대해서도 친애를 가질 수 있고 또 남에 대해서도 친애할 수 있기 때문이다. - 216쪽

 

내가 나의 가장 좋은 친구 - 220쪽

 

정치판이든 학교 폭력이든 남 해치는 것을 쉽게 생각하고 반복하는 사람들은 자신을 아끼고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일까요 아닐까요. 사랑 받지 못하니 나쁜 짓을 해서라도 사랑을 쟁취하려고 하고, 나쁜 짓을 하니 더 사랑 받지 못하는 수레바퀴를 멈춰야겠지요.

 

양쪽이 어떠한 것이든 같은 것을 생각한다고 해서 합심이 아니며, 동일한 것을 동일자에 대해 생각할 수 있어야 비로소 합심이다. 예컨대 민중과 상류 계급 사람들이 다 같이 최고의 선을 갖는 사람이 통치하기를 바랄 때 그것이 합심이다. 사실 이렇게 함으로써만 모든 사람이 그들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그러고 보면, 합심은 정치적인 친애인 것 같다. - 217쪽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선택이라는 것이 따지고 보면 지배자를 위한 선택일 수도 있겠네요. 겉으로야 그것을 민주주의라고 하든 합심이라고 하든 말입니다.

 

돈을 꾸어 준 사람들은 그 상대에게 조금도 애정을 느끼지 않고, 다만 돈을 돌려받기 위해서 상대가 안전하기를 바랄 따름 - 218쪽

 

보험회사가 보험가입자의 안전이나 건강을 바란다고 말하는 이유는 정말 사람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서가 아니라 보험료 지급을 안 하고 싶어서이겠지요. 돈 나가는 일 아니라면 사람들이 죽든 살든 상관 안 할 거구요. ‘러시앤캐쉬’든 ‘현대스위스’든 이들이 돈 빌린 사람들보고 열심히 일해서 성공하라고 하는 이유는 그래야 돈을 갚을 것이기 때문이겠지요.

 

우리는 활동함으로써 존재하는데...기쁨을 주는 것이란, 현재에 대한 활동과 미래에 대한 희망, 그리고 과거에 대한 기억이다. 무엇보다도 가장 기쁜 것은 활동으로 인한 것...누구나 자기가 수고해서 얻은 것을 더 사랑한다. - 219쪽

 

결과가 같다고 해서 다 좋은 것이 아니라, 내가 직접 마음 써서 한 일에서 더 큰 보람이나 만족을 얻겠지요. 아무리 좋은 물건도 그저 주어진 것에는 소중함을 크게 느끼지 못하지만, 남들이 하찮다고 하는 것도 스스로 마음 쓰고 노력해서 얻은 것에 대해서는 소중하게 지키고 아끼려고 하지요.

 

과거는 지나가 버린 시간이며, 미래는 오지 않은 시간입니다. 과거는 기억하고 미래는 상상하지만 현재는 직접 느낄 수 있겠지요.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이란 말을 비난하는 의미에서 쓰는 사람들은, 재물이나 명예나 육체적 쾌락을 남보다 더 많이 차지하려는 사람을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것을 바라며, 마치 모든 것 가운데 가장 좋은 것인 것처럼 추구해 마지 않는다. 따라서 이런 것들은 경쟁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 221쪽

이러한 사람이야말로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이러한 사람은 가장 고귀하고 가장 선한 일을 하려 하며, 자신 안에 있는 가장 고귀한 것의 뜻에 따르며 복종한다. - 221쪽

 

부르주아를 위해 국가에 충성하는 것은 고귀한 것도, 자신을 사랑하는 것도 아니겠지요. 지배자의 쾌락을 위해 민중들이 고통을 받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일은 민중이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것입니다.

 

나는 물론이고 다른 이들도 함께 즐거워하고 기뻐할 일이라면 좋은 일이겠지요. 좋은 일을 하는 것이 나 자신을 사랑하는 일일거구요.

 

인간은 사회적인 존재이며, 본성적으로 타인과 함께 살도록 되어 있다. 그래서 행복한 사람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사는 것이다...친애하는 사람들과 선한 사람들 바로 그러한 사람들과 함께 지내는 것이 훨씬 더 좋다. 따라서 행복한 사람이라면 친구가 있어야 한다. - 224쪽

 

행복은 하나의 활동이며, 또 활동은 행하여지는 것으로 재물처럼 처음부터 주어지는 것이 아니며, 행복도 어떤 활동과 함께 생겨나는 것이기 때문이다...사람들은 행복한 사람이 즐겁게 사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만일 그가 고독하다면, 즐거운 생활은 어려워질 것이다. 왜냐하면 혼자서 계속 활동한다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과 함께라면, 또 다른 사람들을 상대하며 비교적 쉬워진다. 그러므로 친구를 가짐으로써 선한 사람의 활동은 순조로워지고 또 그 자체로서 즐거워진다. - 224, 225쪽

 

죽음의 순간을 앞두고, 혼자 하늘만큼 쌓은 권력을 떠올리는 것이 우리를 행복하게 할까요, 어린 시절 친구들과 별 일 아닌데도 꺄르르 웃던 기억이 우리를 행복하게 할까요.

 

동물에게 있어서 생명은 지각 능력으로 정의되며, 인간의 경우에 있어 생명은 지각 또는 사고 능력으로 정의된다. 그리고 능력이라는 것은 그 능력에 대응하는 활동에 관련하여 정의되는데, 이 활동이야말로 본질적인 것이다. 그러므로 생명, 즉 살아 있다고 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지각하는 또는 사고하는 행위라 할 수 있다. - 225쪽

 

우리가 지각하거나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지각하는 것이 곧 우리가 생존하고 있다는 것을 지각하는 것이다. 생존은 지각하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정의되기 때문이다. - 226쪽

 

살아 있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것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 겁니다. 다만 생각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행복도 불행도 느껴지지 않을 것이고, 더 나아지는 것도 더 나빠지는 것도 없겠지요.

 

 

 

제10권

 

참된 논의(사실에 분명히 근거한 논의)여야 비로소 단순히 지식을 위해서뿐 아니라, 삶에 있어서도 가장 유익한 것이 되는 것이라 생각된다. - 232쪽

 

사실에 근거한 논의라는 거, 당연한 것 같고 쉬운 것 같지만 막상 해 보면 그리 쉬운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사실 아닌 것, 막연한 느낌, 온갖 공상에 사로잡힌 논의를 많이 해 왔으니까요.

 

헤라클레이토스가 “당나귀는 황금보다 쓰레기를 더 좋아한다”고 한 것처럼, 말이나 개나 사람은 저마다 서로 다른 쾌락을 가지고 있다. 당나귀에는 황금보다 먹을 것이 더 큰 즐거움을 주기 때문이다. - 242쪽

 

과시하는 즐거움에 빠져 있는 사람은 소박한 생활과 속 깊은 대화에서 오는 즐거움을 하찮게 여길 수 있습니다. 무슨 재미로 사느냐고 묻겠지요. 반대로 속 깊은 대화의 즐거움을 즐기는 사람은 과시하는 사람을 보고 대체 무슨 재미로 사느냐고 묻겠지요.

 

행복이야말로 인간의 모든 행위의 궁극적 목적...사실 행복을 제외하고는, 우리가 선택하는 모든 것은 다른 어떤 것을 위한 수단으로 선택하는 것이다. 행복은 궁극적인 목적이기 때문에 예외인 것이다. - 244쪽

 

불행하려고 사는 사람은 없겠지요.

 

행복이란 것이 덕을 따르는 활동이라면, 당연히 그것은 최고의 덕을 따르는 것이어야 한다. 그런데 최고의 덕은 우리 안에 있는 최선의 것과 관련되는 덕이다. - 244쪽

 

남을 괴롭혀 저 혼자 행복한 것도 행복하다고 해야 할까요? 오직 이타적인, 영웅적이고 신적인 인간이 되어야 행복한 걸까요?

 

행복 속에는 쾌락이 섞여 있다고 말하지만, 덕에 따른 활동들 가운데 철학적 지혜의 활동이 가장 즐거운 것임은 누구나가 인정한다. 아무튼 지혜를 사랑하는 것, 곧 철학은 그 순수성과 신뢰성에서 가장 큰 쾌락을 제공한다. - 245쪽

 

철학이나 공상이 과학이나 인식보다 더 큰 쾌락을 제공할 수도 있습니다. 과학에는 고통이  따를 수도 있구요.

어떤 것이든지 각자의 활동에 어울리는 고유한 덕, 고유한 쾌락이 본성상 가장 좋고 즐거운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에게 있어서는 진지하게 지성을 추구하는 삶이 가장 좋고 즐거운 것이다. 지성은 다른 무엇보다도 인간을 인간답게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삶이 가장 행복한 삶이다. - 246, 247쪽

 

인간의 모든 활동 가운데에서 신의 활동을 가장 많이 닮은 것이 가장 행복한 것이라 할 수 있다. - 248쪽

 

노예들이 일을 해서 거둬온 곡식을 아내가 음식으로 만들어다주면 먹고, 친구들과 비스듬히 기대어 포도주나 마시며 향연을 즐기고 철학과 지성을 논하는 것이 가장 행복한 삶인가요?

 

신은 일하지 않고 빈둥거리는 인간을 닮지 않았나요?

 

 

 

 

일반적으로 생활 전체에 관한 법률이 있어야만 한다. 대부분의 사람을 말보다도 강제에 따르고, 고귀하고 아름다운 것보다는 처벌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 251쪽

 

국가가 개인 생활 전체를 지배하고 통제하려다 보니 관료제가 발달하고 법률이 아주 세세한 것까지 규정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요. 사람들이 말보다 강제에 따르게 되는 것은, 그 말이란 것이 지배자들을 위한 것이고 사람들을 괴롭히는 것이기 때문은 아닐까요.

 

인간이란 게 나쁜 짓을 많이 하기는 하지만 착한 일도 많이 하잖아요.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고 다른 사람을 돕는 일이라면 처벌이나 명령 때문이 아니어도 하려고 하구요. 제 욕망에 못 이겨 다른 이를 괴롭히는 사람들이 있으니 법이나 처벌이 필요하기는 할 거구요. 

 

법률은 구속력이 있고, 동시에 실천적 지혜와 지성에서 우러나오는 규칙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자기 충동에 반대하는 사람을 미워하고 또 이 미움이 당연한 경우도 있지만, 법률이 좋은 것을 명령한다 해서 귀찮게 여기는 일은 없다. - 252쪽

 

법률이 좋은 것을 명령한다고 해서 귀찮게 여기는 일이 없다면, 국가와 법이 인간 내면까지 완전히 장악하고 있는 경우겠지요. 아니면 아리스토텔레스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논의를 하고 있는 것일 거구요.

 

 

아리스토텔레스는 [니코마코스 윤리학]을 끝맺고, [정치학]으로 넘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