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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이어바흐 - [종교의 본질에 대하여] 제1강~제4강

순돌이 아빠^.^ 2012. 2. 26. 11:03



제1강

그 자체로 이해되지 않거나 다른 사람에 의해서 규명되지 않는 것만이 나에게는 말하고 쓸 만한 가치가 있다. 그러므로 나는 저술에서까지도 전혀 또는 적어도 나를 만족시키지 않는 것, 규명되어 있지 않은 것, 다른 어떤 책에서도 발견되지 않은 것만을 탐구의 대상으로 삼는다. - 45쪽

나는 별 효과가 없고 무용한 다양성이나 마구잡이 저술보다 효과적인 한쪽의 집중을 훨씬 더 높이 평가하는 사람이다. - 49쪽

세상 많은 일들 가운데 한 인간이 알아 낼 수 있는 것은 작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것을 안다고 섣불리 말하기는 쉬워도 한 가지를 제대로 알기도 쉽지 않겠지요.

아직 다른 이들이 밝히지 못한 부분을 알아가는 것이 학자가 할 일이겠지요. 알면 좋지만 아직 알지 못한 것을 알아내기.

누군가가 자신이 당시의 지배적인 통치체제에 반대되는 사상과 의견을 품고 있다고 확신했다면 이 시절에 조용히 칩거하면서 글을 쓰는 것 이외에 다른 도리가 있었을까? 그것은 체념하고 자제하면서 전제적인 국가권력의 자행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 46쪽

포이어바흐와 당시 독일인들이 처한 상황을 알 수 있을 듯합니다. 말하고 싶어도 말하지 못하는.

우리는 다른 것을 밟지 않고 발을 움직일 수 없으며 찌꺼기를 삼키지 않고서는 물 한 모금도 마실 수 없기 때문이다. - 52쪽

사람의 변화는 지금 존재하는 바로 그 사람으로부터 출발합니다. 사회의 변화도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이 사회로부터 출발합니다. 꿈이 아니라 현실로부터.


제2강

신학에서는 성스러운 것만이 진리이지만 철학에서는 진리만이 성스럽기 때문이다. 또한 신학은 어떤 특수한 원리와 적어도 인간에게 필요하고 구원을 주는 모든 진리가 담겨 있다고 상상하는 특수한 책에 의존하기 때문이다...신학은 그러므로 필연적으로 협소하고 배타적이며 관용적이지 않고 고루하다. 철학이나 과학은 그러나 특수한 하나의 책에 의존하지 않고 진리를 자연과 역사 전체 속에서 발견한다. - 55쪽

성경이든 꾸란이든 그 책이 성스럽고, 모든 진리를 담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책을 이용하는 이들이 성스럽다고 하고 진리를 담고 있다고 주장할 뿐이겠지요.

A : 하느님이 세상을 창조 하셨습니다.
B : 정말요? 근거가 뭐죠?
A : 성경에 나와 있습니다.
B : 성경은 그냥 책 아닌가요? 한단고기에 단군이 세상을 창조 하셨다고 나와 있으면 단군이 세상을 창조한 건가요?

A는 성경이 자기 주장의 근거가 되는 진리를 담고 있다고 생각하고 B는 성경이 그런 진리를 담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는 거죠.

이 책의 좋은 점 가운데 하나는 종교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학문을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할 기회를 준다는 것입니다. 학문을 할 때는 자신이 어느 자리에 있는지 따위는 조금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교수라서 더 많이 알고, 학생이라서 더 적게 알 리 없는 거지요. 오직 진리를 찾는 것 밖에는 없습니다.

벨은 인간이 종교 없이도 도덕적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 55쪽

삼강오륜이 없다고 세상이 절딴 나는 것이 아니듯 종교가 없다고 해서 인간 세상이 망하는 것도 아닐 겁니다.

나는 모든 중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종교와 철학 사이의 차이는 소멸될 수 없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후자는 사유 및 이성과 관계되고 전자는 심정心情 및 환상과 관계되기 때문이다. - 57쪽

종교에서는 ‘생각하라’ ‘판단하라’ ‘논증하라’가 아니라 ‘복종하라’ ‘믿어라’ ‘생각치 말라’라고 합니다. 환상이 환상임이 드러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생각하거나 인식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겠지요.








제3강

나의 학설은 신학은 인간학이다라는 말로 요약될 수 있다...인간의 신은 인간을 신격화시킨 본질에 불과하며 그러므로 종교의 역사 또는 신의 역사는 인간의 역사에 불과하다...이교도들의 신과 기독교인들의 신 사이의 차이는 이교도와 기독교인 또는 이교異敎 민족과 기독교 민족 사이의 차이에 불과하다. - 63쪽

인간 세계와 별도의 세계가 있고, 그 세계가 인간 세계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인간 세계가 그 세계를 상상하고 창조하는 것이겠지요.

이 책에서 ‘본질’이라고 번역한 단어는 자주 아리까리합니다. 혹시 앞의 경우는 ‘존재’나 뭐 그런 것은 아닐지.

종의 개념에는 그러나 다양성이 존재하기에 인간이 종의 본질을 절대적 본질로 만드는 곳에 많은 신이 존재한다. 그러나 인간이 유의 개념으로 올라서는 곳에서 모든 인간이 일치하고, 인간의 종, 부족, 민족의 차이가 사라지는 곳에서 인간은 일신론으로 올라선다...유는 물론 유 속에서 종 사이의 차이가 없어지기 때문에 종과 구분된다. 그러나 그 때문에 유는 스스로 독자적인 본질이 아니다. 왜냐하면 유는 종의 보편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 65쪽

신의 모습대로 인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모습들을 모아모아 신의 모습을 만드는 것이겠죠. 우리가 먹는 것은 보편적인 김밥이 아니라 야채김밥, 참치김밥, 소고기김밥 등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김밥입니다.

인간의 전제가 되고 인간이 필연적으로 관계하며 그것 없이는 인간의 실존이나 본질을 생각할 수 없는 본질은 여러분이 말하는 신이 아니라 바로, ‘자연에 불과하오!’ - 66쪽

자연에 더불어 사회도 있겠지요.

나는 나의 모든 이론과 사상을 희미한 추상의 안개 속에서가 아니라 항상 나의 생각에서 독립하여 존재하는 역사적이고 구체적인 대상과 현상을 근거로 전개하기 때문이다. - 68쪽

의義니 덕德이니, 있는 듯 없는 듯 한 것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존재하는 대상에서 과학은 시작할 것입니다.

나에게 무엇보다 중요했고 중요한 것은 종교의 어두운 본질을 이성의 횃불로 밝혀주어 인간으로 하여금 마침내 지금까지 그리고 오늘날에도 종교의 몽매성을 인간의 억압에 사용하고 있는 저 모든 인간에 적대적인 세력의 먹이나 노래갯감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다. - 69쪽

나의 강의와 저술의 목적은 다같이 인간을 신학자가 아닌 인간학자로 만들고, 신을 사랑하는 자에서 인간을 사랑하는 자로 만들고, 내세의 수험생에서 현세의 학생으로 만들고, 천상적이고 지상적인 군주제와 귀족제의 종교적 정치적 하인에서 자유롭고 자신감에 찬 지상의 시민을 만드는 것이다. - 70쪽

신을 사랑하기보다 인간을 사랑하기, 굴레를 벗고 자유로워지기.

내가 인식과 과학의 영역에서 어떤 것을 부정하려면 나는 그에 대한 충분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 70쪽

학자가 학자일 수 있는 것은 무슨 얘기를 할 때 근거를 대는 겁니다.

제4강

종속감이 종교의 근거이고 이러한 종속감의 근원적 대상이 자연이며 그러므로 자연은 종교의 제1대상이다.  - 72쪽

포이어바흐가 이 책에서 주로 얘기하는 것은 심리적 차원의 종교입니다. 종교 또는 신을 믿는 인간들이 어떤 심리 상태를 가지고 있느냐는 거지요. 사회 체제와 종교의 관계에 관한 이야기가 있었다면 더욱 좋았겠지요.

사변철학자들은 사물에 따라서 개념을 배치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개념에 따라서 사물을 배치하는 철학자들이다. 그러므로 나의 설명이 사변철학자들의 입맛과 느낌에 맞는가, 맞지 않는가는 별 상관이 없고 나의 설명이 대상과 사실에 부합하느냐가 중요하다. - 73쪽

좋은 말입니다. 실재에서 인식을 얻느냐와 상상으로 대상을 규정하느냐의 차이겠지요.

종교의 발생을 공포로 해명할 수 있다는 사실은 무엇보다도 다음과 같은 체험을 통해서 확인되고 있다....아프리카, 북아시아, 아메리카에 살고 있는 더 미개한 종족들은 “강을 두려워하며 특히 위험한 소용돌이나 폭포가 생겨나는 지점을 두려워한다. 이와 같은 곳을 건너갈 때 그들은 자비와 용서를 빌거나 가슴을 두들기며 노한 신에게 속죄의 제물을 던진다. - 73쪽

기독교인들은 종교적 공포를 일으키는 현상의 원인을 특수한 신으로 만들지 않고 자기들 신의 특수한 속성으로 만든다는 점에서 이른바 이교도 또는 미개민족과 구분된다. - 77쪽

인당수에 심청이를 빠트린다고 바다가 고요해질까요? 신에게 기도를 한다고 복福을 가져다줄까요?

공포는 그것 없이 또는 그것을 통해서 내가 무가 되며 또 나를 파멸시킬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는 하나의 대상에 대한 종속감이다. - 79쪽

신 앞에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지요. 나는 오직 그에게 속한, 그의 의지에 따라 움직이는 존재가 됩니다.

단순한 지속적인 질서는 인간의 주목을 끌지 못했다. 기적에 가까운 사건들만이 인간을 자극할 수 있다. 술주정뱅이가 이성과 건강을 잃었다고 해서 신이 벌을 주었다고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나는 들어보지 못했다. 그러나 술주정뱅이가 집으로 가다가 다리가 부러진 것을 보고는 신이 벌을 주었다고 시골 농부들이 말하는 것을 아주 자주 들었다. - 81쪽

인간이 갖게 된 어떤 느낌이나 생각을 신과 연결시키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