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강
인간에게 가장 혹독하고 가장 고통스러운 유한감은 그러나 그가 한 번은 실제로 종말에 이르고 죽는다는 느낌 또는 의식이다. 인간이 죽지 않고 영원히 산다면, 다시 말해 죽음이 없다면 종교도 없을 것이다. - 82쪽
인간이 갖고 싶지만 가질 수 없는 것을 이루어준다는 종교
나는 인간 개개인을 신격화시키지 않기에 오류나 부족함을 간과하지 않으면서도 이들 개개인을 존경하고 사랑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인간에게서 비로소 나타나는 마음, 오성, 의식이 자연에 부족하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그러므로 자연종교와 철학적 범신론의 오류에 빠지지 않고, 자연을 나의 본질을 만들어주는 어떤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 - 87쪽
인간의 참된 교양과 참된 과제는 사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다루는 것이며 그 자체보다 더 많게도 더 적게도 평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한 대상으로부터 신성한 후광이 제거될 때 그것은 참된, 자기 스스로의 가치 속으로 들어간다. 왜냐하면 하나의 사물이나 본질이 종교적 존경의 대상이 되는 한 그것은 낯선 깃털, 곧 인간적 환상이라는 공작의 깃으로 치장하기 때문이다. - 88쪽
있는 그대로 보기.
제6강
힌두족에서는 수소가 존경의 대상이 된다. “사람들은 일년마다 한 번씩 신성한 소들에게 존경을 보내며 리본과 꽃으로 장식하고 소 앞에 무릎을 꿇는다. 많은 마을에서 수소를 살아 있는 신으로 모시고 소가 죽으면 거대한 장례식을 열어서 묻는다.”...동물숭배를 비웃고 있는 우리 자신에게까지도 동물은 어떤 의미를 지녔는가? 사냥개 없이 사냥꾼이, 양 지키는 개 없이 양치기가, 소 없이 농부가 무엇이고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는가?...동물숭배의 현상은 인간의 차이에 따라 매우 다양한 대상을 지향하는 공포와 사랑이라는 동기로 귀착된다. 이러한 현상은 결국 종속감으로 귀착된다. - 93, 94, 95쪽
제7강
내가 이해하는 이기주의는 인간의 자기자신에 대한 사랑, 곧 인간적 본질에 대한 사랑이며 모든 충동과 소질을 만족시키고 개발하는 동인으로서의 사랑이다...요약하면, 내가 이해하는 이기주의는 자기보존 본능이다. - 104쪽
정신적인 충동을 갖지 않는 민족은 정신적인 신도 갖고 있지 않다...나에게 지혜가 그 자체로 이미 신적인 본질이 아닐 때 어떻게 나는 지혜를 미네르바의 여신으로 만들 수 있는가?...이들이 인간에게 신이 되는 것은 인간의 본질에 봉사하고 유용하며 촉진제가 되고 인간의 욕구에 부합할 때, 곧 은혜를 베풀 때에 한에서이다. - 108쪽
제10강
노예가 주인을 두려워하고 자연인이 천둥과 번개의 신을 두려워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주인이 노예의 목숨을, 뇌우의 신이 인간의 삶을 일반적으로 좌우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가 두려워하는 것은 무엇인가? 자기목숨을 읽는 일이다. 그는 결국 다만 이기심 때문에, 자기 자신과 자신의 삶에 대한 사랑 때문에 두려워한다. 이기심이 없는 곳에 종속감도 없다...외적인 힘은 그러므로 내적이고 심리적인 힘, 이기적인 동기와 관심을 전제로 하며 후자 없이 전자는 나에게 무이며 어떤 힘도 행사하지 못하고 어떤 종속감도 불러일으키지 않는다. 다른 본질에 대한 종속감은 사실 나 자신의 본질, 나 자신의 충동, 소원, 이해관계에 대한 종속감일 뿐이다. - 140, 141쪽
우리가 근세철학자들처럼 필요를 그 성분과 요소로 분석한다면 그 안에는 한 대상의 결핍과 향유가 들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왜냐하면 한 대상의 필요 속에는 그 대상의 향유가 포함되어 있으며 필요란 바로 이러한 향유의 필요이기 때문이다. - 142쪽
어떤 것이 희구의 대상이 되는 한 나에게 그것은 최상의 것이며 환상은 그것을 가장 화려한 빛깔로 색칠하고 나의 욕구는 그것을 천국에 있는 것으로까지 승화시킨다....무엇을 필요로 하는 순간에는 헌신적이고 희생적이며 모든 것을 약속하지만, 동경하던 것이나 바라던 것이 얻어질 때 감사하는 마음이 없어지고 이기적이 되며 모든 것을 잊는다는 일반적인 체험이 나타난다. 그 때문에 “궁핍이 기도하는 법을 가르친다”는 속담이 있다. - 142쪽
욕망, 향유, 종교.
제11강
나는 역사가들처럼 과거에서 현재로가 아니라 현재에서 과거로 추론해간다. 나는 현재를 과거를 푸는 열쇠로 간주하며 그 반대는 아니다. - 153쪽
어제 지구의 생명에 관한 영상을 잠깐 보니 인간 유전자가 30억년의 세월 동안 만들어졌다고 하더라구요. 지금 현재 존재하는 것을 통해 과거를 볼 수도 있겠지요.
내 앞에 다른 사람이 없었다면 나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똑같이 나는 나의 부모와 구분되고 부모로부터 독립된 존재이다. 내가 나인 것은 타인을 통해서 뿐만 아니라 나 자신을 통해서이기도 하다. 나는 물론 내 선친들의 어깨 위에 서 있지만 이들의 어깨 위에서도 나는 나의 양다리로 서 있다. - 164쪽
제13강
신이 징벌하고 정의롭고 화내고 심술궂기 때문에 이 인간이 벼락을 맞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그가 벼락을 맞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원인이 분노하고 징벌하는 심술궂은 존재가 된다. - 182쪽
세계가 시간 속에 있는가 아니면 오히려 시간이 세계 속에 있는가? 시간은 단지 세계의 한 형식, 곧 세계의 개별적인 본질과 작용들이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방식이 아닌가? 그러므로 어떻게 내가 시간적으로 세계의 하나의 출발점을 부여할 수 있는가? 세계가 시간을 전제로 하는가 아니면 오히려 시간이 세계를 전제로 하는가? - 183쪽
세월이 흘러서 늙는 것이 아니라 늙은 것을 보고 시간이 흘렀다고 하는 거겠죠.
제14강
유신론은 바로 유개념을, 적어도 신이라 불리는 것의 핵심을 구체적인 사물의 발생근거로 전제하고 보편자를 개별자로부터 발생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개별자를 보편자로부터 발생하게 하는 데에서 존속한다. 보편자 자체나 유개념은 그러나 사유 속엣 사유만을 위해서 존재할 뿐이다. 바로 그러한 이유에서 인간도 세계가 이념이나 정신적 본질의 사유로부터 발생했다는 생각이나 믿음에 도달하는 것이다. - 197쪽
인간의 역사를 어떤 정신의 발전이나 실현 과정이라고 보는 것들.
인간이 자연 속의 합목적성이라 부르고 그렇게 파악하는 것은 실제로 세계의 통일, 원인과 결과의 조화, 자연 속에 들어 있고 작용하는 모든 것의 연관 일반에 불과하다. - 199쪽
빛은 눈이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빛이 있기 때문에 눈이 존재한다. 마찬가지로 공기는 숨을 쉬게 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공기가 존재하고 공기 없이는 삶이 유지될 수 없기 때문에 사람들은 숨을 쉰다. - 201쪽
지구는 지구 위의 인간과 동물이 살아갈 수 있도록 이 장소를 차지한 것이 아니며 지구가...바로 지금처럼 만들어졌기 때문에 지구 위에서는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유기체가 살고 있다. - 201, 202쪽
자연이 인간을 먹여 살리지는 않습니다. 인간이 자연을 이용할 뿐.
지구가 수성의 위치에 들어선다면 지구 위의 삶은, 적어도 지구 위에 지금 있는 이 삶은 소멸할 것이다...지구는 그것이 태양계에서 점유하는 위치에서만 지금과 같은 지구이다. - 201쪽
어느 존재가 다른 존재와 맺고 있는 관계와 위치.
제15강
자연 속에는 물론 인간이 아직 물리적, 자연적 원인을 충분히 발견해 내지 못하는 현상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하나의 현상을 물리적으로,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이유 때문에 신학으로 도피하려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우리가 인식 못하는 것은 우리의 후손이 인식할 것이다. 우리의 조상들이 신이나 신의 의도로만 설명할 수 있었던 것 가운데 상당히 많은 것을 이제 우리는 자연의 본질로부터 설명해 내지 않았는가! - 208쪽
자연은 전능하지 않다. 자연은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연은 그것을 할 수 있는 조건이 존재하는 것만을 할 수 있다. 자연, 예컨대 지구는 겨울에 나무에서 꽃과 열매를 나타나게 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에 필요한 열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 211쪽
제17강
자연과 세계를 주택이나 시계 또는 다른 기계적인 예술 작품처럼 간주하고 그로부터 그것을 만들어낸 기술공이나 예술공을 추론해낸다. 그러므로 그는 예술을 자연의 원본으로 만들고 인간의 작품에 따라 자연작품을 생각한다. 그로부터 바로 자연작품을 산출하는 원인이 인간이나 제작자 또는 창조주와 같은 인격적 본질이라는 추론이 나오는 것이다. - 229쪽
신이 그것을 만들었다는 대답이 실제로 아이의 감성을 만족시켰다 해도 그로부터 그것이 옳은 대답이라는 결론은 결코 도출되지 않는다. 그것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누가 주셨느냐는 어린이들의 물음에 대하여 그것을 아기 예수가 가져왔다거나 누이나 동생이 어디서 왔냐는 아이들의 물음에 대하여 그들을 아름다고 깊은 샘에서 낚아왔다는 대답이 비록 아이들을 만족시킬지라도 옳은 대답이 아닌 것과 비슷하다. - 230쪽
제19강
마취제로 유황 에테르가 발견되고 사용되었을 때, 나에게 신앙심이 완결한 한 사람이 이야기한 바에 의하면 에를랑겐 대학의 신학자들이 항의를 했다. 다시 말하면 이들은 난산의 경우에 그것을 사용하는데 반대했다. 왜냐하면 성서에 다음과 같이 씌어져 있기 때문이다. “너는 고통스럽게 아이를 낳을 것이다.” 다시 말하면 고통스러운 분만이 신의 분명한 명령이고 의도이기 때문이다. - 255, 256쪽
제20강
종교는 시이다. 그러나 종교는 시나 예술 일반과 차이가 있다. 예술은 창작물을 그 자체로, 다시 말하면 예술의 창작물에 불과한 것으로 간주한다. 종교는 그러나 상상 속의 존재를 현실적인 존재로 간주한다. - 268쪽
제21강
이러한 주장에 대하여 신자 특히 신학자들은 화가 나서 열변을 토하며 외쳤다. 수백만의 사람에게 그처럼 많은 위로를 주었고 수백만의 사람들이 그것을 위해서 목숨까지 바친 그것이 어떻게 단순한 상상에 불과하겠는가? 그러나 그것은 이러한 대상들의 현실성과 진리에 대한 어떤 증거도 되지 못한다. - 286쪽
수억 명의 사람에게 위로를 주었다고 하더라도.
환상은 사람이 부주의 때문에 걸려 넘어지는 돌을 영 또는 신으로 변화시킨다! - 288쪽
제22강
인간이 신을 믿는 것은 환상과 느낌을 갖기 때문만이 아니라 행복해지려는 충동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행복을 상상하기 때문만이 아니라 스스로 행복해지려 하기 때문에 행복한 존재를 믿는다...신은 환상 속에서 만족되는 인간의 행복욕이다. - 291쪽
제23강
종교는 해악의 가상만을 폐기할 뿐 그것의 원인을 폐기하지 못한다...종교는 근본적으로 치료하지 못한다. - 309쪽
신학자들 자신에 의해서 수행된 성서연구의 결과가 나온 오늘날까지도 성서를 민중들에게 신의 말이라고 참칭하는 것은 분명히 속임수가 아닌가? - 311쪽
모든 다른 분야에서는 인간이 진보하는 반면 종교에서는 인간이 맹목적으로 우둔하게 고대의 오점 위에 머물러 있다. - 312쪽
제29강
태양, 달, 별들은 인간이 그것들을 바라보기 이전에 존재했고 내가 그들을 보기 때문에 그들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내가 그들을 바라본다. - 379쪽
제30강
기독교는 이루어질 수 없는 인간의 소원을 성취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고 바로 그 때문에 이루어질 수 있는 인간의 소원을 등한시했다. 기독교는 인간에게 영생을 약속하면서 현세를 망가뜨렸고 신의 도움에 대한 신뢰를 통해서 인간 자신의 힘에 대한 신뢰를 망가뜨렸다. 또한 천상에서의 더 나은 삶에 대한 믿음을 통해서 지상에서의 더 나은 삶에 대한 믿음과 그것을 실현하려는 노력을 망가뜨렸다. 기독교는 인간에게 상상 속에서 원하는 것을 부여했지만 바로 그것 때문에 진리와 현실 속에서 인간이 요구하고 원하는 것을 부여하지 못했다. - 395쪽
경건한 영혼의 의사로서 아이제바르트 박사처럼 죽음의 두려움을 미끼 삼아 천상의 행복에 대한 담보가 되는 신에 대한 두려움을 주입시킨다. 그러므로 우리는 죽은 자를 가만 놓아두고 살아 있는 자들만을 걱정하자! 우리가 더 나은 삶을 더 이상 믿지 않고 실제로 만들려 할 때, 개별적으로가 아니라 힘을 합쳐 만들려 할 때, 우리는 더 나은 삶을 이룩할 수 있다. 또한 적어도 인류가 지금까지 고통을 겪어온 극도의, 천인공노할, 가슴을 찢는 불의와 해악의 상태를 제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삶을 만들고 작용하게 하기 위해서 우리는 신의 사랑을 유일하고 참된 종교로서의 인간의 사랑으로 대치해야 한다. 신에 대한 믿음을 인간 자신에 대한 믿음으로, 인간의 힘에 대한 믿음으로 대치히야 한다. 그것은 인류의 운명이 인류를 벗어나 있거나 초월해 있는 존재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인류 자신에 의존하고 있다는 믿음이다. - 4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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