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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비-스트로스 : [야생의 사고] 제1장, 제2장

순돌이 아빠^.^ 2012. 4. 11. 13:55



레비-스트로스. 한길사, 1996년



학문이나 과학을 할 때 알아 둘 필요가 있는 체계와 구조, 차이와 분류 등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 준 좋은 책.

흔히 말하는 원주민들이 토템과 토테미즘을 왜, 어떻게 이용하는 지에 대해 아는데 도움을 준 책. 무지하며 신화에만 사로 잡혀 있다는 편견은 와르르 무너짐. 단, 쉽게 읽기는 틀린 책.

제1장 구체의 과학

‘나무’라는 어휘 하나만을 갖고 있는 언어는, ‘나무’라는 어휘는 없지만 그대신 수많은 개별 종과 변종에 대한 명칭을 가진 언어에 비해 개념들이 풍부하지 못한 언어라고도 할 수 있다. - 51쪽

전문용어에서 그렇듯이 새로운 개념이 생겨나는 데에는 사물의 속성에 대한 부단한 주의력이 요구되며 서로 구별 지을 수 있는 특징들에 대한 빈틈없는 관찰이 필요하다. - 51

사물, 속성, 특징, 구별, 개념

그들은 작은 차이점도 놓치지 않는다...그 지역의 모든 침엽수마다 명칭이 따로 있지만 평범한 백인은 이들을 구별하지 못한다. - 56

그녀는 이들을 식별할 수가 없었다. 그 식물들이 진기한 것이었기 때문이 아니라 식물계가 얼마나 풍부하고 다양한가에 대해 그동안 그녀가 관심을 가져본 적이 한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주민들은 그러한 관심을 가지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있었다. - 56

생활의 필요, 관식, 인식, 식별

주술은 총체적이고 포괄적인 결정론을 전제하는 데 비해, 과학은 우선 여러 개의 차원을 구분하고 그 중의 일부에만 결정론적 형식을 부여하며 그 밖의 차원에는 같은 결정론적 형식을 적용하지 않는다. - 63

하느님은 모든 것을 알고 있고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존재. 과학은 하나의 대상에 현상하는 여러 요인 가운데 하나에 대해 밝히는 것. 나머지 것들은 그 다음 연구 과제. 밝혀낸 하나의 것 또한 신적인 완벽함을 지닌 것은 아니고 지배적이거나 규정적임.

인간은 가장 힘든 과제, 즉 감각에 직접 수용된 바를 체계화하는 과제에 도전했다. - 64

사고하고 성찰하고 과학을 하면서.

과학자가 자연과 나누는 대화는 단순하고 순수한 관계에서 이루어질 수 없다. 그는 그가 살고 있는 시기, 문명, 그가 사용하는 물질적 수단에 의해서 규정되는 자연과 문화 사이의 특정한 관계 속에서 대화하고 있는 것이다. - 73

종교인은 종교인이 속한 세계에서 벗어나서, 마치 지구 밖에서 지구를 보듯이 세계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과학자는 자신 속한 세계 속에서 자신이 속한 세계를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을 이해하는 것이 세계를 이해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도 있습니다.

엔지니어와 ‘손재주꾼’의 차이가 생각만큼 대단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문명의 특정 상황에 의한 구속에 부딪쳤을 때 엔지니어는 항상 통로를 뚫어 ‘건너편’에 도달하려고 애쓰지만 ‘손재주꾼’은 그것이 좋아서든 할 수 없어서든 ‘이편’에 머물고 만다. 다시 말해서 엔지니어는 개념을 갖고 작업을 하는 데 반해 ‘손재주꾼’은 기호를 사용하여 작업하는 것이다. - 73, 74

기호와 개념이 서로 대립되는 점 중의 하나는 개념이 현실을 존중하여 현실을 전적으로 반영하려고 하는 데 반해서 기호 쪽은 현실 속에서 다소 문화적 요소가 개입되는 것을 허용하고 심지어 그것을 요구까지 한다는 것이다. - 74

개념은 관련되는 집합을 여는 조작매체로, 기호작업은 집합을 재구성하는 조작매체로 나타난다. - 74

하나의 기업을 이해할 때 자본가라는 개념을 가지고 이해하는 것과 CEO라는 기호를 가지고 이해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신화적 창작은 ‘손재주꾼’의 작업과 마찬가지로 늘 새로운 요소들의 배열로 이어지며 - 75

통틀어서 과학은 ‘우연과 필연’의 구분 위에 기초하고 있다. 그것이 또한 사건과 구조를 구별 짓는 것이다. - 76

과학자는 구조를 이용해서 사건을 만드는 데 비해(세계를 변하게 하는데) ‘손재주꾼’은 일어나 사건을 이용해서 구조를 만드는 것 - 77

축소모형의 본질적 가치는 감각의 차원을 버리고 지적 차원을 획득한 데 있는 것 - 81

사건에 대한 강조는 구조가 희생되면서 일시적 사회현상에 대한 강조나 일시적인 자연 또는 기후 현상에 대한 강조로 변하기도 한다. - 88

국회의원 선거에서 어느 당이 표를 많이 받았는지는 일시적 사회현상일 수 있음. 정당 의석수가 사회구조를 보여주는 것은 아님

제2장 토템적 분류의 논리

논리란 필연적인 관계를 세우는데 있다. - 93

말을 논리적으로 한다는 것은 말 재주가 뛰어난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말하고자 하는 대상이 어떤 모습으로 생겼는지(구조), 어떻게 태어나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는지(역사)를 잘 설명하는 것이겠지요.




만화경은 여러 조각의 단편을 갖고 있으며 그 단편으로 구조적 배열을 만들어낸다...배열은 각기 그것을 구성하는 각 부분들 사이의 엄밀한 관계에 의해서 표현될 수 있고 또한 그들 사이의 관계는 배열 자체 이외의 내용을 갖고 있지 못하며 - 95

이론적인 지식이 감정과 양립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것...만일 동물학자의 의식이 분류학과 애정을 동시에 지닐 수만 있다면 이른바 미개인의 사고에서 이 두가지 태도가 서로 결합되어 있는 것을 설명하는 데 특별한 원칙을 끌어낼 필요가 없을 것이다. - 98

연구 과정에서 연구자의 의도를 배제한다는 것은 이데올로기 생산을 위해 대상이나 자료를 자의적으로 조작하지 말라는 것. 연구자가 대상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없으면 대상에 대해 제대로 알기 어려움. 결과를 조작하기 위한 의도를 배제하는 것과 관심과 애정을 배제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 팔레스타인인들의 삶에 대한 관심 없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지배에 대해 제대로 알 수 있을까?

‘위대한 분류가’라고 자처하고 있는 나바호 인디언은 생물을 언어가 있는가 없는가에 따라서 우선 두 종류로 분류한다. 언어가 없는 생물에는 동물과 식물이 포함된다. 동물은 다시 ‘달리는 동물’ ‘날아다는 동물’ ‘기어다니는 동물’의 세 군(群)으로 분류된다. 각 군은 이번에는 더 한층 세분되어 ‘땅에 사는 동물’과 ‘물속에 사는 동물’, ‘주행’(晝行)과 ‘야행’(夜行)으로 나뉜다. - 99

‘원시인’은 단순하며 거칠다고 믿는 편견 때문에 인류학자들은 이 복잡하면서도 일관성 있는 의식적인 분류체계를 조사하지 못하고 마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지적 수준도 경제적 수준 정도일 것이라고 너무 성급하게 결론지었기 때문이다...우리들이 원시성에 대해 갖고 있는 갖고 있는 전통적 이미지는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 어떠한 시대 어떠한 지역에서도 ‘야만인’은 사람들이 즐겨 상상하듯 동물적 상태를 겨우 탈피하여 욕구와 본능에 내던져진 존재도 아니며, 또한 그들의 의식이 감정에만 지배되어 혼돈과 이익분배에 급급한 것도 물론 아니다. - 102

오마하 인디언들은 그들과 백인의 가장 중요한 차이점은 ‘인디언들을 꽃을 꺾지 않는다’는 사실에 있다고 한다. 말하자면 한낱 즐기기 위해 위해서 꽃을 꺾지 않는다는 뜻이다. ‘식물에는 각기 주인에게만 알 수 있는 그 꽃의 신성한 용도가 있다’고 한다. - 103

이 미개한 인디언들은 자연물의 명명을 아무렇게나 다루지 않고 부족의 집회를 열어서 각기의 종의 성질에 가장 적합한 명칭을 정했다. 군(群)을 나누고 하위군을 구분짓는 데 대단히 정확했다. - 105, Dennler의 글 인용

어느 문화에서고 불면하며 일정하게 나타나는 것은 요소 하나하나가 아니라 그 요소들이 이루는 관계들일 뿐이다. - 116

요소 자체는 결코 내재적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그 의미는 ‘위치’에 따라 정해진다. 그것은 한편으로는 역사와 문화적 상황에, 또 한편으로는 그들 요소가 참가하고 있는 구조적 체계에 따라 변화한다. - 118

농업으로 생활하는 미국 남서부 인디언들은 까마귀를 농장에 가장 해로운 새로 본다. 그러나 태평양 북서 해안에 사는 인디언들은 주로 어업과 수렵으로 생활하는데 까마귀를 동물의 시체나 나아가서는 동물의 배설물까지도 먹는 새라고 생각한다. - 119

“분류의 원리에서 미리 결정된 공리란 없다”는 것은 진리이다. 그것은 민족지적 조사, 즉 경험에 의해서만 귀납적으로 얻어질 수 있다. - 122

이데올로그의 과학자의 차이는 이데올로그가 미리 정해둔 결론을 향해 조사와 자료를 이끌어 간다면, 과학자는 조사와 자료를 바탕으로 결론을 이끌어 냄.

임부에게 가장 위험한 것은, 나무의 구멍이든 땅속에 뚫린 구멍이든 구멍 속에 살든지 아니면 거기서 잡힌 동물이다. 그것은 가히 공소공포空所恐怖라고 할만하다. 만약 임부가 이러한 종류의 동물을 먹었다고 하면 태아는 그 구멍, 즉 태내에 오래 머물러 난산의 우려가 있다...나의 고용인 중의 하나가 여자에게 애를 배게 했는데, 내가 카사바빵 모양을 만들어달라고 해도 결코 만들지 않고 거절했다. 빵의 속이 공동(空洞)이라는 이유에서였다 - 125, Tessmann의 글 인용

하나의 것을 보고 다른 것을 연상. 연상된 것을 금기시킴. 한국에서는 엘리베이터나 건물에 '4'층이 없이 F로 표시하는 경우가 있음. 4가 한자의 죽을 사(死)와 발음이 같기 때문. 사(死)와 4는 아무런 소리 말고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음. 연상된 것에 의미를 부여함.

인접성은 구조적으로 기능적으로 동일 체계에 속해 있으므로 사물을 잘 보게 한다. 유사성은 동일 체계에 속하지 않아도 되며 모두가 노란색이고 부드럽다든가, 모두가 날개가 있으며 높이가 10피트라든가 하는 경우처럼 한 개나 혹은 여러 개의 특징을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는 것을 기초로 한다. - 127, 128

관계란 감각적인 것(꿀벌과 구렁이의 무늬)에도 그리고 지적인 것(꿀벌과 목수에게 공통된 제작 기능)에도 세울 수 있다. - 128

사회집단에 명칭이 부여될 때마다 이 명칭으로 인해 형성되는 개념체계의 운영은 그 뒤에 오는 인구통계학적 변동에 달려 있다. 인구통계학적 변동은 제 스스로의 법칙이 있으나 개념체계와의 관계에 있어서는 우연적이다. 개념체계는 공시적으로 성립하나 인구통계학적 변동은 통시적인 상황에서 전개된다. 다시 말해서 각자는 서로가 무관한 채 따로따로 움직인다. - 131

조선시대에 가족이라고 하는 것과 지금 한국에서 가족이라는 것은 이름은 같지만 구성이나 기능면에서 과거의 것과는 다른 가족입니다.

이론적 측면을 보는 데 있어 엄밀함, 끈기, 작은 특징이나 차이점을 결코 소홀히 하지 않는 충실함 - 139

미개인은 식물 재배에 서투르다는 통념이 생긴 것은 여행자가 자부 보게 되는 원주민은 간선도로나 도시 주변에 살아 그들의 전통문화가 소멸되다시피한 부족이기 때문이다. - 140, Anderson 글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