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저는 배드민턴 치는 것을 즐깁니다. 유일하게 하는 운동이지요.
제가 가는 배드민턴장을 자주 드나드는 사람 가운데 나이든 남성 A가 있습니다. A를 나이든 남성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이 이야기가 나이와 성(性)과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코트에서 직접 경기를 하지 않을 때 옆으로 길게 늘어선 계단에 여러 사람들이 앉아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여기저기 계단에 앉아 있을 때 A가 배드민턴장에 들어섰다고 하지요.
경우 1. A에 비해 젊은 여성이 혼자 있거나 모여 있는 경우
어김없이 그 여성들 앞에 가서 웃으며 말을 걸고, 그들과 어울리는 것에서 행복함을 느낍니다. 어떤 때는 아이가 엄마 곁에 앉아 있듯이 젊은 여성 곁에 얌전히 앉아 있기도 합니다.
경우 2. 젊은 여성과 제가 함께 있는 경우
먼저 여성에게 인사를 하고 대화를 나눕니다. 그리고 나서 저에게 눈길을 돌리면 제가 인사를 하고, A는 인사를 받습니다.
경우 3. 저만 있는 경우
대체로 제가 앉아 있는 자리를 그냥 지나쳐 저 멀리 있는 여성에게로 곧바로 다가갑니다. 저 혼자 있을 때 그가 저를 쳐다보거나 인사를 먼저 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경우 4. 나이든 여성만 있는 경우
경우 3과 비슷합니다.
A에게 배드민턴장에는 두 부류의 인간이 있는 셈입니다. 젊은 여성이 한 부류이고, 나머지 남성과 나이든 여성이 한 부류인 거지요.
2.
A의 이런 행동 양식은 그의 성욕과 관련 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젊은 여성은 그의 성욕의 대상이 되지만 남성과 나이든 여성은 성욕의 대상이 안 되는 거지요.
젊은 여성이 성욕의 대상이 되는 이유는 나이든 여성에 비해 젊은 여성이 임신과 출산의 가능성이 높기 때문일 거구요.
하지만 문제는 제가 보기에 젊은 여성들이 A에게 관심을 가지고 그와 성 관계를 가지려 할 가능성은 아주 낮다는 것입니다.
그저 A가 젊은 여성들 곁을 배회할 뿐이겠지요. 젊은 여성들과 눈빛을 교환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짧은 치마를 입은 그들의 몸을 훑어보는 것만으로 만족하며.
3.
A가 배드민턴장에서 하는 일 가운데 하나는 남 욕하기입니다. 중요한 사례가 여성 B와 C에 대한 것입니다. B와 C가 여러 남성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고 놀고, 게다가 성관계를 가졌다는 것이 A의 주장입니다.
쉽게 말해 B와 C가 나쁜 년, 헤픈 년, 물 흐리는 년이라는 거지요. A는 이런 식의 말을 남들한테 하고 또 합니다.
그러면 A는 왜 B와 C가 남성들과 만나고 교류하는 것에 대해 그렇게 비난을 하고 또 하는 걸까요?
몇 가지 가능성을 생각해 봤습니다.
가능성 1.
공격이 최선의 방어인 셈입니다. 다른 사람을 부도덕한 사람으로 강하게 몰아세움으로써 자신은 도덕적인 사람이 되는 겁니다. 그러면서 다수의 여성과 성적 교류를 하고 싶은 A 자신의 속마음을 감추는 거지요.
가능성 2.
C가 여러 남성들과 성적 교류를 가졌다는 사실이 사람들 사이에 공공연히 알려졌습니다. 이 때 남성들 사이에서 나왔던 말 가운데 하나가 ‘나한테는 왜 안 주지?’입니다. A는 B와 C가 교류하는 남성들 가운데 자기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 질투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가능성 3.
B와 C의 교류 대상이 자신만이 아닌 것에 대한 분노입니다. 나만 독차지 하고 싶은데 이년들이 이 놈 저 놈을 만나니 열 받는다는 거지요. 특히 젊은 남성들에 비해 나이든 자신의 모습이 초라하게 느껴졌고, 그럴수록 B와 C에 대한 분노는 커졌을 겁니다.
남성이 여성에게 성욕을 느낀다는 것 자체가 잘못은 아닙니다. 자연스러운 일일 수 있지요.
하지만 A처럼 이리저리 배회하는 모습은 약간 불쌍하기도 하고 안쓰럽게도 느껴집니다. 오죽 했으면 여성들과 잠깐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저리 헤벌레 하며 좋아할까 싶습니다.
B와 C에 대한 분노는 A가 바꿔야할 모습이겠지요. B와 C가 누구와 어떤 형태로 만나고 교류하든 A가 관여할 사항도, 욕할 일도 아닙니다. 그럴 힘 있으면 A가 자신과 성적 교류를 할 만한 다른 여성을 찾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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