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트, ‘본능과 본능의 변화’, [무의식에 대하여], 열린책들, 1997
우리는 종종 과학은 명료하면서도 분명하게 정의된 기본 개념들을 바탕으로 세워져야 한다는 주장을 듣는다. 그러나 현실을 보면 그런 명확한 개념 정의에서 출발하는 과학은 없다. 아주 정교한 과학에서조차 사정은 마찬가지다. 사실 과학 활동의 올바른 출발은 여러 현상들을 기술하고, 그 다음에 그 현상들을 분류 배열하고 서로의 상관 관계를 밝히는 데 있다. 그런데 현상을 기술하는 단계에서 이미 우리는 해당 재료에 어떤 추상적인 개념들을 적용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물론 그런 개념들은 다른 영역에서 이끌어낸 것이지 새로운 관찰에서 얻어낸 것은 분명 아니다. - 101
본능은 바로 정신에 가해지는 자극..본능을 정신에 가해지는 자극과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정신에 가해지는 자극에는 본능적인 자극 이외에 생리적인 자극과 유사한 자극도 있기 때문 - 103
본능적인 자극과 그 밖의 다른(생리적인) 자극을 구분...본능적인 자극은 외부 세계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기관 내부에서 발생 - 103
본능은 <순간적인> 충격을 주는 힘으로서가 아니라 늘 <지속적인> 충격을 주는 힘...그것을 피하는 일은 불가능...이 본능적인 자극을 더욱더 적절히 표현하자면 <욕구>라고 하는 편이 나을 것...이 욕구를 해소시키는 것이 <만족> - 104
욕구 또는 욕망
신경 체계는 그 체계에 도달하는 자극을 제거하거나 가능한 한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낮추는 기능을 가진 기관이다. 또한 가능하면 전혀 자극이 없는, 무자극의 상태를 유지하려는 기관 - 105
본능적 자극은 신경 체계로 하여금 복합적인 활동을 통해 외부 세계를 변화시켜 자극의 근원인 내부의 원인에 만족을 줄 수 있도록 하라는 아주 고차원적인 요구 - 106
회피하는 것만으로는 안 됨. 대상을 이용해야 함.
본능의 압력(혹은 열망)이란 본능을 움직이게 하는 동력적인 계기, 즉 본능이 나타내는 힘의 양이나 작업 요구의 정도를 의미 - 108
본능의 목표는 어떤 경우든지 만족이다. 그리고 이 만족은 본능의 근원에 있는 자극의 상태를 제거함으로써만 달성할 수 있다. - 108
본능의 대상은 본능이 그 목표에 도달하는 데 도움을 주거나 수단이 되는 것...본능의 대상은 외부의 것일 수도 있지만 본능 주체의 신체 일부분일 수도 있다. - 108
더 이상 세분화될 수 없는 원초적인 본능들만이 그 주요성을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자아 본능> 혹은 <자기 보존 본능>과 <성적 본능> - 110
생물학에서는 성욕을 개체의 다른 기능과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고 가르친다. 왜냐하면 성욕의 목적은 개체의 차원을 넘어서는 것이고, 새로운 개체들의 생산, 즉 종족 보존을 그 내용으로 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자아와 성욕의 관계에 관해 생물학은 나름대로 타당한 근거를 지닌 두 견해가 있음을 보여 준다. 하나는 개체가 중심이고, 성욕은 개체 활동 가운데 하나이며 성적 만족은 개체의 욕구 가운데 하나라고 보는 견해이다. 반면에 또 하나의 견해는 개체를 세대 진행 과정에서 그 개체가 물려받은 생식 세포질(이것은 거의 소멸되지 않는다)에 붙어 있는 일시적이고 유한한 부속물로 보는 견해이다. - 112
<주체 자신으로의 방향 전환>은 피학증이 실제로는 자기 자신으로 되돌려진 가학증이고, 노출증이 바로 자기 자신의 신체를 관조하는 행위를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피학증자가 자기 자신에 대한 공격에서 즐거움을 맛보고, 노출증 환자가 노출된 자기 몸을 바라보는 데에서 즐거움을 맛본다는 사실...이 과정의 본질은, 목적은 변하지 않고 그대로 있는 반면에 <대상>의 변화만이 일어났다는 점 - 115
능동적인 목적 또한 수동적인 목적으로 바뀌게...본능의 목적이 바뀌게 된 상황에서 이 사람은 주체의 역할을 떠맡을 수밖에 없게 된다...피학증...수동적인 자아가 실제로는 외부의 다른 주체가 떠맡은 자신의 최초의 역할을 스스로가 다시 수행한다는 환상 속에 빠짐으로써 본능의 만족 또한 원래의 가학증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가학증에서 파생된 피학증 - 116
[색즉시공2]의 사례
정신분석을 통해 보면 고통을 가하는 것이 가학증적 본능의 원래 목적은 아니다. 가학증적 성향을 지닌 어린아이의 경우 자기가 남에게 고통을 주는 것인지 어떤지조차 알지 못하며, 더욱이 그럴 의도도 지니고 있지 않다...다른 불쾌한 감각과 마찬가지로 고통은 성적 흥분을 일으키면서 쾌락의 조건을 마련하게 되고, 자연히 해당 당사자는 그 쾌락을 위해 고통의 불쾌감을 기꺼이 경험으로 받아들이려 하기 때문...고통 그 자체가 아니라 고통과 함께 오는 성적 흥분을 즐기는 것 - 116, 117
보려고 하는 본능과 스스로를 내보이려는 본능...관조(觀照) 행위가 외부의 대상을 향해 이루어진다...외부 대상으로 향했던 관음 본능이 주체 자신의 신체 일부분으로 향하게 된다. 이와 더불어 능동성이 수동성으로 전환되면서 새로운 목적, 즉 누가 바라보기를 바라는 목적이 설정...새로운 대상을 끌어들여 그 대상이 바라볼 수 있도록 그에게 자기의 모습을 내보인다. - 118
본능 아니면 욕망. 바바리맨의 경우
주체 자신의 신체 일부가 관음증의 대상이 되는 관음 본능의 예비 단계도 나르시시즘에 속하는 것으로 분류 - 121
수동적 관음 본능과 피학증에서 나르시시즘의 <주체>는 동일시의 과정을 거쳐 외부의 다른 자아로 대체되는 것 - 121
자아(주체)는 외부 자극에 대해서는 수동적이지만 그 자신의 본능에 의해 능동적이 된다고 말한다면 그것만으로 필수적인 사항은 다 말한 셈 - 125
정신적 삶의 초기 단계부터 원래 자아는 본능을 안고 있으며, 또 어느 정도는 스스로가 그 본능을 만족시킬 능력도 지니고 있다. 이런 상태를 우리는 <나르시시즘>이라 부르며, 또 그렇게 스스로가 만족을 얻는 방식을 <자가성애>라 일컫는다. 이 단계에서는 외부 세계는 아직 관심(일반적인 의미에서)을 받지 못한 상태...무관심 - 125, 126
자아에게 제시된 대상들이 쾌락의 근원이 되는 한 자아는 그 대상들을 받아들인다. 그 대상들을 <내투사Introjektion>(페렌찌의 용어) 시키는 것이다. 반면에 내부에 있는 것이 불쾌의 원인이라면 그것이 무엇이든 밖으로 내보내게 된다. - 127
쾌락을 주는 대상이 발산하는 힘을 우리는 <매력>이라 부르며, 우리는 그 대상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 - 128
대상이 불쾌의 근원이 되면...대상에 대한 <반감>을 느끼며 그 대상을 미워한다. 그리고 이 미움은 나중에 대상을 공격하고자하는, 즉 대상을 파괴하고자 하는 성향으로까지 발전 - 128
본능이 만족을 얻기 위해 지향하는 대상을 본능이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다. - 129
자기 보존에 도움이 되는 대상들을 <사랑한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 대상들이 <필요하다> - 129
<사랑>이라는 단어는 더 더욱 자아와 대상의 순전한 쾌락 관계에만 적용되며, 궁극적으로는 더 좁은 의미의 성적 대상과 승화된 성적 본능의 욕구를 만족시켜 주는 대상에 고정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단어 - 129
<미움>의 경우에는 <불쾌>와의 관계가 유일한, 결정적인 관계인 듯 - 130
사랑은 자아가 신체 기관의 쾌락을 얻음으로써 본능 충동의 일부를 자가성애적으로 만족시키는 능력에서 나온다. 처음에는 나르시시즘적인 성향을 보이던 사랑이 나중에는 대상을 향하게 되고, 그 대상은 확장된 자아에 편입된다. 그럼으로써 사랑은 쾌락의 근원으로서의 대상을 향한 자아의 움직임을 표현하게 된다. 사랑을 나중에 나타나는 성적 본능의 활동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여러 성적 본능들이 완전히 한데 합쳐질 때면 성적 충동 전체와 일치한다. - 131
대상이 촉발한 불쾌감에 대한 반응의 표현으로서의 미움은 항상 자기 보존 본능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 - 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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