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트, ‘나르시시즘에 관한 서론’, [무의식에 대하여], 열린책들, 1997
1.
나르시시즘이라는 용어는 네케가 자신의 몸을 마치 성적 대상을 대하듯 하는 사람들의 태도, 말하자면 스스로 성애적 만족을 느낄 때까지 자신의 몸을 바라보고 쓰다듬고 애무하는 사람들의 태도를 지칭해서 처음 사용한 말이다. - 45, 46
나르시시즘은 성도착이 아니라 모든 살아 있는 생명체가 어느 정도 당연히 보유하고 있는 자기 보존 본능이라는 이기주의를 리비도가 보완해 주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 46
조발성 치매증이나 정신분열증...두 가진 근본적인 특성...과대 망상증과 외부 세계(사람이나 사물)에 대한 외면 - 46, 47
히스테리 환자와 강박신경증 환자 역시 병이 어느 정도 진척되면 현실과의 관계를 포기 - 47
그런 환자들도 사람이나 사물과의 성애적 관계는 결코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환상 속에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말하자면 그런 환자는 현실적 대상을 자신 기억 속에서 끄집어 낸 상상의 대상으로 대체하거나 현실적 대상을 상상의 대상과 뒤섞어 버리는 것 - 47
정신분열증의 경우 외부 대상에게서 벗어난 리비도는 어떻게 된 것일까? 해답은 정신분열증의 상태 속에 나타나는 과대 망상적 특징에서 찾을 수 있다. 이 과대 망상은 대상 리비도를 희생한 대가로 생겨난 것이다. 외부 세계에 등을 돌린 리비도는 자아에게로 방향을 돌려 나르시시즘이라 불릴 수 있는 태도를 발생하게 된다. - 48
원래 사람에게는 자아를 향한 리비도 집중이 존재하며, 그 중 일부가 나중에 대상을 향해 발현된다. 그런데 자아를 향한 리비도 집중은 근본적으로 사라지지 않고 계속 존재 - 49
자아 리비도와 대상 리비도 사이의 대조...어느 한쪽의 리비도가 많이 발현되면 다른 쪽을 향한 리비도는 그만큼 부족...사람의 성숙 단계에서 대상 리비도가 가장 크게 발현되는 시기는 사랑을 할 때...그때가 자기 자신을 포기하고 대상을 향해 리비도를 집중시키는 시기...반면에 우리는 편집증 환자의 <세계 종말> 환상(혹은 자기 기만)에서 그 반대의 경우를 볼 수 있다. - 49. 50
편집증 환자 슈레버의 경우
리비도를 자아에 고유한 리비도와 대상을 향한 리비도로 구분하는 것은 성적 본능과 자아 본능을 구별지었던 최초의 가정에서 파생된 필연적 귀결 - 52
각 개인은 실제로는 이중의 생활을 영위한다. 하나는 자신의 목적을 추가하는 삶이고, 또 하나는 개인의 의지에 반해서, 아니면 적어도 어쩔 수 없이 종(種)의 연쇄 사슬의 한 구성원으로 영위하는 삶이다. 개인은 성(性)을 자신의 목적에 속하는 것으로 간주한다. 반면에 다른 시각에서 보면 그는 그의 생식 세포질에 부착된 장식품에 지나지 않는다. 자신이 누린 쾌락의 대가로 그는 자신의 에너지를 생식 세포질의 처분에 맡기기 때문이다. 그는 불멸의 실재(實在)를 안고 사는 유한한 존재이다. 말하자면 상속 재산을 물려받아 죽고 나면 다시 그 재산을 물려줘야 하는 일시적인 재산 상속자에 불과한 존재이다. 성적 본능을 자아 본능과 구분하는 일은 바로 이와 같은 개인의 이중적 기능을 반영하고 있을 뿐이다. - 53
생식 세포질이 자신을 재생산하기 위해 인간을 이용. 인간을 이것을 성(性)이라 부르며 쾌락을 느낌.
할아버지도 노동자, 아버지도 노동자, 나도 노동자, 내 아이도 노동자. 우리 가족은 자본가 계급에게 노동력을 제공하는 존재들. 할아버지는 통닭을 좋아하고 나는 치킨을 좋아하는 차이가 있을 뿐.
생물학적으로 프로그램화 되고, 사회 체제 속에 매여 있는 인간에게 자유란 무엇일까?
자아 본능과 성적 본능이 구별된다는 가설(즉, 리비도 이론)이 어떤 심리학적 기초 위에 세워진 가설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생물학적 근거에 토대를 두고 있음을 솔직하고 분명하게 고백하고자 한다. - 53, 54
중요하신 말씀. 인간을 취향이나 개성으로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생물로써의 인간을 이해하는 것이 보다 중요할 듯.
내가 나의 의지로 사랑하는 사람과 성 관계를 갖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생식 관련 물질이 나로 하여금 생식 과정에 밀어 넣은 것일 수도 있음. 내가 사랑을 하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가 나를 사랑하게 만드는 것.
입맛 때문에 먹는 걸까, 식욕 때문에 먹는 걸까? 입맛을 잃는다고 죽지는 않지만 식욕을 잃으면 죽을 수도 있음.
<심리학적> 현상의 종합을 통해 생물학의 기본 문제들을 해명하도록 노력하는 일 - 54
수도사는 인간에 대한 성적 관심을 완전히 포기한 사람일 수가 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리비도를 안으로 안으로만 투사하여 환상 속에 빠져 들거나 자아로 되돌리는 일 없이 신과 자연 그리고 동물에 대한 더욱 고양된 관심으로 승화시킬 수도 있는 사람이다. - 56
2.
병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은 자신의 리비도를 자아로 집중시킨 뒤, 병에서 회복되면 다시 그 리비도를 밖으로 발산한다. - 59
내 몸 아프면 남의 인생 귀찮아진다.
불쾌한 느낌이란 평소보다 높은 정도의 긴장감 표출, 바꾸어 말하면 다른 경우에서와 마찬가지로 여기서도 일정한 양의 물리적 현상이 불쾌라는 심리적 성질로 변환되었다고 설명하는 것으로 만족...불쾌감의 발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물리적 현상(사건)의 절대적인 크기(양)가 아니라 그 절대적인 크기가 갖는 어떠한 특정의 기능 - 62
병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는 결국엔 사랑을 해야 한다. 만일 어떤 좌절 때문에 사랑을 할 수 없다면 우리는 병에 걸릴 수밖에 없다. - 63
혈관에 문제가 있어 피가 제대로 흐르지 못해 병이 생기듯.
우리는 불쾌하게 느껴질 수도 있고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도 있을 자극이나 흥분을 극복하도록 만들어진 최고의 장치가 우리의 정신 기관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정신 속에서 그런 자극들을 처리한다는 것은 스스로가 직접 외부로 배출될 능력이 없는, 혹은 어느 순간엔 그런 배출이 바람직하지 않는 그런 자극들을 내면으로 배출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된다. - 63
유아들(그리고 자라나는 아이들)의 대상 선택과 관련해서 우리가 처음에 주목한 것은 그 아이들이 성적 대상을 자신들의 만족 경험에서 이끌어 낸다는 사실이었다...그 어린아이가 선택한 최초의 성적 대상이 자기를 먹여 주고, 보살펴 주고, 보호해 주었던 사람, 즉 어머니나 어머니의 역할을 했던 사람이라는 사실 - 65
성도착자나 동성애자들과 같이 리비도의 전개에 장애를 겪은 사람들에게서 우리는 그들이 사랑 대상을 선택할 때 그들의 어머니가 아닌 자기 자신을 모델로 하여 선택한다는 사실을 알아내었다. 분명한 것은 그들이 스스로를 사랑 대상으로 추구하고 있으며, 따라서 당연히 <나르시시즘적>이라 불려야 하는 대상 선택의 유형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 66
서로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는 남녀의 애정 생활의 차이가 매우 복잡한 생물학적 기능의 분화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 68
어느 한 사람의 사랑 대상은 다음과 같이 나타날 수 있다.
(1) 나르시시즘적 유형
(a) 현재의 자신(그 자신)
(b) 과거의 자신
(c) 자신이 바라는 미래의 모습
(d) 한때 자신의 일부였던 사람
(2) 부모 의존 유형
(a) 자신에게 젖이나 밥을 먹여 주는 여자
(b) 자신을 보호해 주는 잠자
그리고 (a)나 (b)의 역할을 대신해 주는 여러 사람들 - 69, 70
자식들에 대한 부모들의 애정어린 태도를 보면 우리는 부모들의 그런 태도가 그들이 이미 오래 전에 포기했던 그들 자신의 나르시시즘을 다시 부활시키고 재현시키는 행위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과대 평가에 의한 대상에 대한 신뢰가 그들 부모들의 정서적인 태도를 지배하고 있음을 잘 보여 주는 것이다. 따라서 그 부모들은 자기 자식들을 아주 완벽한 존재로 여기는 충동-자식을 냉정하게 관찰하지 못한다-에 사로잡히게 되며, 자연히 자식의 모든 결점을 감추고 기억에서 지워 버리게 된다(자식이 성적 존재임을 부인하는 것도 이것과 관련이 있다). - 69, 70
금방 태어나서 눈도 못 뜨는 아이를 보고 ‘아휴 너무 이뻐’라고 한다든지, ‘1 더하기 1은 뭐야?’ ‘응 2’ ‘우와 우리 새끼 천재네’ 한다든지.
아이는 부모가 이루지 못한 꿈을 이뤄야 한다. 사내아이는 자기 아버지를 대신하여 위대한 사람이 되고 영웅이 되어야 하며, 계집아이는 어머니가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한 뒤늦은 보상이지만 잘생긴 왕자와 결혼하여야 한다. 이 모든 것은 현실의 압박을 심하게 받아 자아의 불명성이 위협을 받는 부모의 나르시시즘이 자식에게서 피난처를 찾아 안정된 위치를 유지하려는 것에 불과하다. 너무도 감동적이지만 근본적으로는 유치한 속성을 지닌 부모의 사랑이란, 결국 부모의 나르시시즘이 대상 사랑으로 변모되어 그 과거의 속성을 그대로 내보이는 거에 불과한 것이다. 다시 살아난 부모의 나르시시즘, 이것이 바로 부모의 사랑이기 때문이다. - 71, 72
“나 좋으라고 이 짓 하는 줄 알아? 이게 다 너를 위한 일이야. 알았어?”
정말 그럴까요?
3.
어린아이...<거세 콤플렉스>(남자아이들의 경우는 남근 공포증, 여자아이들의 경우는 페니스 선망으로 나타난다)라는 개념을 적용하여 어린 시절 성적 활동을 억제당한 결과와 연관지어 다룰 수가 있다. - 73
정상적인 성인을 관찰해 보면 우리는 그들이 이전에 내보였던 과대 망상이 점차 완화되고, 그들의 유아기의 나르시시즘을 엿볼 수 있는 심리적 특징들도 많이 사라져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그들의 자아 리비도는 어떻게 된 것일까? 자아 리비도 전체가 대상 리비도 집중으로 옮겨 갔다고 가정할 수 있을까? - 75
우리는 리비도적 본능 충동이 주체(개인)의 문화적, 윤리적 이념과 충동할 때 그 리비도적 충동이 병발성 억압으로 바뀐다는 사실을 알아내었다. - 75
억압은 자아를 존중하는 데서 비롯 - 75
자아의 관점에서 볼 때 이상형의 형성이 바로 억압의 전제 조건이 되는 것 - 76
사람은 자신이 어렸을 적에 누렸던 나르시시즘적 완벽함을 놓치기 싫어한다. 그리고 성장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훈계나 스스로의 비판적 판단에 의한 각성을 통해 어떤 장애에 부딪혀 더 이상 그 완벽함을 유지할 수 없게 될 때면 그것을 자아 이상Ichideal이라는 새로운 형태에서 다시 회복하려고 노력한다. - 76, 77
승화는 대상 리비도와 관련된 과저이며, 본능이 성적 만족이라는 목표가 아닌, 그로부터 멀리 떨어진 어떤 다른 목표로 방향을 잡아가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성욕에서의 이탈...반면에 이상화는 <대상> 그 자체와 관련된 과정이다. 이상화에 의해 대상은 그 속성의 변화 없이, 개인의 마음 속에서 확대되고 드높여지는 것이다. - 77
자아 이상의 형성은 자아의 요구를 극대화하고 따라서 억압의 가장 강력한 요인이 되지만 승화는 억압과는 무관하게 그런 자아의 요구를 만족시키는 하나의 방편이자 탈출구 - 78
자존심은 자아의 크기를 나타내는 표현...자존심이 나르시시즘적 리비도와 아주 밀접한 의존 관계에 있음...사랑 관계에서는 사랑 받지 못하면 자존심이 떨어지게 되고 반면에 사랑을 받으면 자존심이 올라가게 된다는 사실 - 82
열등감의 주요 원인은 자아에서 빠져 나온 리비도의 많은 양이 다른 대상을 향해 집중적으로 발현된 결과로 발생한 자아의 빈곤, 즉 더 이상 통제 불가능한 성적 성향 때문에 생긴 자아의 손상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 83
자아 이상은 검열 기능을 통해 어떤 대상을 거부하는 식으로 대상을 통한 리비도의 만족에 강력한 전제 조건을 부과 - 86
사랑을 한다는 것은 자아 리비도가 대상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 - 86
자아 이상...집단 심리학...자아 이상은 바로 한 가족의 공통 이상이기도 하고 한 계급이나 민족의 공통 이상이기도 한 것 - 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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