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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 - [환상의 미래]

순돌이 아빠^.^ 2012. 8. 30. 15:57

프로이트의 기대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의 기대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그의 말이 의미가 없는 것이 아니라, 왜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는지 생각해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환상의 미래', [문명 속의 불만], 열린책들, 2007



1

하나의 특정한 문명 속에서 오랫동안 살면서 그 문명의 발생과 발달 과정을 알아내려고 애쓴 사람은, 때로는 눈길을 다른 쪽으로 돌려, 그 문명 앞에는 어떤 운명이 놓여 있으며 앞으로 어떤 변화를 겪게 될 것인지를 묻고 싶은 유혹도 느끼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런 탐구는 여러 가지 요인 때문에 처음부터 무의미하다는 사실을 곧 알게 된다. 무엇보다도 큰 요인은 인간 활동을 모든 방위(方位)에서 총체적으로 고찰할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연구 범위를 하나의 영역이나 기껏해야 두세 개의 영역으로 제한할 수밖에 없다. - 167

미래를 점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은 말 그대로 점입니다. 인식은 아닙니다.

사람들이 대개 자신의 현재를 그저 순진하게 경험하고 있을 뿐, 그 내용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다는 기묘한 사실 - 167, 168

경험은 경험일 뿐. 경험했다고 아는 것은 아닙니다.

개인은 타인에 의해 노동력을 이용당하거나 성적 대상으로 선택당하는 한, 그 타인과의 관계에서 일종의 물자로서 기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 168

자본가에게 노동자는 자신과 같은 인간이 아니라 자신에게 이윤을 가져다줄 말하는 기계에 지나지 않습니다. 자신의 성욕을 실현하기만을 원할 뿐 상대의 감정에는 관심 없는 남성에게 대상이 되는 여성은 여성의 성기를 가진 살덩어리일 뿐입니다. 인간의 사물화.

문명은 인류의 보편적 관심의 대상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각 개인은 사실상 문명의 적이기 때문이다. 혼자서는 거의 살 수 없으면서도, 공동 생활을 위해 필요한 희생을 무거운 부담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문명은 개인과 맞서 자신을 지켜야 하며, 문명의 규율과 제도와 명령은 바로 그 과업을 수행하기 위한 장치다. 문명의 규율과 제도와 명령은 물자를 일정하게 분배하는 것만이 아니라 그 분배를 유지하는 것도 목적으로 삼고 있다. 아니, 사실은 자연 정복과 물자 생산에 기여하는 것들을 인간의 적대적 충동에서 보호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띠고 있다. - 169

모든 사람에게는 파괴적인, 따라서 반사회적이고 반문화적인 경향이 있으며, 많은 사람의 경우에는 이런 경향이 인간 사회에서 그들의 행동을 결정할 만큼 강하다는 사실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 170

프로이트가 말하는 ‘문명’ ‘문화’란 것이 무엇인지 약간 애매하기는 합니다. 하지만 대략 어떤 것인지는...

반대론자들은 아마 이렇게 말할 것이다. 당신이 묘사한 대중의 성격은 강제 없이는 문명이 제대로 작용할 수 없다는 것을 입증하는 증거가 되겠지만, 대중의 성격은 사실상 문명적 제도의 결함이 낳은 결과일 뿐이며, 그 때문에 인간은 적개심과 복수심을 품고 배타적이 되었다고. 새로운 세대는 보살핌을 받으며 성장했고, 이성을 존중하라는 가르침을 받았으며, 어린 나이에 문명의 혜택을 경험했기 때문에, 문명에 대해 우리와는 다른 태도를 가질 것이다...이제까지 어떤 문명도 이런 성격을 가진 대중을 만들어내지 못했다면, 그것은 아직까지 어떤 문명도 인간에게 어린 시절부터 이런 식으로 영향을 미치는 제도를 고안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 171

이런 종류의 제도를 확립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인가...아마 인류의 일정 비율은(병리적 소질이나 지나치게 강한 본능 때문에) 영원히 반사회적인 인간으로 남을 것이다. 그러나 현대 문명에 적대적인 다수를 소수로 줄일 수만 있다면, 커다란 업적을 이룩했다고 말할 수 있다. 아마 우리가 <할 수 있는> 성취는 그게 전부일 것이다. - 172

2

본능을 충족시킬 수 없는 사태를 <좌절>...이 좌절을 초래하는 규제를 <금지>...금지가 낳는 상황을 <박탈>이라고 부르겠다. - 173

박탈 작용 아래서 시련을 겪는 본능적 원망은 아이가 태어날 때마다 그 아이와 함께 다시 태어난다. 이 좌절에 대해 이미 사회적 행동으로 반응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신경증 환자가 바로 그들이다. 이 본능적 원망에는 근친상간, 식인(食人), 살인에 대한 욕망이 포함된다. - 174

독자적인 정신 기능인 인간의 초자아가 그 강제를 외부에서 이어받아 그것을 자신의 명령 속에 포함시키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런 변화 과정을 모든 어린아이한테서 관찰할 수 있다. 이 과정을 거쳐야만 어린 아이는 도덕적이고 사회적인 존재가 된다. - 174, 175

우리는 대다수 사람들이 외부의 압력을 받아야만 다시 말해서 외부의 강제가 효과를 발휘할 수 있고 사람들이 그것을 두려워하는 경우에만 문화적 금지에 복종한다는 것을 알고 놀라움과 우려를 금할 수 없다...살인이나 근친상간 따위는 도저히 저지를 수 없는 문명인들도 탐욕이나 공격 본능이나 정욕을 충족시키는 것은 꺼리지 않으며, 처벌만 피할 수 있다면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거짓말이나 사기나 중상모략으로 남을 해치는 경우가 많다. - 175

현존하는 문명들 가운데, 다수 계층을 억압해야만 소수 계층에 만족을 줄 수 있는 단계를 벗어난 문명은 하나도 없다. 게다가 문명은 억압당한 계층의 노동을 통해서만 존립할 수 있음에도, 그 문명이 소유하고 있는 부에서 그 계층이 차지하는 몫은 너무나 적다. 상황이 이렇다면, 억압당한 자들이 문명에 대해 강한 적의를 품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억압당한 자들이 문화적 금지를 내면화하리라고는 기대할 수 없다. 오히려 그들은 금지를 부정하고, 문명 자체를 파괴하는 데 열중하며, 문명의 토대인 각종 전제들을 제거하는 데 몰두할 수도 있다. 이런 계층이 문명에 대해 품고 있는 적의가 너무나 명백하기 때문에, 그들보다 혜택받은 계층의 잠재적 적의는 간과되어 왔다. 그렇게 많은 구성원들의 불만을 방치함으로써 그들은 반란으로 몰아넣는 문명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존속할 가망성도 없고 그럴 가치도 없다. - 176

사람들은 하나의 문명이 소유하고 있는 정신적 자산 속에 그 문명의 이상-어떤 성취가 가장 고귀하고 가장 추구할 만한 것인가에 대한 판단-을 포함시키는 경향이 있다....따라서 이상이 문명 참여자들에게 주는 만족은 자기애적 성격을 갖는다. 그 만족은 문명 참여자들이 이미 성공적으로 이룩한 것에 대한 자부심에 기초를 두고 있다. 이 만족감을 완전한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다른 성취를 지향하여 다른 이상을 발전시킨 다른 문명들과 자기 문명을 비교할 필요가 있다. 모든 문명이 저마다 다른 문명들을 업신여길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바로 이런 차이 때문이다. 이리하여 문화적 이상은 서로 다른 문화권 사이에 불화와 증오를 낳는 원인이 된다. 이것은 민족의 경우에 가장 뚜렷이 드러난다. - 177

문화적 이상이 제공하는 자기애적 만족은 어떤 문화권 내부에서 그 문화에 대한 적의를 억제할 수 있는 힘이기도 하다. 자기애적 만족은 문명의 혜택을 누리는 특권층만이 아니라 억압받는 계층도 나누어 가질 수 있다. 다른 문화권에 속하는 사람을 경명할 수 있는 권리를 그들이 자기 문화권 안에서 당하는 부당한 대우를 보상해 주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런 식으로 생각한다. <나는 부채와 병역에 시달리는 불쌍한 평민이지만, 그래도 어엿한 로마 시민으로서 다른 민족들을 지배하고 그들의 법률을 강요하는 일에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억압받는 계층은 그들을 지배하고 착취하는 계층과 자신을 단지 이런 식으로만 동일시하는 것은 아니다. 억압 받는 계층은 감정적으로 자기 주인에게 매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주인에게 적의를 품으면서도, 주인을 자신의 이상으로 생각할 수 있다. - 177

예술은 문화적 요구에 따라 우리가 오래전에 단념했지만 아직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원망에 대한 대리 만족을 제공하고, 따라서 문명을 위해 욕망을 희생한 사람의 불만을 달래기에는 가장 적합하다. 예술 작품은 또 한편으로는 귀중한 감정적 경험을 공유할 기회를 제공하여, 모든 문화권이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는 동질감을 더욱 고조시킨다. 그리고 이런 예술 작품이 특정한 문명의 성취를 생생히 표현하여 문화적 이상을 인상적으로 전달하면, 그 문명에 속한 사람들에게 자기애적 만족을 줄 수도 있다.
문명의 정신적 재산 목록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 항목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언급한 사람이 없다. 가장 중요한 항목은 넓은 의미의 종교적 관념, 다른 말로 표현하면 문명의 환상이다. - 177, 178


3

문명의 금지가 해제된 상황을 상상해 보라. 예컨대, 마음에 드는 여자가 있으면 아무나 닥치는 대로 성적 대상으로 삼을 수 있고, 사랑의 경쟁자나 자기를 방해하는 사람은 주저없이 죽일 수 있고, 남의 물건을 임자의 허락도 받지 않고 마음대로 가져갈 수 있다면, 우리의 인생은 얼마나 멋지고 만족스럽겠는가! - 178

우리는 부모 특히 아버지를 두려워할 이유가 있었다. 그러면서도 아버지가 우리를 위험엣 지켜 주리라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 따라서 두 가지 상황을 일치시키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 181

인간은 단순히 자연력을 자신과 대등한 존재처럼 사귈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자연력에 아버지의 성격을 부여한다. - 182

신들은 세 가지 임무를 계속 수행하고 있다. 첫째는 자연의 공포를 제거하는 것이고, 둘째는 인간으로 하여금 특히 죽음에서 나타나는 <운명의 여신>의 자인함을 감수하게 하는 것이고, 셋째는 문명 생활이 강요하는 고통과 박탈을 보상해 주는 것이다. - 182

아버지를 위해 그토록 많은 일을 한 사람은 보상을 받거나 적어도 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싶어했다. 말하자면 아버지의 <선민(選民)>이 되고 싶어한 것이다. 훨씬 나중의 일이지만, 신앙심 깊은 미국은 <신의 나라God's own country>임을 자처했다. - 185


4

종교적 관념들은 이미 만들어진 상태로 개인에게 주어진다...개인은 수많은 세대가 남긴 유산 속으로 들어가, 구구단이나 기하학 같은 것들을 받아들이듯 종교적 관념들을 이어받는다. - 186, 187

당신은 인간의 사고 활동이 이해관계가 없는 단순한 호기심의 표현일 뿐 실제적 동기는 전혀 갖지 않는다고 생각하는가? 그것은 거의 있을 법하지 않을 일이다. 오히려 나는 인간이 자연력을 인간화할 때는 유아기의 원형을 모델로 삼는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최초의 환경에서 주위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것이야말로 그들에게 영향을 주는 방법이라는 것을 배웠다. 그래서 그는 나중에 마주치는 모든 것에 대해서도 영향력을 갖기 위해, 어렸을 때 주위 사람들을 대한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그것들을 대한다...나중에 무언가를 지배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것을 이해해야 하고(정신적 지배는 물리적 지배를 위한 준비 단계다). 자신이 이해하고 싶은 것을 모두 인간화하는 것은 사실상 자연스러운 일이다. - 187, 188


5

가르침을 믿으라는 요구의 근거가 뭐냐고 물으면 세 가지 답을 얻을 수 있다...첫번째 답은 원시적 조상들이 이미 믿었으니까 믿을 만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 답은 원시 때부터 전해져 내려온 증거가 있다는 것이다. 세 번째 답은 종교적 가르침의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 자체가 금지되어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그렇게 주제넘은 짓을 하면 가혹한 형벌을 받았고, 오늘날에도 사회는 새삼스럽게 의문을 제기하려는 시도를 백안시한다...의문을 제기하는 것조차 금지하는 이유는 결국 한 가지밖에 없다. 종교적 교리를 믿으라고 요구하는 사회가 그 주장의 불확실성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사회는 확신을 얻고 싶어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자료를 기꺼이 제시할 게 분명하다. - 193

한 사람이 활홀경에 빠져 종교적 교리의 진실성에 대해 확고한 믿음을 얻고 깊이 감동했다 해도, 그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 196


6

종교적 관념들의 정신적 기원으로 관심을 돌리면, 답은 쉽게 발견될 것이다. 교리의 형태로 주어지는 종교적 관념들은 경험의 침전물도 아니고 사색의 최종 결과도 아니다. 그것들은 환상이며, 인류의 가장 오래되고 강력하고 절박한 원망의 실현이다. 종교적 교리가 그토록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비결은 원망의 강력함에 있다. - 197

환상은 오류와 다르다. 그리고 환상이 반드시 오류인 것도 아니다. - 198

인도-게르만 족만이 문명 창조의 능력을 가진 유일한 민족이라는 일부 민족주의자들의 주장도 환상이라고 부를 수 있다. 어린아이에게는 성욕이 없다는 믿음은 얼마 전에야 정신분석학이 깨뜨린 환상이었다. 환상의 특징은 바로 인간의 원망에서 유래한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 환상은 정신병적 망상과 비슷하다. - 198

그것들은 입증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반박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종교적 교리에 비판적으로 접근하기에는 우리의 지식이 너무 빈약하다. 우주의 수수께끼는 우리가 아무리 열심히 탐구해도 좀처럼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다. 오늘날의 과학으로는 도저히 해명할 수 없는 문제가 많이 있다. 그러나 우리가 외부 현실을 인식할 수 있는 길은 오직 과학적 연구뿐이다. 직관이나 내적 성찰에 무언가를 기대하는 것도 역시 환상에 불과하다. - 200

분별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다른 문제에서는 그토록 무책임하게 행동하지 않을 것이고, 자기 의견과 행동 방침의 근거가 그토록 박약한데도 거기에 만족하여 그냥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가장 숭고하고 신성한 문제에서만은 유독 무책임하게 행동하고 박약한 근거에 만족하는 것이다. - 200


7

어느 물리학자가 미적분을 사용하여 지구가 얼마 뒤에는 명망하리라는 것을 알아낸다 해도, 우리는 미적분학 자체가 파괴적인 경향을 갖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그것을 금지하지는 않을 것이다. - 206

비판주의는 종교 문서의 증거력을 점점 깎아내렸고, 자연과학은 종교 문서에 들어 있는 오류를 폭로했으며, 비교 연구는 우리가 받드는 종교적 관념들과 원시인 및 원시 시대의 정신적 산물 사이에 존재하는 치명적인 유사성을 발견했다...지식의 보물 창고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의 수가 많아질수록 종교적 믿음에서 멀어지는 현상은 더욱 광범위하게 일어난다. 처음에는 고루하고 불쾌한 겉치레에서 멀어질 뿐이지만, 나중에는 신앙의 기본적인 전제에서도 멀어진다. - 208


8

사회는 개인의 살인을 금지하고, 이 금지를 어기는 사람을 공동으로 죽일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그래서 우리는 사법과 형벌 제대로를 두고 있다. - 210

어린아이는 신경증 단계를 거치지 않고는 문명적 단계로의 발달을 무사히 마칠 수 없다. 이 신경증은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날 때도 있고 그렇게 뚜렷하지 않을 때도 있지만, 어쨌든 반드시 그 단계를 거쳐야 한다...이와 마찬가지로 인류 전체도 오랜 세월 동안 발달해 오는 과정에서 신경증과 비슷한 상태에 빠졌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인류가 신경증에 걸린 이유도 어린아이의 경우와 같다...종교는 인류의 보편적인 강박 신경증일 것이다. 어린아이의 강박 신경증과 마찬가지로 종교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즉 아버지와의 관계에서 생겨났다. 이 견해가 옳다면, 성장 과정이 불가피한 운명인 것처럼, 인류가 종교를 떠나는 것도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고, 지금 우리는 그 발달 단계의 한복판에서 종교를 막 떠나려 하는 중대한 시점에 서 있다. - 213, 214


9

어떤 신자도 내 글이나 이와 비슷한 주장 때문에 신앙을 버리지는 않을 것이다. 신자들은 모종의 감정적 유대에 의해 종교적 교리에 묶여 있다. - 218

인간이 이성적 주장에는 거의 영향을 받지 않고 전적으로 본능적 원망에 지배되는 존재라면, 인간한테서 본능 만족을 박탈하고 그것을 이성적 주장으로 대치하려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당신은 따지고 있다. 인간이 그런 존재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인간이 <반드시> 그럴 수밖에 없는 존재인지, 인간의 가장 깊숙한 본성이 과연 그것을 강요하고 있는지를 자문해 본 적이 있는가? - 218

건강한 아이의 눈부신 총명함과 평범한 어른의 약한 지적 능력을 비교해 보면, 기분이 우울해질 만큼 현격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라. 이 상대적 퇴화를 초래한 책임에 종교 교육이 큰 몫을 차지 하지 않는다고 확신할 수 있는가?...우리는 어린 애가 종교적 교리에 관심도 없고 그 의미를 이해할 수도 없는 나이에 종교적 교리를 그 아이한테 가르친다. 오늘날 아동 교육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는 성적 발달을 지연시키고 조기에 종교적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닐까? 따라서 아이의 지성이 눈을 뜰 때쯤이면 종교적 교리는 이미 공격할 수 없는 절대적 존재가 되어 있다. - 219

인간이 종교적 교리가 제시하는 온갖 불합리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그것들 사이의 모순을 알아차리지도 못한다면 지적 능력이 약해진다 해도 그렇게 놀랄 필요는 없다. - 219

우리가 본능을 다스릴 수 있는 수단은 오직 지성뿐이다. 사고를 억제당한 사람들이 심리적으로 이상적인 상태, 즉 지성이 가장 우위를 차지하는 상태에 도달하기를 어떻게 기대할 수 있겠는가? - 219

여성들은 대체로 <생리적인 정신박약>에 시달리고 있다고, 즉 남성보다 지적 능력이 떨어진다고 한다. 이 사실 자체는 논란의 여지가 있으며 사실에 대한 해석도 의심스럽지만, 지적 퇴화가 여성의 이차적 본성이라는 주장에 유리한 한가지 논거는 그들이 성생활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음에도 그 문제를 생각하는 것이 일찍부터 금지되는 가혹한 상황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어린 시절부터 사고력이 성적인 면에서 억압될 뿐 아니라 여기서 파생한 또 다른 억제-종교적인 면에서의 억제와 정치적인 면에서의 억압-에도 영향을 받는 한, 그의 본래 모습이 실제로 어떠한지는 도저히 알 수 없다. - 220

논쟁이나 금지로 신자한테서 신앙을 빼앗을 수는 없을 것이다. 설령 일부 신자의 신앙을 빼앗는 데 성공한다 해도, 그것은 잔인한 짓일 것이다. 수십 년 동안 수면제를 복용해 온 사람한테서 수면제를 빼앗으면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
어린 시절부터 줄곧 종교적 환상이라는 달콤한-또는 달콤씁쓸한- 독을 주입받은 사람들에 대해서는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지만, 분별있게 키워진 다른 사람들은 어떤가? 신경증에 시달리지 않는 사람들은 신경증을 가라앉히기 위한 마취제도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이다. - 220, 221

달의 수확물을 목격한 사람이 아직껏 아무도 없는데, 달에 있는 드넓은 논밭의 신기루가 인간에게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인간은 이 지구상에 작은 땅을 갖고 있는 정직한 농부로서 그 땅을 경작하여 그 수확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법을 배우게 될 것이다. 다른 세상에 대한 기대를 버리고, 해방된 에너지를 이 세사의 삶에 쏟음으로써, 모든 사람이 견딜 만한 삶과 더 이상 아무도 억압하지 않는 문명을 이룩하는 데 성공할 것이다. - 222


10

환상을 피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는 나도 잘 알고 있다. 어쩌면 내가 고백한 희망도 일종의 환상일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한 가지 차이를 단호히 고집한다. 나와 똑같은 환상을 품지 않는다 해도 벌을 받지는 않는다는 점은 제쳐 놓고라도, 내 환상은 종교적 환상과는 달리 수정할 수가 있다. 내 환상은 망상적 성격을 갖지 않는다. 내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내가 아니라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후학들이 경험을 통해 알게 된다면, 나는 그 기대를 미련없이 버릴 것이다. - 225

우리는 과학적 연구를 통해 세계의 현실을 어느 정도 알 수 있고, 그 지식을 통해 우리의 힘을 강화할 수 있으며, 그 지식에 따라 우리의 삶을 조정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 믿음이 환상이라면, 우리는 당신과 같은 처지다. 그러나 과학은 그동안 중요한 성공을 많이 거두었으며, 이를 통해 그것이 결코 환상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했다. - 228

과학은 우리에게 가르쳐 준 것이 너무 적은 반면, 애매한 상태로 남겨둔 분야는 그것과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많다는 비난을 받는다. 그러나 이점에서 사람들은 과학이 아직 얼마나 어린지, 과학이 얼마나 어렵게 태어났고 초기에 얼마나 큰 어려움을 겪었는지를 잊고 있다.
......
과학적 견해가 변화하는 것은 혁명이 아니라 발전과 진보다. 처음에는 보편적 타당성을 가진 것으로 여겨진 법칙이 실제로는 좀더 포괄적인 일관성을 가진 특수한 사례로 밝혀지기도 하고, 나중에야 발견된 또 다른 법칙이 전에 발견된 법칙을 제한하기도 한다. 처음에는 진리에 대체로 접근했던 것이 좀더 진리에 가깝게 면밀히 다듬어진 것으로 대치되고, 이것은 더욱 완전하게 다듬어지기를 기다린다. - 228, 229

아니, 우리의 과학은 결코 환상이 아니다. 그러나 과학이 우리에게 줄 수 없는 것을 다른 데서 얻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환상이다. - 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