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漢나라 때 강도왕 건이, 사람과 짐승을 교접시켜 새끼를 낳게 하기 위해서, 궁녀를 발가벗겨 짐승처럼 엎드리게 한 뒤, 수놈의 염소 및 개와 교미하게 하였다.
...
연산군이 임금으로 있을 때, 교외에 목책을 설치하고 암말 수백 필을 그 안에다 둔 뒤, 수말 수백 필을 풀어놓아 그것들이 교미하는 것을 구경하였다. 말들이 서로 차고 물고 싸우는 시끄러운 소리가 산골짜기에 진동하였다.
- 이익, <성호사설> 가운데
만사 심지원이 홍주목사가 되었을 때 판서 임당이 충청감사가 되어 순행하여 홍주에 왔다. 그는 평소의 친구라 접대를 자못 간소하게 했더니, 임감사가 홍주 아전에게 매질을 하여 말하기를 “너의 수령이 비록 나와 친분이 두텁지만 상하관(上下官)의 체모는 엄격하지 않아서는 안 된다. 너의 수령이 실수를 했으니 네가 대신 매를 맞아라” 했다. 심지원은 늘 아들들에게 말했다.
“내가 앞서 체모를 잃은 바 있어 노여움을 샀고, 그리하여 아전이 태형을 당한 것은 거의 법을 멸시한 것에 가까운 까닭이었으므로 끝내 개의치 않았다. 임판서가 나를 깨우치게 한 점이 실로 많다.”
- 정약용, <목민심서> 가운데
1. 접대를 간소하게 했다고 욕을 하고 매질을 하는 임당. 간소함을 모욕으로 여기는 지배자
2. 잘못을 따질 거면 심지원에게 따질 것이지 아전을 매질하는 임당. 임당과 아전이 지배-피지배 관계에 있지 않았으면 없었을 일.
3. 간소하게 대접한 것은 자신이고, 매질을 당한 것은 아전. 자신의 잘못 아닌 잘못 때문에 아전이 엉뚱하게 날벼락을 맞았는데도 개의치 않는다는 심지원.
4. 이를 잘한 일이라고 기록하는 정약용
a. 체모나 위세에 대해서는 민감하게 반응하는 지배자들.
b. 제 기분에 따라 폭력까지 일삼음.
c. 일의 앞뒤를 따지는 데는 무관심.
d. 다른 이의 고통에 대한 무감각.
수령으로서 사나운 형벌을 좋아하는 자는 어느 죄수에게 장형을 실시할 때마다 먼저 매질하는 사령을 친다. 그 방법은 반드시 붉은 곤장으로 복사뼈를 때려 땅에 넘어지게 만드는 것인데, 곧장 치는 자가 세게 치지 않으면 또 그 곤장 치는 자를 때리니, 갑 때문에 을의 복사뼈가 터지고 을 때문에 병의 복사뼈가 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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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자의 가학성
한심하구나! 남의 아픔과 고통을 나의 쾌락으로 삼으니, 마음이 어질지 못함이 어찌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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