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물은 백성으로부터 나오는 것이고 이것을 받아서 나라에 바치는 자는 수령이다.
...
소민(小民)들은 좁쌀과 쌀, 실이나 삼 따위를 내어 나라에 바치는 것을 본분으로 여기므로 까닭도 없이 납부를 거부할 리는 없다. 늘 보면 어리석고 우둔한 수령들 가운데 백성을 어루만지고 돌본다고 말하는 자들은 반드시 상납의 기한을 어기고, 나라에 이바지한답시고 반드시 백성들의 뼈에 사무치도록 마구 거두어들인다. 진실로 밝은 수령은 너그러이 하되 기한을 어기지 않아 위아래가 모두 원망이 없게 하니, 그 이치는 쉽게 깨달을 수 있다.
- 정약용, <목민심서> 가운데
1.재물은 백성으로부터 나오는 것. 생산자인 백성이 가진 것을 비생산자인 지배계급과 국가가 빼앗아 가는 것. 수령은 백성들에게서 재물을 빼앗아 국가와 지배계급에게 전해 주는 존재. 재물의 이동 체계이자 지배계급의 수탈 체계.
2. 백성들이 쌀, 실, 삼 따위를 나라에 바치는 것을 본분으로 여기게 된 것은 그들이 지배계급에게 바치고 싶어하는 마음을 가지고 태어난 것이 아니라 국가가 이들에게 그렇게 여기도록 만든 것. 바치지 않으면 두들겨 맞거나 감옥에 갇히거나 재산을 빼앗기게 될 것이니 어쩔 수 없이 바치는 것.
3. 아래가 원망이 없다는 것은 백성이 이런 것들 바치기를 좋아해서 원망이 없는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으니 어느 정도는 그냥 말 없이 바치자는 것. 그 어느 정도를 넘어서는 것에 대해 원망하고 항의하는 것.
4. 위가 원망이 없게 한다는 것은 백성들에게서 빼앗을 양을 어느 정도 정해두었는데 거기에 이르렀다는 것. 빼앗고 싶은 만큼 빼앗았으니 원망이 없는 것.
5. 위아래가 모두 원망이 없으니 백성은 저항하지 않고 수취는 안정되어 지배 체제가 유지된다는 것. 관료의 역할이란 지배 체제가 잘 유지․작동되도록 하는 것.
국세청 홈페이지에서 http://www.nts.go.kr
전답을 헤아리는 법은 아래로 백성을 해치지 않고 위로는 국가에 손해를 끼치지 않도록 한결같이 고르게 해야 한다.
- 같은 책
생산자인 농민의 것을 비생산자인 국가가 빼앗아가는 데 그 정도 아무리 적어도 손해를 끼치지 않을 수 없음. 쌀 한 줌이라도 가져간다면 그것이 곧 농민의 손해가 되는 것. 정약용이 말하는 ‘고르게’는 백성들에게 손해를 고르게 끼치는 것이지, 손해를 안 끼치는 것은 아님.
'지배.착취.폭력 > 지배.착취.폭력-여러가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선의 역역力役. 강제 노동 (0) | 2013.05.11 |
---|---|
조선의 세금 (0) | 2013.05.10 |
지배와 관료제 (0) | 2013.05.09 |
지배자의 이상 심리 (0) | 2013.05.09 |
정약용. 목민심서. 파시즘 (0) | 2013.05.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