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와 농노

농노와 노예의 차이점은 무엇보다도 그들이 직접적 생산자로서 기본계급을 형성하고 있는 사회의 생산수단에 대한 관계가 상이한 데서부터 유래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농노는 생산수단에 대한 점유자로서 자기의 경리와 생산도구를 가지고 있었음에 반하여 노예는 생산수단을 점유하지 못하였으며, 자기 경리와 생산도구를 가지고 있지 못하였다.

다음으로 농노는 그 불완전 소유자인 봉건들이 매매할 수는 있으나 죽이지는 못하는 데 반하여 노에는 그 완전소유자인 노예소유자가 매매․살륙할 수 있다는 사회-경제적 처지의 차이와 그들에 대한 법률적 규정들의 차이에서 표현되는 것이었다.

아무리 제한된 의미에서라도 자기의 경리 즉 살림살이를 가지고 생산수단을 점유하고 있는가 없는가 하는 것을 가지고 노예와 농노를 구별하는 기본징표로 잡아야 할 것이요, 주인이 그들을 죽일 수까지 있는가 없는가 하는 것을 가지고 그 다음가는 징표로 잡아야 할 것이다.

- 김석형, <조선봉건시대 농민의 계급구성> 가운데

생산자-생산수단-생산관계

생산자가 생산수단을 소유하는 경우와 생산자가 생산수단을 소유하지 못하고 비생산자가 생산수단을 소유한 경우. 생산자가 생활수단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생산수단 소유자가 조직한 생산 과정에 들어가서 노동을 하거나, 생산수단 소유자로부터 생산수단을 빌려서 생산을 하고 대가를 지불하거나. 생산수단을 소유한 비생산자는 생산수단을 빌려주고 생활수단을 얻고, 부富를 축적.

생산관계와 지배관계
생산수단 소유자가 계속해서 부(富)를 쌓으려면 ‘생산수단을 소유한 비생산자 : 생산수단을 소유하지 못한 생산자’라는 관계를 계속 유지해야. 생산자가 이 생산관계에서 이탈하거나 생산수단 소유자에게 저항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생산자들을 지배․억압해야. 국가․법․신분․이데올로기 등 이용.

지배 방식으로써의 폭력과 살인. 죽일 수 있고 죽을 수 있다는 것을 통해 생산자들을 복종하게 만드는 것. 가능성으로써의 살인만이 아니라, 저항하거나 본보기를 위해서라도 실제로 죽임. 생산수단 소유자가 직접 폭력을 행사하기도 하고 국가가 대신하기도 함.

지배 계급이 생산자들을 소유․지배하기 때문에 노예나 농노의 매매도 가능.

노예나 농노나 노동자 모두 생산수단을 소유하지 못했다는 점은 같음. 하지만 인식 예속의 면에서는 노예가 매매의 대상이 되나 노동자는 매매의 대상은 아님.

토지에 관해서보다 노비에 관해서 더 많은 법률적 규정과 논의가 있었던 것도 노비를 사람으로 보아서 그러하였다기보다도 노비를 재산으로 보았기 때문인 것이다. 노비는 토지와는 달리 사회적 생산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 자기의 자손을 생산하는 것이었고, 말을 하였고, 계급투쟁을 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토지보다도 더 복잡하고 용이치 아니한 재산일 수밖에는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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