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의 [대장방평간용병서]는 전쟁에 대한 화상畵像이라고 할 수 있다. 그 글에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싸워 이긴 뒤에, 폐하께서 알 수 있는 것은, 개선하여 수이를 보고 하는 것과 표表를 올려 경하하는 따위로서, 빛나는 이목耳目의 구경거리뿐입니다. 먼 지방의 백성이, 흰 칼날에 간과 뇌가 묻어나고, 군사들을 먹이느라 근육과 뼈가 끊어지며, 파산하여 유리 걸식하며, 아들과 딸을 팔아먹고, 눈이 빠지고 어깨가 으스러지고 스스로 목을 매어 죽는 상황에 대해서는 폐하가 반드시 볼 수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자부慈父․효자․고신孤臣․과부들의 통곡하는 소리도 반드시 들을 수 없을 것입니다.
이는 마치 소와 양을 도살하고, 물고기와 자라를 회쳐서 음식을 만들어놓았을 때, 먹는 자는 매우 아름답지만, 주는 자는 매우 고통스러운 것과 같습니다. 만약 폐하께서 몽둥이와 칼날 아래서 부르짖고, 도마와 칼 사이에서 꿈틀대는 모양을 보신다면, 비록 팔진미八珍味의 아름다운 음식일지라도 반드시 젓가락을 던지며 차마 들지 못하실 것입니다. 그런데 하물며 사람의 목숨을 이용하여 이목의 구경거리를 삼는 데 있어서이겠습니까?
- 이익, <성호사설> 가운데
머리가 깨지고 살이 으깨지고 피가 튀는 일들이 벌어지고 벌어지고 또 벌어지는 것을 알면서도 전쟁을 하자고 하는 것입니까.
아니면 그런 것을 알만한 능력이 되지 않아서 그렇게 하자는 겁니까.
알고 그러든 모르고 그러든 머리가 깨지고 살이 으깨지고 피가 튀는 일들이 벌어지고 벌어지고 또 벌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 전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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