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착취.폭력/지배.착취.폭력-여러가지

전쟁, 눈이 빠지고 어깨가 으스러지고

순돌이 아빠^.^ 2013. 5. 22. 12:48

소식의 [대장방평간용병서]는 전쟁에 대한 화상畵像이라고 할 수 있다. 그 글에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싸워 이긴 뒤에, 폐하께서 알 수 있는 것은, 개선하여 수이를 보고 하는 것과 표表를 올려 경하하는 따위로서, 빛나는 이목耳目의 구경거리뿐입니다. 먼 지방의 백성이, 흰 칼날에 간과 뇌가 묻어나고, 군사들을 먹이느라 근육과 뼈가 끊어지며, 파산하여 유리 걸식하며, 아들과 딸을 팔아먹고, 눈이 빠지고 어깨가 으스러지고 스스로 목을 매어 죽는 상황에 대해서는 폐하가 반드시 볼 수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자부慈父․효자․고신孤臣․과부들의 통곡하는 소리도 반드시 들을 수 없을 것입니다.


이는 마치 소와 양을 도살하고, 물고기와 자라를 회쳐서 음식을 만들어놓았을 때, 먹는 자는 매우 아름답지만, 주는 자는 매우 고통스러운 것과 같습니다. 만약 폐하께서 몽둥이와 칼날 아래서 부르짖고, 도마와 칼 사이에서 꿈틀대는 모양을 보신다면, 비록 팔진미八珍味의 아름다운 음식일지라도 반드시 젓가락을 던지며 차마 들지 못하실 것입니다. 그런데 하물며 사람의 목숨을 이용하여 이목의 구경거리를 삼는 데 있어서이겠습니까?


- 이익, <성호사설> 가운데




미국이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을 공격해야 한다는 사람이 있습니다. 한국이 베트남에 가서 전쟁한 것을 찬양하는 사람도 있고, 여차하면 북한과 한판 붙자는 사람도 있지요.


머리가 깨지고 살이 으깨지고 피가 튀는 일들이 벌어지고 벌어지고 또 벌어지는 것을 알면서도 전쟁을 하자고 하는 것입니까.


아니면 그런 것을 알만한 능력이 되지 않아서 그렇게 하자는 겁니까.


알고 그러든 모르고 그러든 머리가 깨지고 살이 으깨지고 피가 튀는 일들이 벌어지고 벌어지고 또 벌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 전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