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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와 이데올로기

순돌이 아빠^.^ 2013. 5. 26. 07:46

17세기 이후 [내범內範], [규범閨範] 등 ‘내(內)’ 자와 ‘규閨’자를 필수적으로 포함하는 여성 교육서가 무수히 출현한 것은, 바로 일상에서 여성을 남성의 욕망에 따라서 작동하는 기계로 만들고자 하는 것이었다.


이 모든 것은 윤리와 규범의 이름으로 여성이 자발적으로 수행할 것을 요구하였다. 이를 위한 유일한 길은 그 윤리와 규범을 여성의 대뇌에 설치하는 것...윤리와 규범은 텍스트의 형식으로 만들어져, 흔히 교화라는 이름으로 여성의 대뇌에 주입되었다. 텍스트의 담론에 의해 의식화된 여성은, 텍스트의 윤리와 규범의 지시에 의해 행동하게 되었다. 그 여성은 아마도 한국 사람이라면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조선의 여성상일 것이다.

...

‘이념적 세뇌’야말로 이 텍스트의 제작 의도이자 수행 결과일 것이다...그 ‘여성 교양’의 존재가 이념적 세뇌와 대척적인 형태의 것으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즉 세뇌는 ‘품위 있는 교양’의 함양이라는 우아한 방식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 강명관, <열녀의 탄생> 가운데

지배와 이데올로기. 특정한 성격이나 정서 상태를 갖게 해서, 특정한 행동 유도.


스스로 느끼고 생각해서 행동한다고 여기던 것이 누군가가 만들어둔 정서와 행동 체계라면?


교양인이 되고 문화인이 되고 애국자가 되는 것은 지배 이데올로기에 따라 움직이는 인간이 되는 것일 수도.


국민정신총동원조선연맹...연맹조직이 중앙에서 도․부․군․면읍․정동리부락․애국반에 이르게 되었다...조선 민중은 정동운동의 애국반을 통해 급속히 파악되어갔고 전시체제에 동화되도록 강제되어갔다. 애국반의 반장은 중앙의 각종 정책의 시행사항과 각종 선전물을 반원에게 회람시키고 전국의 가정에까지 전달했다. 그리하여 애국반은 조선인 개별 가호를 파악하여 황민화정책을 관철했던 것이다.

...
조선연맹의 지도목표와 실천요목은 기회 있을 때마다 강화회․좌담회 개최, 신문기사․팸플릿․포스터 등 간행물 배포, 활동사진의 순회영사, 전람회 이용 등을 통해 대대적으로 선전되고 있었다. 이것이 말단 민중에까지 전달되어 실행되는 것이 총력운동의 핵심이었다.
- 이만열, '일본군 ‘위안부’ 정책 형성의 조선측 역사적 배경', 한국정신대대책협의회, <일본군 ‘위반부’ 문제의 진상> 가운데



(일본은)사상통제에도 나섰다. 신도神道를 국교로 정하며, 근거도 없는 신무천황의 즉위년을 황기 1년이라 하여 황기제도를 실시하였다. 날조된 건국기념일을 기원절이라 정하고, 천황의 생일을 천장절이라 하여 국경일로 정하여 국민에게 축하하도록 강요했다.
-  강동진, <일본 근대사> 가운데



이데올로기의 압력에 장기간 노출된 개인 대부분이 이데올로기적 영향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거나, 거꾸로 완전히 세뇌당하는 것은 거의 생각하기 어렵다. 이 책에서 확인한 바와 같이, 전시 중 일본의 제국주의적 내셔널리즘과 특공대원의 애국심 사이에는, 어떤 때에는 균열이 또 어떤 때에는 부분적인 동일화가 존재했다. 마르크스주의자인 대원조차도 ‘천황 즉 국가를 위한 희생’의 이데올로기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었던 것은 이데올로기의 많은 부분이 마치 안개비처럼 일상생활의 구조와 국민의 사상에 배어들어갔기 때문이다.

- 오오누키 에미코, <사쿠라가 지다 젊음도 지다>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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