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이틀, 사흘... 여러 날 병원을 다니다 보면 병원에 가는 것조차 일상의 한 부분으로 여겨집니다. 처음의 그 긴장감이나 떨림과는 다른...
병원으로 가는 버스, 버스 안 텔레비전에서 이동진이라는 영화 평론가가 이 작품을 추천하더라구요. 나른한 병원에서 보기 좋겠다 싶었습니다.
1. 사랑, 금지된
흔히 말하는 ‘한국인’인데 아랍 무슬림 여성을 사랑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여성의 가족들이 반대했지요. 아랍인도 아니고 무슬림도 아닌... 게다가 코리아라는 건 들어는 봤지만 낯설고도 낯선 이름이었던 거지요. 금지된 사랑인 겁니다.
같은 인간인데도 생김새나 돈, 종교 등의 문제로 사랑을 해도 되는 사람과 사랑해서는 안되는 사람으로 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물며 인간과 늑대인간의 사랑이라니.
주인공 ‘하나’는 강의실에 만난 한 남성과 사랑에 빠집니다. 어느날 그 남성이 보여 줄 게 있다고 합니다. 평소에는 다른 인간과 닮은 인간으로 있었지만, 사랑하는 하나 앞에서 늑대인간인 자신의 모습을 보여 준 거지요.
늑대인간 : 놀랐어?
하나 : (끄덕끄덕)
늑대인간 : 이제 만나기 싫어?
하나 : (고개를 흔듭니다)
늑대인간 : 하지만 떨고 있어
무서워?
하나 : 안 무서워
너인걸
상대의 모습에 놀란 것은 물론이겠지요. 그리고 이 사람과 계속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다는 것 또한 간단한 일은 아닐 겁니다. 하지만 하나는 결국 ‘너인걸...’이라고 합니다.
니가 어떻게 생겼든 너의 겉모습을 다른 사람이 뭐라고 하든 너는 너니까 사랑한다는 겁니다. 겉모습이 아닌 너를 사랑한다고 할 때 하나가 사랑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결국 너의 마음, 너의 마음과 나의 마음의 만남을 사랑하는 것은 아니었을까요?
2. 하나, 하나하나
아빠와 같은 늑대인간으로 태어난 두 아이. 두 아이를 두고 아빠는 일찍 죽습니다. 이제 하나 혼자서 키워야 합니다. 아이가 아플 때도 그냥 인간병원에 가야할지 동물병원에 가야할지 난감합니다. 집에 동물을 키우느냐는 남들의 시선을 피하는 것도 쉽지 않구요. 결국 산속에 있는 집을 구해 이사를 합니다.
세상은 내가 모르는 일들로 가득 차있구나
처음 남편이 늑대인간으로 변한 모습을 보고 하나가 한 생각입니다. 무조건 옳다 그르다, 싫다 좋다가 아니라 자신이 몰랐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안녕하세요,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 왔는데요
이 애는 늑대아이예요
아빠 늑대는 죽었고요
저는 엄만데요, 늑대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몰라요
그쪽은 어떻게 어른 늑대가 되셨나요?
늑대인간을 어떻게 키워야 할지 몰라 우리에 갇혀 있는 늑대에게 도와 달라고 합니다. 농사짓는 방법을 몰라 책을 뒤져보고 동네 사람들한테 배우기도 하지요. 하나는 그렇게 하나하나 배우면서 살아갑니다.
엄마가 하나하나 배우면서 살아가듯, 아이들도 하나하나 배우고 익히고 적응하면서 자랍니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늑대인간으로 변해서는 안 된다는 것, 버스 타고 학교에 다니는 것 등도 배우지요. 산에서 사냥을 하는 방법을 배우기도 합니다.
아마 하나와 아이들만 있었다면 하나도 아이들도 새로운 것을 배우기가 쉽지 않았을 겁니다. 동네 사람들이 하나에게 농사 짓는 방법, 아이 학교 보내는 방법 등을 가르쳐 주지요. 누나인 유키에게는 학교에서 만난 좋은 친구들이 있습니다. 아메에게는 산에서 만난 선생님이 있구요. 우리가 그렇듯이 그들도 다른 이들과 어울려 살면서 삶의 길을 찾아가는 가 봅니다.
3. 만남. 헤어짐
유키 : 인간이잖아
아메 : 늑대잖아
인간으로 살고 싶은 유키는 아메에게 학교에 나오라고 합니다. 하지만 아메는 늑대로 살고 싶다면서 산이 더 좋다고 합니다. 그러고는 치고 박고 한바탕 난리를 피웁니다. 엄마는 어떨까요? 엄마는 아이들이 인간으로 살기를 바랄까요, 늑대로 살기를 바랄까요.
엄마가 인간이니 엄마 곁에서 인간으로 살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겠지요. 왜 없겠습니까?
엄만 너한테 아직 아무것도 해준 게 없어
늑대의 삶을 살기 위해 산으로 떠나는 아메에게 엄마가 하는 말입니다. 아쉬움과 미안함이 많아 눈물이 흐르지요.
잘 살아야 한다!
건강히 지내렴
하지만 결국 아메를 보내 주면서 건강히 잘 살라고 합니다. 엄마에게 아쉬움은 있지만 어쨌거나 아이의 삶은 아이 스스로 선택하는 거니까요. 인간의 삶이 더 낫다거나 늑대의 삶이 더 낫다거나 뭐 그런 것이 아니라, 인간은 인간의 삶이 있고 늑대는 늑대의 삶이 있는 거겠지요. 인간의 삶에도 이런 삶이 있고 저런 삶이 있듯이 말입니다.
어느 삶이든 건강하게 잘 살기를 바라면서 아이를 떠나보내는 엄마입니다. 엄마를 위해 아이를 곁에 붙들어 두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위해 아이를 떠나보내는 엄마인 거지요. 늑대로써의 삶을 만나기 위해 인간 엄마와의 헤어짐이 있는 겁니다.
사람이 사랑을 아끼고 사랑한다는 거, 부모와 자식의 관계 만들기 등에 대해서 여러 가지를 생각케 해 준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영화 마지막의 노래까지 아주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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