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의 한반도에 성읍국가 이후 연맹왕국이 등장하여 국왕이 나타나게 된 이후 조선이 망할 때까지 장구한 기간 이 땅 위의 정치질서는 국왕이 최고의 지배자로 군림하는 군주정치였다. 그러나 한국 사학계가 일반적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처럼 실제로는 군주보다 귀족들이 실권을 행사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군주정치가 명목적이었다면 귀족정치는 실질적이었다고 하여도 그렇게 지나친 말은 아니다. 한국의 정치사는 귀족정치가 대세를 이루어왔다. 부족장정치, 왕족정치, 문벌귀족정치, 양반정치가 그러한 예들이다.”
- 이삼성, <동아시아의 전쟁과 평화 2> 가운데
왕이라고 해서 마음대로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고, 지배 계급의 일원으로 움직임. 아래는 조선 정조의 사례
1762년 영조의 아들이자 정조의 아버지인 사도세자가 그의 나이 27세 때에 뒤주에 갇혀 있다 사망에 이르게 된 것도 노론세력이 주도한 일이었다. 노론에 속한 구선복은 사도세자가 갇힌 뒤주의 감시책임을 맡은 포도대장이었다. 그는 뒤주에 갇힌 사도세자를 조롱하였으며 당시 세손이던 정조는 그 모습을 보고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한다. 어린 그는 구선복을 징치하리라 결심한다. 영조의 뒤를 이어 1776년 정조가 즉위하면서 노론세력 일부를 처단했다. 노론 벽파의 영수 노릇을 하던 홍인한과 정후겸을 사사시킨 일이 그것이었다. 그러나 구선복은 징치하지 못했다. 그가 왕위에 올랐을 때, 구선복은 병조판서였다. 병권을 장악하고 있는 노론세력 신하들의 나라인 조선에서 그는 그들을 벌하지 못했다.
- 이삼성, <동아시아의 전쟁과 평화 2> 가운데
이렇듯 절대적인 전제주의를 행사할 수 있는 장치가 존재하는데도 불구하고, 중앙 집권화된 정부 구조는 양반 귀족들에 의하여 국왕의 권위에 제약을 가했다. 이 같은 제약에 대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권력, 재부, 그리고 특권을 국왕만 이 배타적으로 지배하지 않은 데 있다. 다시 말해서 양반 귀족들 역시 신분과 토지 소유의 세습에 기초하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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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양반 관료들은 유교 교의의 규범을 국왕에 대항하는 것으로 바꾸었다...어린 국왕에게 유교 교리를 교습시킴으로써 학식 있는 사람을 존중하고 관리들의 간언을 용납해야 한다는 교의를 국왕에게 주입하는 기능을 담당하였다.
- 제임스 팔레, <전통한국의 정치와 정책> 가운데
조선을 지배하던 것은 왕 개인이 아니라 조선의 귀족들. 조선의 정치가 귀족 지배의 정치인 상황에서 왕의 권력이란 것은 제한적. 왕 또한 귀족의 일원으로 지배에 참여할 뿐.
한국을 지배하는 것은 대통령 개인이 아니라 한국의 부르주아들. 한국의 정치가 부르주아 지배의 정치인 상황에서 대통령의 권력이란 것은 제한적. 대통령 또한 부르주아의 일원으로 지배에 참여하는 게 아닐까.
정부의 건설자들은 궁녀를 배제하고 메이지 천황의 ‘남성화’에 착수하여 천황은 승마 등의 활동을 즐기게 되었다. 이토오 히로부미 등은 메이지천황으로부터 아무런 저항도 받지 않고 그들이 생각하는 대로 근대의 천황제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메이지 정부의 수뇌부 정치가들은 천황을 간단히 조종할 수 있다는 의미로 ‘손 안에 든 옥’이라는 은어로 불렀다. 천황의 권위를 빌림으로써 그들이 결정하는 모든 것을 자유자재로 합법화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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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지천황은 정치가들에게 다루기 쉬운 존재였을 뿐 아니라, ‘복고’된 천황제도 그들의 계획을 주입할 수 있는 편리한 빈 그릇과 같은 것이었다. 그들의 본래의 목적이었던 막부타도를 달성한 후에야 ‘복고’된 천황제와 강력한 중앙집권정부의 확립을 체계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입헌군주제를 선택하여 ‘유신’ 22년 후에 대일본제국헌법에 의해 이것을 실현하였다.
- 오오누키 에미코, <사쿠라가 지다 젊음도 지다>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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