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적으로 조직된 사디즘이 사관학교에서보다 강제수용소에서 훨씬 더 악의적으로 잔혹하게 자행되었다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그 뿌리는 몇 세기에 걸쳐 진행된 과거의 교육 시스템에 놓여 있었던 것이다.
계획된 잔혹행위를 명령하는 자와 실행하는 자 모두, 어린 시절에 사람을 모욕하는 수많은 방법과 구타의 피해를 직접 몸으로 겪고, 이를 정확하게 체득한 사람들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훗날 죄책감을 느끼거나 반성하는 법 없이, 어린 아이나 수감자들처럼 자신의 권력 아래 놓인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이 겪었던 것과 똑같은 형태의 잔혹 행위를 저지를 수 있었던 것이다.
...
수백만 명의 남자들이 어린 시절에 그와 같은 학교를 거치면서, 중벌을 받거나 목숨을 잃지 않기 위해 권위에 묵묵히 복종하는 법을 몸에 익히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경험들을 통해 그들은 ‘네 번째 계명’을 지극히 공손하게 받들었고, 강압적인 권위에 대해 절대 의심을 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확고하게 각인시켰다. 놀라운 것은 그 아이들이 자라 낳은 아이들의 아이들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매질이 자기들을 이롭게 했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는 사실이다.
- 앨리스 밀러, <폭력의 기억 - 사랑을 잃어버린 사람들> 가운데
아버지 앞에서는 순종적이고 동생 앞에서는 힘 자랑하는 형
교장 앞에서는 연신 허리를 굽신거리면서 학생들은 몽둥이로 두들겨 패는 교사
상관 앞에서는 오직 예스만 외치고 부하 앞에서는 욕을 밥 먹듯이 하는 군인 등등
힘센 사람 앞에서는 순종적이고
약한 사람 앞에서는 자신의 힘을 이용해 잔혹하게 구는 사람
지배-피지배 관계에서 내가 어느 위치에 서느냐에 따라 순종과 잔혹을 선택
그렇게 순종적이면서 잔혹한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는
나중에 부모가 되어 또다시 순종적이면서 잔혹한 아이를 기르고
정서와 행동 양식의 대물림
'사랑.평화.함께 살기 > 생명.인간.마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랭보, 자기증오와 채워지지 못한 사랑 (0) | 2014.05.14 |
---|---|
버지니아 울프, 폭력과 우울증 (0) | 2014.05.14 |
권력을 추구하는 마음 (0) | 2014.05.14 |
순응하는 인간, 가면 쓴 인간 (0) | 2014.05.14 |
처벌과 불안 (0) | 2014.05.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