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남 1
Ⅰ부문의 자본은 Ⅱ부문의 자본에 대해서는 Ⅰv의 액수만큼 일방적인 상품의 판매자로 만나지만 Ⅰ부문의 노동자계급에 대해서는 노동력을 구매하는 상품구매자로 만난다. 그리고 Ⅰ부문의 노동자계급은 Ⅱ부문의 자본가에 대해서는 일방적인 상품구매자로(즉 생활수단의 구매자로) 만나지만 Ⅰ부문의 자본가에 대해서는 일방적인 상품판매자[즉 노동력의 판매자]로 만난다.
- 카를 마르크스, <자본Ⅱ>, 길, 2012, 616쪽
판매자는 자신이 가진 상품을 팔기 위해 구매자를 만납니다. 판매자의 목적은 자신의 상품을 파는 것이고, 구매자에게 바라는 것은 자신의 상품을 사는 것입니다. 그 사람이 무엇에 기뻐하고 무엇에 슬퍼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상품만 사주면 그만입니다. 그리고 기왕이면 더 많은 돈을 주고 사주기를 바랍니다. 그 사람이 기쁘거나 슬프거나 돈만 많이 주면 그만입니다. 더 많은 돈을 받고 상품을 팔기를 바라는 만남입니다.
구매자는 상품을 사기 위해 판매자를 만납니다. 구매자의 목적은 상품을 사는 것이고, 판매자에 바라는 것은 그가 가진 상품을 자신에게 파는 것입니다. 그 사람이 무엇에 기뻐하고 무엇에 슬퍼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상품만 사면 그만입니다. 그리고 기왕이면 더 적은 돈을 주고 사기를 바랍니다. 그 사람이 기쁘거나 슬프거나 돈만 적게 줄 수 있으면 그만입니다. 더 적은 돈을 주고 상품을 사기를 바라는 만남입니다.
자본가가 노동자의 노동력을 사는 것은 노동자에게 일을 시켜서 자기가 투자한 돈보다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한 것입니다. 노동자가 어떤 마음으로 일을 하고, 일을 하는 동안 고통스러운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시키는 대로 일을 많이 해서 상품을 많이 만들고, 돈을 더 많이 벌게 해 주면 그만입니다. 그런 목적을 실현시켜 줄 도구가 필요해서 노동자를 만날 뿐입니다.
만남은 만남인데 나의 욕망을 위해 서로를 이용하는 만남입니다. 손해 보지 않고 이익을 얻기 위해서는 늘 긴장하고 계산해야 하는 만남입니다. 속은 그렇지 않으면서도 겉은 웃기도 하고, 속으로는 그렇지 않으면서 겉으로는 좋은 만남이었다고 악수를 하기도 합니다. 나를 속이고 다른 사람을 속이는 만남입니다.
이런 만남 속에 어떤 믿음이 있을까요? 저 사람이 나를 속이는 것은 아닌지, 저 사람이 나에게 손해를 끼치는 것은 아닌지 싶어 늘 의심하고 따져봐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계약서가 필요하고, 관련 법률을 만들려는 게 아닐까요?
만남은 만남인데 긴장되고 힘겨운 만남입니다. 만남은 만남인데 기쁨이나 행복이 머물 자리는 아주 적거나 거의 없는 만남입니다.
* 만남 2
가게에 물건을 찾으러 갔습니다. 계산을 하고 나오다 엄마가 안고 있는 아이를 만났습니다. 이제 몇 개월이나 되었을까요? 엄마가 한 손으로 안아도 그리 힘겹지 않을 만큼의 아이였습니다. 뽀오얀 피부에 통통한 볼살이 얼마나 귀엽던지...
아이를 보면서 제가 먼저 미소를 날렸습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아이가 저를 똑바로 쳐다보면서 활짝 웃는 것이었습니다. 어찌나 크게 웃던지 아래 위의 잇몸이 다 들어나고 눈은 반달모양이 되었습니다.
행복했습니다. 말도 통하지 않고 서로 누군지도 모르지만 눈길이 마주쳤고 서로를 향해 웃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아이도 행복했을 겁니다.
아이에게 바라는 것은 없습니다. 그저 예쁘고 좋아서 웃었습니다. 그러자 아이도 저에게 별 바라는 것 없이 웃음을 보냈습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마음과 마음이 만나 행복을 만들었습니다.
자본가가 노동자를 착취하고, 남성이 여성을 학대하며, 전쟁과 폭력이 멈추지 않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격려보다는 비난이 많고, 협력보다는 경쟁이 많은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본가가 모든 것을 지배하지도 못했고, 폭력이 모든 것을 억누를 수도 없었습니다. 언 땅이어도 새싹을 막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겠지요.
다른 존재를 나의 욕망을 위해 이용하려 하지 않고
다른 존재와 함께 있고 교감하는 것만으로도
우리 마음이 한없이 밝아지고 맑아지는
그런 만남들이 우리 곁에 있겠지요
눈 많은 겨울 지나고
처음 만나는 새싹을 보면서
우리는 어떤 이익과
어떤 승리를 생각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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