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눌 스님은 이렇게 말한다. “만약 부처되기를 구한다면 부처는 곧 이 마음이므로 마음을 어찌 멀리서 찾을 것인가. 이 몸 안에서 떠나지 않는다. 이 육신은 빌린 것이어서 나기도 하고 죽기도 하지마는 ‘참마음’은 허공과 같아서 끊어지지도 않고 변하지도 않는다.” 그는 또 덧붙인다. “지금 사람들은 미혹하여 온 지 이미 오래이므로 제 마음이 바로 참 부처임을 알지 못하고, 제 성性이 바로 참다운 법임을 알지 못하며, 법을 구하려 하면서도 멀리 성인들에게서 찾으려 하고, 부처를 구하려 하면서도 제 마음을 관觀하지 않는다.”
즉 실재는 자신의 바깥에 존재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마음에서 자아의 지배를 완전히 도려낼 때 남는 그것, 즉 영혼이 실재라는 것이다. 이 영혼이 바로 “끊어지지도 않고 변하지도 않는” 성性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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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 마음에 직접적으로 가닿지 못한다. 자아의 욕망들이 그것을 가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왕양명은 이렇게 말한다. “이 마음을 자아의 욕망(私慾)이 가리지 않는다면, 그것이 곧 신의 법칙(天理)이다.”
그러한 일체감은 하나님 또는 전체성의 느낌일 것이다. 그 전체성은 육체적 분리를 벗어남에 따라 주어지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의 영혼이 개체적이 아님을 암시한다. “머뭇거림 없는 연민”을 느꼈다는 것은, 자아에 의한 제동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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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실재의 경험들’은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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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외적인 것에 대한 반작용의 부재
2)자아의 일시적 제거
3)자아의 완전한 소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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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의 완전한 소멸은 영적 실재로의 완전한 통합에 이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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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츨라빅에 따르면, 무엇에 대해 반작용한다는 것은 그 ‘무엇’과 순환적 상호준거의 관계 속으로 들어간다는 것이다. 즉 그 ‘무엇’과 더불어 서로가 서로를 재생산하는 작용-반작용의 폐쇄적 악순환 속으로 들어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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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워하거나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는 것은 자아의 욕망이 아직 존재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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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의 이러한 전언은 다음의 사실을 다시 말해준다. ‘실재의 경험’은 자아의 일시적 제거에 따른 것이고, 자아가 완전히 제거되면 ‘실재의 경험’은 더 이상 필요 없다는 것. 그러니 이른바 ‘깨달음’의 과정이라는 것은 자아라는 질병을 치료하는 과정에 다른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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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머슨은 “영혼은 능력이 아니라 빛”이라고 하고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고 빛이 전부”라고 한다. “우리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은 우리의 자아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이고, “빛이 전부”라는 것은 영혼이 전부라는 것이다. 영혼의 교감은 상대에게서 그 빛을 보는 것이다. 그리고 나의 빛과 동일한 것인 그 빛은 우리에게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을 준다.
- 글 출처 : 이종영, <영혼의 슬픔>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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