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적인 아동기 학대는 공포가 만연한 가족 환경 속에서 발생한다. 이 안에서 건강한 양육 관계는 깊이 파괴되어 있다. 생존자들은 강압적인 전체주의적 통제의 특징을 설명한다. 이들은 폭력과 죽음에 대한 위협과 사소한 규칙에 대한 집요한 강요, 간헐적인 보상, 그리고 고립, 은폐, 배신을 통해 다른 모든 관계를 파괴시키는 수단에 의해 억압받는다. 이러한 통제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성인의 경우보다 더욱 심각하게 자신을 학대하고 방임하는 이들에게 병리적으로 애착하게 된다. 이들은 자신의 복지, 현실, 혹은 삶을 희생하고서라도 애착을 유지하려고 분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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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의 현실을 피하는 것이 불가능할 때, 아이는 이를 정당화할 수 있는 의미 체계를 구축해야만 한다. 불가피하게도, 아이는 자신의 본성이 악하기 때문에 현실이 이렇게 되어 버렸다고 결론짓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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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한 이가 나라면, 부모는 선하다. 악한 것이 나라면, 선해지기 위해서 나만 노력하면 된다. 이 운명을 이끈 것이 나라면, 어떻든 간에 이것을 변화시킬 힘은 내게 있다. 부모의 학대를 유발한 것이 나 자신이라면, 내가 충분히 노력한다면 언젠가는 부모의 용서를 구하고 그토록 절박하게 필요한 보호와 보살핌을 얻어 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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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발달 단계에서 아이는 의존할 만큼 믿음직한 양육자의 내적 표상을 형성하게 된다. 고통스러운 순간에 양육자에 대한 정신적인 표상을 떠올리면서, 확고한 자율성이 확립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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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받은 아이는 내적인 안전감을 키우지 못했기 때문에 위안과 위로를 찾기 위해 외적인 자원에 의존하는 면이 다른 아이들에 비해 커진다. 학대받은 아이는 확고한 독립성을 발달시키지 못하면서 절박하고 무분별하게, 의존할 만한 누군가를 계속 찾으려 한다. 낯선 사람에 대한 빠른 애착 형성은 학대받은 아이들에게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리하여 역설적이게도 아이는 자신을 학대하는 바로 그 부모에게 집요하게 매달린다.
- 글 출처 : 주디스 허먼, <트라우마-가정 폭력에서 정치적 테러까지>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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