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만남에서 기본 신뢰가 문제가 된다. 풀려난 포로에게는 잔학 행위에 관한 단 하나의 이야기만 존재한다. 그리고 누군가는 가해자, 누군가는 수동적인 목격자, 동맹자, 혹은 구조자라는 매우 제한된 역할만이 존재한다. 새롭든, 오래되었든, 모든 관계에 암묵적인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어느 편이오?’ 피해자가 가장 경멸하는 사람은 가해자가 아니라, 수동적인 방관자일 때가 많다.
...
지속된 속박은 모든 종류의 인간관계를 방해하며 외상의 변증법을 증폭시킨다. 생존자는 강렬한 애착과 겁에 질린 회피의 양 극단 사이에서 동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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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구조자로 보이는 사람에게 절박하게 매달리고, 가해자나 공범자로 짐작되는 사람에게서는 갑작스럽게 도망치고, 동맹자로 보이는 이에게는 헌신적인 태도를 보이고, 무관심한 방관자로 보이는 이에게는 분노와 경멸을 드러낸다. 그녀 안에는 다른 이에 대한 어떠한 내적 표상도 안정되어 있지 않으므로, 그녀는 다른 사람이 작은 실수를 저지르거나 조금만 실망스럽게 해도 그의 역할을 급작스럽게 바꾸어 버린다. 어찌할 수 없게도, 실수를 위한 공간은 없다. 시간이 지나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신뢰를 측정하는 생존자의 가혹한 시험에 통과하지 못하게 되고, 따라서 생존자는 관계를 피하게 된다. 그녀의 고립은 자유로워진 이후에도 지속된다.
- 글 출처 : 주디스 허먼, <트라우마-가정 폭력에서 정치적 테러까지> 가운데
그 사람이라고 그리 하고 싶겠나
자기도 모르게 그리 되는 것을
그리 아프고 외로웠으니
그리 아프고 외로운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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