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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배하고 우러러보고 헌신하는 마음

순돌이 아빠^.^ 2015. 2. 27. 14:35


앨리스는 권력을 경험하는 게 싫다고 주장하면서도 존경할 수 있는 남자를 원했다. 또 그녀가 공언해온 모든 신념에 어긋나긴 해도, 그녀가 가장 존경할 수 있는 남자는 그녀에게 과한 존경심을 보이지 않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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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을 파는 에릭을 보면서, 앨리스는 머리에 더 수준 높은 일을 담고 있는 사람과 같이 있다는 특권을 되새겼다. 그 남자는 한눈을 팔았다. 그녀보다 더 중요하고 훌륭한, 다른 일에 정신을 쏟았다. 더 중요하고 훌륭한 일을 다루는 남자라면 틀림없이 사랑할 가치가 있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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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한 사랑의 특성은 숭배를 강조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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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행동에는...종교적인 충동의 구조가 드러났다. 곧 상대[애인, 하느님]가 하늘의 일을 경영하며 무슨 일을 해야 할지 그녀보다 잘 알기 때문에, 그녀의 질문을 받는 모욕을 겪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었다.


- 알랭 드 보통, <우리는 사랑일까> 가운데









실제로 독일인 대다수가 ‘총통’을 숭배하게 되었다. 초인(超人)의 모든 속성들이 그에게 부여되었다. 그는 ‘누구와도, 그 무엇에 의해서도 결합이 되어 있지 않은, 신처럼 고독하게 살아가는 생의 공간, 오직 그를 위하여 존재하며 그 외에는 아무도, 특히 여자는 들어갈 수 없어 보이는 무인지경 안에서 살고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그에게 기도하고, 그를 직접보면 도취에 빠지고, 심지어 집 한쪽에 있는 ‘하느님을 위한 공간’을 ‘총통을 위한 공간’으로 만들어 사진과 꽃으로 장식한 것은 바로 여자들이었다. 그러한 ‘총통’ 숭배는 매일 수천 통씩 히틀러의 관저에 도착하는 흠모의 편지와 꽃들로 잘 나타났다.








무언가 존경하고 우러러볼만한 점을 가진 사람한테 끌리는 사람


그 사람이 그냥 좋거나 그 사람과의 교류가 그냥 좋아서는 안 되고

내가 존경하고 우러러볼만한 점을 가져야 끌리는 사람


나를 억압하고 지배하는 것은 싫지만

그래도 내가 아래에서 위를 향해 쳐다보는 것과 같은 관계에 끌리는 사람


심지어 자신을 존중하고 자신에게 크게 마음 쓰는 사람에게는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되레 그런 사람에게는 어딘가 모자란 것 같은 느낌을 갖는 사람



동등한 인간들 사이의 교류보다는

가족 안에서는 우리를 보호하는 든든한 아버지

종교에서는 세상 만물을 창조하신 하느님

정치에서는 우리의 영원한 지도자 등에

자신도 모르게 끌리는 사람


많고 많은 사람들이 그렇고

똑똑하다 당당하다 자신감 넘친다고

스스로 주장하는 사람들조차

자신도 모르게 무언가에 끌려가듯

자신보다 더 훌륭하고 낫다는 사람에게

몸과 마음을 약간 숙이면서 끌려가는 사람









그 사람이 나보다 더 똑똑하고

그 사람이 나보다 가진 게 더 많고

그 사람이 나보다 더 강인하고

그 사람이 나보다 더 고귀하고

그 사람이 나보다 더 판단을 잘 하는 사람이어야

왠지 편안하고 안심할 수 있는 사람


그냥 안심만 하는 게 아니라

그런 훌륭한 사람을 위해

그런 훌륭한 사람이 하자는 대로

내 마음을 쏟아 헌신하는 것에서

자부심과 보람을 얻는 사람


혼자 가만히 두면 쉽게 무기력에 빠지고 방향을 찾지 못해 헤매지만

누군가 나보다 훌륭한 사람이 이끌어 주면 정말 열심히 온갖 일을 다하며

거기서 삶의 의미를 찾는 사람







남들이 보면 참 어이없는 데도

스스로를 예수나 하느님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에게

끌려다니고 헌신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도대체 저 많은 독일인들이 왜 히틀러에게

그토록 매달리며 충성을 바치겠다고

하일 히틀러를 외치며 여기저기 몰려다니고 전쟁에 뛰어들었는지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그들의 마음이 어땠을지를 살펴보는 게 좋은 건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