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피아노 선생님이 이번 연주에 참여하시면서 초대를 해 주셔서 칸티쿰 합창단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이런 곡들도 처음 들을 수 있었습니다.
참 마음이 편안하고 고요해 지는 시간이었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슬프거나 우울하게 하는 것도 아니고, 기쁘거나 들뜨게 하는 것도 아니고 가만히 가라앉혀 쉴 수 있도록 해 주었습니다. 사람과 사람이 모여 이루는 소리가 이리 좋을까 싶었습니다.
팔레스트리나Palestrina - Missa Brevis
마음이 고요해 지면서 여러 사람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때로는 미안하고 안타깝고 사과하고 싶은 사람들, 때로는 미워하고 부담스러워하고 답답해했던 사람들,
세월이 갈수록 더 자주 떠오르고, 더 또렷하게 떠오르는 것이 미안하고 후회되는 것들입니다. 그때는 내가 왜 그랬을까 싶습니다. 내 마음이 조금 더 안정되고 편안했더라면 그러지 않았을텐데 싶습니다. 특히 내 마음이 조금 편안해지는 시간이 오면 그런 느낌들이 더 많이 떠오릅니다.
솔직히...그런 느낌들을 피하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애써 다른 생각을 해서라도 잊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씩 조금씩 더 많이 받아들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나의 잘못은 잘못이니 내가 잘못한 것을 없었던 일로 만들 수는 없습니다. 다만 내가 왜 그랬는지를 좀 더 생각해 봄으로써 나를 치유하고, 그런 잘못을 되풀이하는 횟수를 줄이고 싶습니다. 지난 과거의 일을 되돌릴 수는 없습니다. 나를 치유하고 앞으로 잘못을 적게 하는 것만이 지난 과거의 잘못에 비춰 내가 다른 삶을 사는 길이겠지요. 아직까지는 일일이 그 사람들을 다 찾아다니며 사과할 용기가 없으니, 적어도 지금 내가 사는 이곳에서 조금이라도 사과하는 길이겠다 싶구요.
어떤 사람들을 떠올리면 밉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또 느끼지 않으려고 하고 회피하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내가 느끼지 않으려고 하고 회피한다고 해서 내 마음에서 그것들이 사라지지는 않더라구요. 그래서 내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그 사람들은 나에게 왜 그랬을지를 좀 더 생각해 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나를 치유하고, 그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는 길일 테니까요.
음악을 듣는 내내 떠올리면 미안한 사람들과 떠올리면 답답한 사람들 모두 평화롭게 살기를 바랬습니다.
인간의 마음이 편안해지고 고요해질수록 자신을 조금 더 잘 볼 수 있게 되고, 다른 사람을 조금 더 잘 받아들 수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런 음악을 만드신 분들과 연주해 주신 분들 모두에게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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