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의 시작을 관악기가 밤밤밤 바~암, 밤밤밤 바~암 하니까 분위기가 묘하더라구요. 그런 묘한 분위기는 곡의 중간까지 계속 되더라구요. 정말 사람을 가만 놔두질 않았어요.
묘한 분위기를 만들었다가
가만히 가라 앉혔다가
몸을 웅크리게 긴장시켰다가,
팡 터트렸다가....
사람이 정신이 없어요 정신이. ^^
우리 사는 세상이 그렇겠지요. 세상의 어느 곳은 전쟁이 나서 폭탄이 터지고 사람들은 울부짖고, 새들도 모두 놀라 숲으로 달아날 거에요. 또 어느 곳은 숲의 바람 속에 가만히 하루 하루를 이어가는 사람들이 삶이 있을 거구요. 또 어느 곳은 프로야구 응원하느라 파도타기를 하면 함성을 지를 거구요.
저의 삶도 그렇네요. 투쟁하고 싸우고 부딪히던 시절도 있었고, 뭐가 뭔지 몰라 멍하게 힘없는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때도 있었어요. 설레고 떨리는 사랑의 순간도 있었구요.
4악장이 되면 이제 이런 혼란스럽고 어지러운 것들을 한 판 정리하네요. 가만히 조용히.
밤에 바닷가에서 100m쯤 안으로 들어가 갯벌에 발을 담그고 있었어요. 달빛이 비치고 세상은 고요하더라구요. 세상과 멀어진 것도 같고, 나만의 공간에 서 있는 것도 같았습니다. 멀리서 파도소리는 들리지만 바닷물이 제 몸에 닿지는 않고,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새소리만 제 마음을 스쳤습니다.
5악장입니다. 혼란스럽던 것을 가만히 정리하고 다시 기운을 차렸으니 이제 세상으로 나아가 새로운 삶을 시작해야겠지요. 겨울 지난 봄이고, 침묵 뒤의 혁명입니다.
우리 삶도 그렇겠지요. 혼란, 격정, 떨림의 삶에서 때론 잠깐 멀어져서 가만히 자신을 바라보는 시간이 필요하겠지요. 그런 시간이 지나고 나면 용기를 얻고 희망을 찾고 기운을 회복해서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을 거구요.
인간이 마르지 않는 샘물도 아니고 때로는 꿈도 희망도 다시 찾을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할 거에요.
고요한 마음 속에 희망이 피어나면 누가 하지 말라고 말려도 적극적으로 자신의 삶을 만들어가고, 다른 이들에게 따뜻한 인간이 될 수 있을 것도 같구요.
말러 교향곡 5번을 듣고 연주회장 나올 때 제가 가졌던,
무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처럼요 ^^
때로는 관악기, 때로는 현악기, 때로는 타악기가 돋보이는 좋은 연주였습니다.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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