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 공명심을 촉진하기 위해 ‘노동의 밤’이 도입되었다. ‘노동의 밤’에는 누가 가장 빨리 식자(植字)를 하는가, 누가 빨리 사탕과자를 포장하는가 등에 대한 경쟁적 시합이 벌어졌다. 작업장에 검은 게시판과 붉은 게시판이 설치되었다. ‘게으른’ 노동자의 이름은 검은 게시판에 게재되었으며, ‘성실하고 쓸모 있는’ 노동자의 이름은 붉은 게시판에 게재되었다.
어떤 이를 도덕적으로 고양하고 다른 이들을 비하하는 것이 성격형성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한 경험은 없었다. 그러나 이 방법을 사용하는 것에 관해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것에 비추어 볼 때, 이런 방법이 인간의 성격구조 형성에 끔찍한 영향을 끼친다는 결론은 확실하다.
검은 게시판에 이름이 적힌 노동자는 부끄러움, 질투, 열등감, 심각한 증오의 감정을 발전신킬 수밖에 없으며, 반면에 붉은 게시판에 이름이 적힌 사람들은 경쟁자를 제압했다는 승리감을 가지고 스스로를 승자라고 느끼면서, 야만성을 발산하고, 공명심에 의기양양해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경쟁에서 ‘패배한’ 사람들이 꼭 ‘더 열등한’ 것은 아니다. ‘검은 게시판에 이름이 오른 노동자’ 중의 어떤 이들이 더 신경증적이긴 하지만 구조라는 측면에서는 오히려 그들이 더 자유로운 인간이라고 생각해 볼 수도 있다.
또한 경쟁에서 승리한 노동자가 꼭 자유로운 인간인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바로 그들 내부에서 격려되고 있는 자질이 과도하게 야망을 지닌 인간, 야심가, 자랑꾼, 한 마디로 말해서 전염병에 시달리고 있는 인간의 본질적인 특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 빌헬름 라이히, <파시즘의 대중심리>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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