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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나를 내가 위로해 주고 토닥여 줄 때

순돌이 아빠^.^ 2015. 9. 4. 22:35

성폭력을 당하고 그 기억을 안고 사는 건 분명 쉽지 않다. 그러나 쉽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내가 있는 그대로 힘들어할 수 있도록 풀어주는 시간을 통해 내 상처는 부드럽게 치유될 수 있을 것이다. 오기로 버티고, 악으로 살아남는 그런 수준을 뛰어넘는 여유로운 견기기, 부드러운 내면의 힘을 슬슬 키워봐야겠다.


나는 지치고 힘이 빠져 축 처져 있는 시간을 못 견디고 나 자신을 엄격하게 대하는 편이었다. 그래야 무너지지 않고, 강해지고, 잘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금 생각하면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힘들어해도 내버려두고, 울면 눈물로 닦아주고, 떼쓰고 쓰러져 있어도 봐줄 수 있었으면 좀더 좋았을 텐데 싶기도 하다.

그래서 요즘은 마음뿐 아니라 몸이 아프다고 신호를 보내와도 조금 더 여유롭게 내가 아파할 수 있도록 놔두려 하는 편이다.

‘아프구나, 어디가 아파? 그래? 좀 쉬어. 괜찮아. 여유롭게, 부드럽게 쉬었다 가자’

나를 토닥여준다.


- 은수연, <눈물도 빛을 만나면 반짝인다-어느 성폭력 생존자의 빛나는 치유 일기> 가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