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한 일들을 쭉 정리하면서 내게 일어난 일을 견뎌낼 수 있게 해 준 것이 무엇인지 차츰 알게 됐다. 상상하기도 힘들 정도로 재수 없고, 더럽고, 아프고, 힘든 일들이 많았지만, 나는 그 어느 순간에도 자포자기 하거나 될 대로 되라는 식의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 아주 더러운 경험을 했을 때, 죽을 만큼 힘들 때면 나는 ‘이게 끝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강하게 붙잡았다. 견뎌내려고 특별한 노력을 한 것은 아니다. 그냥 그날그날 내가 해야 하는 일을 묵묵히 했다.
...
어느 날 단순히 버텨내는 것을 넘어 다른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서 내가 경험하는 모든 일에 관한 인식이 달라졌다.
‘내 잘못도 아니잖아, 미친놈이 개도 안 하는 미친 짓, 더러운 짓 하는 건데 내가 왜 쪽팔려? 난 꼭 이 집구석, 저 새끼 손아귀에서 벗어날 거야, 꼭!’
- 은수연, <눈물도 빛을 만나면 반짝인다-어느 성폭력 생존자의 빛나는 치유 일기>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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