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들에 의하면 우리는 도덕적인 진실을 기준으로 판단을 내린다. 그들은 신까지 들먹이진 않지만 여전히 하향식 과정을 강조한다. 먼저 도덕적인 원칙들을 세우고 그 원칙을 인간 행위에 부과하는 과정 말이다.
그러나 도덕적인 원칙들이 정말 인간의 수준을 초월한 저 높은 곳에 존재하는 걸까? 그 원칙들은 우리라는 존재 자체에 닻을 내리고 있는 건 아닐까? 만약 우리에게 타인을 배려하는 본성이 아예 없다면 그렇게 행동하라고 설득하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우리가 공정하지 않고 정의롭지 못한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거부 반응을 보이는 존재가 아니라면 공정함이나 정의를 호소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만약 우리의 모든 결정이 위로부터 주어진 어떤 원칙과 일치하는지 매번 심사해야 한다면 우리의 인식 능력에 너무도 큰 부담이 가해질 것이다. 나는 데이비드 흄의 ‘이성은 언제나 감정의 노예’라는 말을 믿는다. 우리에겐 도덕 감정과 직관이 있으며, 바로 그것이 다른 영장류와 인가의 연관성을 찾는 지점이다.
우리는 합리주의적 반성 과정을 거쳐 차근차근 도덕성을 발전시킨 게 아니다. 도덕성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배경으로부터 강력한 압력을 받은 결과 형성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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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도 어떤 사회를 만들기 위해 애를 쓴다. 그들의 행동을 보면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를 그들도 추구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예를 들어 침팬지 암컷은 수컷들의 싸움이 끝나면 서로 등을 돌린 수컷들을 끌어당겨 그들의 손에서 무기를 빼앗고 화해시킨다. 서열이 높은 수컷은 공정한 심판처럼 무리 내의 다툼을 중재하는 역할을 한다. 나는 이 ‘공동체적 배려’와 관련된 행위들을 이렇게 이해한다. 즉 도덕 영역이 영성된 것은 인류가 출현하기 전의 일로, 우리가 어떻게 지금의 위치에 오게 되었는지 설명하기 위해 애써 신을 끌어들일 필요는 없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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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을 일련의 불변하는 원칙 또는 법칙이라고 보는 관점, 도덕을 우리가 궁극적으로 발견해야 할 무언가로 보는 관점은 종교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런 도덕 원칙을 만든 것이 신인지 인간의 이성인지 과학인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이 모든 이해 방식은 도덕의 기원이 위로부터 아래로 내려왔다는 생각을 공유한다. 공통된 전제는 인간 스스로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누군가가 말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도덕성이 추상적인 정신 차원에서가 아니라 매일매일의 사회적인 상호작용 속에 형성되었다면? 또 도덕성이 과학이 선호하는 깔끔한 범주화와는 거리가 먼 ‘감정’에서 기원했다면?
그때만 해도 우리는 에이머스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지 알지 못했다. 나중에 에이머스를 해부해보니 간이 복부의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비대해 있었고, 암세포가 자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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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침팬지들이 그를 살피려고 실내로 들어왔으므로 우리는 문을 조금 열어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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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머스가 입구 옆에 자리를 잡자 암컷인 데이지가 살며시 그의 머리를 안고 귀 뒤의 부드러운 곳의 털을 골라주었다. 데이지는 대팻밥을 가득 가져와 에이머스가 앉은 자리에 밀어넣었다. 그 대팻밥은 침팬지들이 좋아하는 나무를 깎은 것이었다...데이지가 에미머스에게 대팻밥 요를 만들어주자 다른 수컷 한 마리도 따라 했다. 데이지는 등을 벽에 기대고 앉은 에이머스가 대팻밥을 잘 다루지 못하자 여러 번 대팻밥을 가져다가 그의 등과 벽 사이에 채워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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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지가 에이머스를 도와준 행동은 ‘이타주의’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타적인 행동은 나 자신에게는 위험의 감수나 에너지 소비 등의 비용을 치르게 하면서 타자에게는 이익을 주는 행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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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영장류 동물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과학자들은 보상 없이도 이타주의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생후 6개월의 아기들도 ‘못된 행동’과 ‘착한 행동’의 차이를 구별한다는 보고도 나왔다. 신경과학자들은 우리의 뇌가 타인의 고통을 느끼게끔 선천적으로 조직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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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우리가 타인과 함께 살며 그들을 돌보도록 신체적·정신적으로 설계되어 있으며, 타인을 도덕적 기준으로 판단하는 본성이 있다는 사실이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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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머니가 아버지의 말년에 그랬던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나이 든 배우자를 돌본다. 심한 고생 속에서 어머니는 점점 왜소해졌고, 그 덕분에 아버지는 간신히 걸어다닐 수 있었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아내나 남편을 돌본다고 상상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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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상대를 돌보는 일에서 당신이 얻는 건 스트레스와 피로뿐이다. 어떤 경우에도 보상이 주어질 가능성이 없다. 진화 이론들은 이타적 행위가 혈족 또는 나의 호의에 기꺼이 보답할 뜻과 능력을 가진 이들에게 호의를 베푸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죽어가는 배우자는 그런 기준에 들어맞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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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값비싼 투자이긴 하지만 비혈연 새끼의 입양은 드문 일이 아니다. 과학자들은 주로 암컷이 입양을 한다고 생각했는데, 최근 아프리카 아이보리코스트에서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적어도 열 마리의 야생 침팬지 수컷이 어리를 잃은 새끼들을 입양하여 30년 이상 데리고 살았다.
- 글 : 프란스 드 발, <착한인류> 가운데
고등동물 사이에 나타나는 가장 일반적인 봉사는 모두 이해할 수 있는 감각을 통해 서로에게 경고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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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의 말과 소는 위험을 알리는 어떤 신호도 내지 않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적을 맨 처음 발견한 동물이 보이는 태도는 다른 동물들에게
위험을 알리는 효과가 있다. 토끼는 뒷다리로 바닥을 크게 구르며 신호를 보냈다. 양과 샤무아는 호각을 부는 것처럼 소리를 내며
앞발로 동일한 신호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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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동물은 서로 세세한 여러 가지 봉사를 한다. 말은 서로 가려운 부위를 입술로 다듬어주고, 소는 서로를 핥아주며 원숭이는 외부 기생충을 찾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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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드리야스 개코원숭이들은 돌을 뒤집어 벌레 등을 찾는다. 그러다가 아주 커다란 돌에 다다르면 여러 마리가 돌 주위에 모여 함께
돌을 뒤집어 벌레를 잡고 그것을 서로 분배한다. 사회적 동물은 서로를 지켜준다. 북아메리카의 바이슨 들소는 위험이 닥쳐오면 암컷과
어린 송아지들을 중심에 모으고 수컷들은 바깥을 둘러싸며 방어 태세를 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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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렘이 관찰한 내용을 한 가지 더 제시해야 겠다. 독수리 한 마리가 어린 긴꼬리원숭이를 낚아챘는데, 긴꼬리원숭이는 나뭇가지를
움켜잡고 버티며 큰 소리로 울부짖으면서 도움을 청했다. 그러자 무리의 다른 원숭이들이 소리를 지르며 그 원숭이를 도우러 달려와서
독수리를 둘러싸고는 깃털을 마구 뽑았다. 그러자 독수리를 먹이 생각은 하지도 못하고 발버둥치며 도망가려고만 했다.
- 다윈, <인간의 유래1> 가운데
내가 표현하려고 했었던 관점이 가진 또 다른 함축성은 인간의 기본 본성이 가장 자유롭게 기능할 때, 건설적이고 신뢰할 만하다고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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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방어로부터 개인이 자유로워질 때, 환경적이고 사회적인 욕구뿐 아니라 그 자신의 욕구에 대해 더 넓은 영역으로 마음을 열 것이고, 반응 또한 긍정적이고 앞을 향해 움직이며, 건설적인 데에 신뢰를 가질지도 모른다.
사회화의 요청이 필요 없는 이유도 그 자신의 가장 깊숙이 흐르는 욕구가 바로 타인과 제휴하며 상호 작용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가 더욱더 철저하게 자신이 될 때, 실제적으로 사회화가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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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전체 행동이 다른 영역에서 그의 모든 체험에 마음을 열고 있다면, 고도의 사회적 동물로서 생존하기에 더욱더 적합한 균형적이고 실제적인 행동을 하게 될 것이다.
나는 인간이 기본적으로 비이성적이고, 자아와 타인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통제되지 않는 충동성이 있다는 앞선 개념에 대해 조금도
공감하지 않는다. 인간의 행동은 말할 나위 없이 이성적이고, 예민하게 움직이며, 유기체가 성취하려고 노력하는 목표를 위한 복잡성에
순응하고 있다.
- 칼 로저스, <진정한 사람되기> 가운데
인성의 표면층에서 평범한 인간은 수줍어하고, 예의바르며, 인정이 많고, 책임감이 있고, 양심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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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하고, 가학적이며, 음란하고, 욕심과 시기심이 많은, 철두철미하게 충동으로만 구성되어 있는 두 번째 층, 곧 중간 성격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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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적 핵심이라 명명된 세 번째 층을 발견할 수 있다. 좋은 사회적 조건이 주어진다면, 인간은 이 가장 깊은 핵심에서 근본적으로
정직하고, 부지런하고, 협동적이며, 사랑을 하고 있는 동물, 정당한 이유가 있을 때 합리적으로 증오를 표출하는 동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빌헬름 라이히, <파시즘의 대중심리>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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