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예술과 함께

피아노 치세요?

순돌이 아빠^.^ 2016. 6. 14. 08:34

40대의 한국인 남성이 

피아니스트도 아니고 전공도 아니고

취미로 피아노를 친다고 하면 몇몇 분들의 첫 반응은 살짝 놀람이나 뜻밖이라는 표정입니다. ^^


"피아노 치세요?""

"네"

"뭐 치세요?"


이런 질문을 몇 번 받았는데...처음에는 뭐라 대답해야 할지 잘 모르겠더라구요. 


그리고 몇 번 그런 일을 겪고 나니 아하 체르니 몇 번을 친다고 하면 적당히 대답이 된다는 걸 알았습니다. 


"다음주부터 체르니 30번 쳐요"

"아...그래요...체르니 30하고 나면 40번부터는 많이 어렵다고 하던데..."

"저도 예전에 체르니 40번 치다가 그만 뒀어요"

"우리집 애도 40번부터는 무지 어려워하더라구요"

"아...네..."


사실 저는 피아노를 통해 무언가 성취할 생각도 무언가 이루고 싶은 생각도 없습니다. 그냥 음악이 좋고 피아노가 좋습니다. 도레미파솔라시도를 반복해서 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지고, 라단조의 짧은 곡만으로도 마음은 충분히 가라 앉습니다. 도미솔도를 함께 누르면 마음이 가라앉으며 안정되고, 레파라레를 함께 누르면 마음이 하늘로 살짝 떠오릅니다.






흐의 b단조 미사를 들으며 삶에 겸손해지고,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들으며 마음이 안정되는 게 좋습니다.

코롤리오프가 골드베르트 변주곡을 연주하면 그 맑음에 감동하고, 글렌 굴드가 골드베르트 변주곡을 연주하면 아하 이렇게도 연주할 수 있구나 싶습니다

베토벤 교향곡 9번을 들으며 마음이 떨리기도 용기가 생기기도 하고, 현악 4중주곡들을 들으며 조화로움에 감동을 느낄 수 있어 좋습니다. 

지금은 헨델의 음악을 틀어 놓고 있습니다. 새소리와 함께 아침을 밝혀 줍니다. 



그래서...

누군가와 피아노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된다면...


체르니 몇 번을 치느냐보다

어느만큼 실력을 갖추었냐보다는

어떤 곡이나 어떤 작곡가를 좋아하는지

또는 기분에 따라 어떤 음악을 듣는지

피아노 건반을 눌러 소리를 낼 때의 기분이 어떤지 등에 대해 이야기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피아노를 잘치는 사람이기 보다 피아노를 좋아하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음악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기 보다 음악을 깊이 느낄 수 있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