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에는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로 잠이 들었어요.
기운도 좀 빠졌구요.
평소에는 새벽에 명상 음악이나 자연의 소리 같은 것을 틀어요
조용히 마음을 가라앉히면서 하루를 시작하려구요.
그런데 오늘 새벽에는 평소와 다른 음악을 틀었어요.
음악을 통해 기운을 얻어보려구요.
처음에는 리히터가 연주하는 피아노 소나타 23번을 틀었어요.
잠깐 듣다가, 좀 더 확실한 걸로 하자 싶어서 바꿨어요.
푸르트벵글러가 연주하는 베토벤 교향곡 9번.
(베토벤 교향곡 9번은 생명의 힘과도 닮았어요. 땅을 기며 빛을 향해 나아가는. 꽃보다는 뿌리 같은.)
1악장이 시작되니....
마음이 더 어지러운 느낌입니다.
그래서 그만 끄고 역시 조용한 음악을 틀까 싶었지만...
아니야 헉헉대며 운동을 해서 건강이 좋아지듯이
이것도 기운을 얻기 위한 과정일 거야 하는 마음으로 계속 들었습니다.
5분쯤 지났을까요?
점점 어지러웠던 마음이 정돈되기 시작합니다
지난밤에 썼던 그릇들을 씻고 정리하는 느낌이랄까요.
2악장이 시작되기도 전에 빈독에 물이 차오르듯이 기운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1악장에서 밑빠진 독의 밑을 메웠다면, 2악장부터는 물을 채우는 거지요
3악장에서 점점 차오르며 마음을 밝히고 눈을 뜨게 하더니
4악장에 이르니 물을 너무 채우다 못해 넘칠 것처럼 흥분이 됩니다
땀 흘리며 낑낑거리고 높은 산에 올랐는데 갑자기 눈 앞에 구름이 떠다니고 넓은 세계가 펼쳐진다고 할까요
곡의 맨 마지막에 '밤밤바밤~'하는데 정말 마음이 울컥하는 게 목이 울렁거리고 눈물이 나는 거에요
감동이라는 말보다는 왠지 감격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요
다음주 있을 부천필의 베토벤 교향곡 9번 연주에는 꼭 손수건을 가져가야겠어요
베토벤,
고마워요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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